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라는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흔히 사람들 말하는 좋다, 안 좋다 하는 그것 말이다.


아마 누군가는 운이라는 것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설명할 가치조차도 없는 미신 같은 것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반응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야 현대의 사람들은 수에 기반하여 증명할 수 있는 것을 주로 이해하려고 하니까.


그렇다면, 만약 행운을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면, 그것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 그런 것이라면 나에게는 행운이란 것은 설명할 만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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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인가? 비록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마 7살 정도이었을 것이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골똘히 보면서 나를 관찰하는 나름 대단한 시도를 했었다.


“내 눈은 어떻게 생겼지?” 라던가 “코는 이렇게 생겼구나.” 와 같이 말이다.


그렇게 나를 기록하던 중 머리 위에서 지금까지 본 것과는 사뭇 다른 어떤 것을 발견했다.

 


“17?”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거울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지만, 그것은 나의 '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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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과는 매일 아침 거울을 통해 운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랜 시간 나의 운을 관찰하여 알 수 있었던 것으로는,


1. 머리 위의 수치는 정수로 나타난다는 것이고 주로 수치가 높을수록 흔히 말하는 '운이 좋은 날'이라는 것.


+ 수치일 수록 운이 좋은 날인 것이고, 반대로 - 수치일 수록 운이 나쁜 날이다.


2. 일반적으로 절댓값이 20이 넘는 수치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것.


내가 살면서 봤던 가장 높은 수는 22였다.


대충 22라는 수치가 얼마나 대단한가 하면, 눈앞의 상황에서 나에게 득이 될만한 기대를 하면 대부분 이뤄지는 정도였다.


반대로 가장 낮은 수는 -28이었다.


-28의 수치가 머리에 뜬 날엔, 정말이지 모든 일이 불행했다.


사소하게 늦잠을 자는 것부터, 신발끈이 갑자기 풀려서 넘어질 뻔하다가 트럭에 치일 뻔하는 등등.. 안 좋은 일의 연속이 매 순간 덮쳐왔었다..


3. '행운의 평균값'은 사람마다 정해져 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흔히 주변에서 운이 좋다고 하는 사람은 아마 이 '행운의 평균값'이 높은 사람일 것이다.

 

뭐, 안타깝게도 나는 행운의 평균값이 0에 가까운 사람이다. 아니지, 오히려 - 수치가 아니라서 다행일지도.

 

멋쩍은 웃음과 함께 오늘 아침도 거울 앞에 서며 중얼거린다.

 

“오늘은 과연 얼마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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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난생 처음 보는 숫자가 내 머리 위에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