어딘지도 모르게 빗발치는 포화.

빗자루 쓸듯 사람의 목숨은

고지의 손아귀에 쉬이 쥐여지고,


남은 것이라곤,

이 땅에 꽂힌 내 나라 깃발과

풀 한 포기 하나 없게 그슬리다 못해

1미터가 낮아진 이 산뿐.


먼 하늘서 바라보기엔,

이 허옇게 그슬린 전장의 자취가

마치 흰 말이 쓰러져 누운 듯하다 한다.


그래. 여긴 피도 끓다 증발했지.

오죽하면 말도 하얗게 질려,

이 자리에 고꾸라졌을까.


열두 번 꽂힌 깃발과,

수천번 끊긴 숨과,

한 고지 낮아진 산.


끝 모르는 싸움에도 불구하고,

전운의 저울 가운데 서있음을 알아

한껏 기울이자고 끄트머리로 달렸네.


그리하여 쥔 고지,

그로부터 기운 전운,

제 머리 낮춰 저 산도 묵례한다.

당신들에 빚진 우리들에 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