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과 함께, 내가 탄 배는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그 와중에도 또렷하게 나를 쳐다보던 눈알이 잊히지 않았다.

애써 시선을 무시한 채로 필사적으로 헤엄을 쳐서 그곳을 벗어났다.

이후로 바다로 나갈 수 없었다.

살아남은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늘 거대한 눈알이 나오는 악몽에 시달렸다.


이제 끝장을 봐야 했다.

내가 놈의 일부가 되든지, 놈이 내 손에 죽든지.

오늘 모든 게 결판이 날 것이었다.


파도가 심상치 않다.

악취가 났다.

가까운 곳이었다.

놈을 찾아야 했다.

놈도 나를 찾고 있었다.


선원들에게 고기들을 버리라고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놈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전속력으로 갑판을 향해 돌진했다.

나를 노리고 있었다.

작살을 준비했다.

선원들은 모두 긴장한 표정이 되어 놈이 모습을 드러내기만을 기다렸다.

사냥꾼들도 하나둘씩 각자 자신 있는 무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정면에서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괴물을 보고 놀라지 않는 이는 나밖에 없었다.

비로소 갑판 위에 올라섰다.

저건 내 사냥감이다.

누구에게도 넘겨줄 생각은 없었다.


열매를 씹었다.

벌꿀처럼 달고 쌉싸름한 맛.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끝에는 짠맛만을 남겼다.

주저, 두려움, 용기조차, 슬픔이란 감정으로 바뀌었다.


미치도록 그리웠던 바다는 눈앞에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감상에 젖을 시간은 없었다.

사냥감도 눈앞에 있었다.

작살을 꽉 쥔 손이 놀라울 정도로 가벼웠다.

코앞에서 보니 놈은 그냥, 조금 큰 성게였다.

고작 성게 따위에 겁을 집어먹은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주저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양손으로 내려찍었다.

동공을 깊숙이 찌르자 익숙한 손맛이 떠올랐다.

오랜 세월 동안 잊어버렸던 그 느낌이었다.

오늘은 악몽을 꾸지 않고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 괴물이라고 해 봐야 별거 없을 줄 알았다.

커다란 고래에 비하면 머리 두 개 달린 상어는 어린애 장난 수준이었으니까 말이다.

저걸 보고 나니 내 생각은 확실히 자만이었다.

바들바들 떨며 뒷걸음질 쳤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래도 모두가 겁에 질렸을 때 나는 똑똑히 보았다.

방금 호통을 쳤던 늙은 사냥꾼이 황홀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았다.

기쁨의 눈물이었을까?

모르겠다.

저 괴물 같은 사냥꾼은 자신의 최후를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나 보다.

그랬다면 확실히 칭송받아 마땅했다.

내로라하는 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괴물 사냥꾼은 멋지게 사냥에 성공했다.

오랫동안 다른 사냥꾼들의 입에서 오르내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