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해지는 오후 3시, 창밖을 보며 우리 집 개가 마구 짖어댄다.

무겁고도 무거운 몸을 일으켜 그 울부짖음을 멈추고 싶지만, 너무 졸린 나머지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일어나야하는데.. 몸이 무겁다..

결국 그 무거움을 견디지 못한 나는 곧 심연처럼 깊은 잠의 바닷속으로 잠긴다.




헉-

눈을 떠보니 잠들기 전 들렸던 익숙하면서도 짜증나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분명 시간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테다. 찝찝한 마음에 서둘러 거실로 뛰쳐나간다.


없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가지고 거실로 뛰쳐 나갔지만, 있어야 할 자리에 나의 가족이자, 오랜 시간을 보내온 녀석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다.

그렇게나 멈추길 바랬던 울음소리였지만, 사라지고 나니 찾아온 것은 역겨울 정도로 조용한 정적이었다.




땀이 나기 시작했다.

분명 이전처럼 베란다라든지 방안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바람이 휙 하고 부는 바람에 문이 닫혀 방안에 갇혀있으리라.

하지만 그런 알량한 추측은 머지않아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실 쪽 베란다에 있던 창문이 뜯겨 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주변에서 어색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땀이 마구마구 나기 시작했다. 매일 먹고 자고 뒹굴거리던 나의 아늑한 집은 방금 낯설 정도로 싸늘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긴장감을 풀래야 풀 수 없었다. 시간을 들여 덜 닫힌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수색하는 행위를 여러 번 반복했다.

관찰한 결과 집 내부에서는 어떠한 흔적이나 이전과 달라진 점도 찾을 수 없었다. 최악의 상황은 다행히도 빗나간 것이었다.

그러나 최악이었던 것은 안심하고 있던 였다. 혐오감이 밀려온다...



혐오감을 떨쳐내기 위해 서둘러 창문이 있었던 장소로 향한다.

사라진 창문과 함께 눈에 띄던 것은, 무언가 물리적으로 파괴했다면 있어야 할 파편들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다.

마치 무언가에 녹아내렸다는 듯이 말이다.


밖으로 나가서 본격적인 수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의 개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옆집의 화단에 누워있었다.

다만 평소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면. 하얀색이었던 털 색이 새카맣게 변해있었고, 무언가 이질적인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난 확실하게 녀석임을 알아봤고, 안심하며 물을 싫어하는 녀석을 어떻게 씻길지 걱정부터 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죽었다.


확실히 죽었다. 잔혹하지만, 지금의 녀석의 모습에선 죽음이라는 단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은 떠오르지 않는다.

일단 살이 남아있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나를 핥아주던 따뜻하고 부드럽던 도,

다가가면 지그시 바라봐 주던 새까만 도,

만져보면 늘 촉촉하던 마저도,

전부, 파헤쳐지고 문드러져있었다..


게다가 멀리서 일렁이던, 마치 지저분한 오물로 보였던 것은-

다름 아닌 우글거리는 벌레들의 향연이었다.

꿈틀거리는 새까만 벌레들의 향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