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눈 감은 달마와도 같다.


안식을 위해,

눈가에 쥐어진 반달 두 덩이를

구태여, 저 먼 날로 던져버린 우리는


벽을 바라보기 위해,

잠시나마 어둠에 기대 쉬기조차 거부한

달마와 같으나,


벽을 바라보며 진리를 궁구한 그와 달리,

우린, 산개한 삶의 파편만을 본다.


우린,

무슨 까닭으로 쉬지 않을까.


안식을 위해,

손에 피켓을 쥐고, 띠를 졸라맨,

이들이 끝끝내 쟁취한 것에 기대면서도


들어야 할 창을 뚫어져라 바라보느라,

잠시나마 어둠에 기대 쉬는 것도

거부하는 지금의 우리는,


생을 바라보며 투쟁을 갈구한 그들에게,

다시, 맞서기를 바라 일어섰구나.


후세의 눈을 조금이라도,

감기려고 했던 그들의 노력은 되감겨


오늘도 마치 감기처럼,

피로가 끝없는 유행으로 반복되는 나날.


역시, 역사란 것은 연 같아

줄을 풀어도 제 자릴 못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