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끝자락에서 불덩이가 타오르는 새벽

시인은 자기 삶의 현장에 오른다


구름보다 흰 눈동자가 

따가운 눈빛으로 그의 등줄기를 핥을 때ㅡ

그는 애써 푸른 망망대해로 시선을 돌린다


저 망망대해에는

머언 옛날, 마도로스 아버지가 들려주던

담배 연기 안개처럼 자욱한 전설 속 

잠자는 보고가 있고


청운의 꿈을 안고 누워 보던

캠퍼스 잔디밭의 풀내음이 있고


이제는 흐르는 개울물에 박박 씻어 내린

젊은 날 글로 쓴 시인의 초상이

아직까지 살아 펄떡이는 청어 몇 마리처럼 숨을 쉬고 있다


홍조가 가득 피어난 붉은 눈동자가

서산 하늘에 붉게 녹아들 때면

이따금씩 그의 코끝을 간질이는 

젊은 문학도의 봄날, 그 아찔한 기억도 있다


북두칠성 별꽃이 피어난 백사장의 복판

달을 안주 삼아 그날을 되새김질하는 시인의 눈동자에 녹은 달빛이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