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없는 고즈넉한 새벽 

창밖에는 고요한 빗소리

나는 3평짜리 단칸방에 비스듬히 누워

자연물들이 만들어낸 노래를 듣는다


그 노래가 너무나 아름다워

잠깐 눈을감고 생각해보니


이슬이 떨어지는 또옥 소리마저

생생히 듣곤하였던 나의 두귀는

어느샌가 암탉의 꼬끼오하는 소음마저

듣지 못하게 되어버리고 말았구나


수많은 여름과 겨울이 지나더라도

변함없이 이슬은 흐르고 닭은 짖을터인데

이제는 더이상 그들의 변주곡을 듣지 못하는

나의 귀, 나의 두 귀가

너무나도 밉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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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노애락을 담는건 그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라는데

나는 이제 더이상 이들의 희노애락에 동참할수 없다


이제는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소음이되고

누군가의 분노도 소음이 되어버리고

누군가의 오열도 소음이 되어버리고

누군가의 환호성도 소음이 되어버렸다


온세상이 소음이 되어버리고

그 소음은 고스란히 나의 두귀에 담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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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가 타들어간다

당연하게도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

그저 담겨있는 소리라고는

펑! 하는 폭음소리 뿐이다


그리고 폭음소리가 들리고나면

당연하게 그 뒤에 들리는건

고통으로 점철된 누군가의 비명소리

거기서의 누군가가 누구인지는 잊었지만

누군가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나의 두 눈은 똑똑히 기억하는 새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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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에는 브라운관이 있다

브라운관은 머리도 눈도아니라

3차원 공간에 있는것도 아니라 그저 내 두 귀 속에만 있다


자기 전마다 들려오는 이상한 소음

이 소음은 어디에서 오는것인가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나의 두귀는 아직도 사고현장을 담고있다

머리와 눈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미련한 내 두귀만이 그렇게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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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던데


이름모를 한 소년은 이름대신에

끔찍한 단말마를 나에게 남겨줬구나


아아


시끄러운 굉음이 있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그의 단말마가 함께있어

나는 조그마한 자동차의 정적소리에도

두 눈을 찔끔 감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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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소리를 담은 대가는 50만원

나는 이 더러운 돈을 받고 모든 소리에 침묵하기로 계약했다

내가 한평생 담게된 소리는 모든 것들과 합쳐지는

마치 탄소와 같은 신기한 존재이다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탄소는 융화되어서 가치를 창출하고

소리는 융화되어서 소음을 창출한다


글을 보는 그 시간대의 당신도 알다시피

당신의 귀에는 온갖잡다한 색깔의 소리가 담긴다

그리고 당신과 같이 나의 귀에서도 어김없이 파란 소리가

그 잡다한 색깔에 덧칠을 한다




-반응이 좋든 안좋든 더이상 이쪽 관련으로 된 시는 올리지 않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