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이끌려 간 호숫가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있으면


넓은 하늘이 잉크로 물들고 물들어

넘쳐흐른 잉크가 뚜욱 하고 떨어질때 쯤

시원한 바람 한자락이 나무를 간질입니다


해가 떠있을때의 호수와는 달리

어둠이 찾아왔을때의 호수는

잔잔히 멈추어 있습니다


어둠이 한방울 호수에 떨어지면

수면에 조금씩 파문이 입니다


잉크가 떨어져 빈 밤하늘 사이에서 

달빛이 내립니다


호수의 수면과 달빛이 

잔잔히 섞여 하얀빛의 물이 될때쯤


바람 타고 날아다니던 꽃 한송이가

호수 위로 내려옵니다


문득 낮의 색으로 화려하게 물든 호숫가보다

흑백으로 물든 잔잔한 밤의 호숫가가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