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사람이 되어버린 소년이 있다


그 얇고 연약한 몸이

차가운 눈으로 뒤덮일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그가 그토록 크나큰 죄인이었습니까

창공의 엄숙한 인광에게

원망하고 원망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거침없이 잔혹한 흰색 정령들


아직도

하늘에선

눈이 내린다


눈사람 위에도 

눈이 온다


입고 있던

태양처럼 붉은 목도리 벗어

그의 굵은 목에 

감싸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이뿐


길거리 길눈을 차도

끄떡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언젠가 이 거센 날들도 다 지나가고

남쪽 저편에선 따스한 공기가 몰려와

눈석임이 시작될 것을 알고 있나니


내 옷자락을 헤지도록 잡아뜯는

백국(白國)의 사자(使者)들 가운데서

그를 위해 

오늘밤에도

찬연한 별빛 아래에서

그가 한 번쯤 마시고 싶어하던 술이라도 한 잔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