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라질 때가 되면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야지

나서부터 쌓아온 내 기억들과
민들레처럼 주위에 퍼진 내 존재를 하나하나 주워 담아
내 살과 함께 썩어 문드러지게 해야지

나 그늘진 곳으로 가면 이름을 놓아야지

내 일생은 온통 타인으로 얼룩지고 색색으로 칠해졌어
내게 남겨진 온전한 내 선택은 하나밖에 없고
이제 나는 단 하나의 나를 찾으러 갈거야

나 백화로 꽃을 피우면 그 꽃을 즈려 밟아야지


메마른 곳에서 꽃은 피어날 수 없고
내가 바스라진 곳은 강가가 아니었어
눈물의 가치를 묻는다면 나는 꽃을 감출 수 밖에 없네

나에게 있어 살아간다는 것은
백화를 키워가는 것이라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