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7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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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카게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정한 미소를 짓지도 않았다. 오히려 뭐라도 저지를 것 같은 얼굴로 시즈카에게 달려들다시피 다가왔다. 시즈카는 본능적인 두려움에 뒷걸음질 쳤다.


“왜, 왜 그래…?”


뒷걸음질 친 끝에 전망대 외벽까지 몰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자, 유키카게는 그대로 시즈카의 머리 바로 옆에 주먹을 내질렀다. 어찌나 쌔게 내질렀는지 벽돌 외장을 씌운 벽에 주먹을 중심으로 금이 가고, 주먹에서 피가 조금 튀었다. 유키카게는 사납게 몰아붙였다.


“방금 그 ‘남자’… 누구야?”


“그 남자라니…? 아까 그 사람?”


“대답해! 시즈카 죠스타!!”


시즈카는 대답하지 못했다. 유키카게의 분노가 너무나 거세서, 해야할 말도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시즈카는 자기도 모르게 혀를 날름거리더니, 밤이라 선글라스를 쓰고 나오지 않은 것에 후회했다. 유키카게는 당장이라도 ‘다이너마이트 퀸’을 꺼낼 기세였다.


“대답해… 만약 말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날 구해줬어! 불량배로부터 날 구해준 사람이야! 그래서 감사를 표한…”


유키카게는 위협적인 얼굴을 들이밀었다. 시즈카는 무릎을 살짝 굽힌 채 안 그래도 자기보다 훨씬 큰 유키카게를 더욱더 올려다보게 되었다.


“그거에 ‘감사’를 표하는 건 도움을 받은 직후면 충분하잖아! 뭐하러 굳이 여기까지 온 거야?! 설마… 그 자식에게 ‘특별한 마음’이라도 있는 건가?”


“그건… 그건…”


시즈카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것은 정말 재하에게 ‘특별한 마음’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물론, 물론 그 사람은 미남이고, 매력적인 사람이야. 유키 군 만은 못하지만… 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내가 말을 망설이는 것은 아니야! 그 사람이… 이중인격이라는 사실을… 알려줘도 되는 걸까?’


“빨리 대답해 줬으면 좋겠어. ‘망설임’은 ‘약함’으로 이어지거든. 그런 상태에서 나온 ‘대답’은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거야.”


“그 사람은… ‘스탠드 유저’였어. 그 사람이 나를 여기로 불러내서 얄려준 거야. 자신이 스탠드를 얻은 ‘배경’ 같은 것들을…”


시즈카는 긴장된 얼굴로 유키카게를 바라보았다. 잠깐의 침묵 끝에, 유키카게의 표정이 풀어지더니 벽에서 몸을 땠다.


“이런이런~ 별 일 아니었잖아? 내가 좀… 큰 ‘오해’를 해버린 건가?”


“굉장히 큰 ‘오해’였지. 유키카게 군?”


“미안, 미안해…”


“됐어, 오해할만한 장면이었으니까. 이거나 받아.”


시즈카는 손수건을 건넸다.


“나 때문에 다쳤잖아. 이거로 닦아.”


그 순간, 유키카게는 시즈카를 번쩍 들어올리더니 꽉 끌어안았다.


“젠장, 귀여워!! 시즈카 쨩! 어쩜… 어쩜 이렇게 귀여울 수가…!!”


시즈카는 몹시 당황했다.


“내려줘! 남들 다 보는데 이게 뭐야!!”


유키카게가 시즈카를 내려놓은 것은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다.


“타, 대려다 줄게.”


유키카게는 시즈카를 자신의 오토바이 뒤에 태우더니 오토바이 뒤에 놓인 트렁크에서 작은 헬멧을 씌웠다. 시즈카가 물었다.


“오토바이 이야기는 안 했잖아. 어디서 산 거야?”


“중고야. 슈퍼 커브 110, 2018년에 나온 거. 반쯤 고물인 걸 죠스케 씨가 고쳐줬어.”


“죠스케 오빠가?”


유키카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시즈카, 난 정말… 죠스케 씨를 ‘아버지 같은 사람’으로 여기고 있어.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아버지가 없었으니까. 형님은 의젓했지만 내가 스탠드를 각성했을 무렵부턴 뭐가 두려웠는지 나와 거리를 조금 뒀거든… ‘형님’은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할 수 없었던 거야. 나도 이해해 고작 중학생, 고등학생이 그런 역할을 하긴 무리지. 그렇기 때문에… 난 죠스케 씨를 더욱 존경하는 거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나를 이렇게까지 챙겨준 사람은 죠스케 씨뿐이었거든.”


유키카게의 등을 붙잡고 있던 시즈카는 몰랐지만, 유키카게는 활짝 웃고 있었다.


“아버지가 ‘없다’… 그게 내가 자라면서 얼마나 큰 ‘콤플렉스’였는지 죠스케 씨도 잘 알고 있었어. 초등학생 때 가족을 그릴 때면 항상 아버지가 없어서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는 것도… 장례희망이 막연하게 ‘멋진 아버지’인 것도…”


유키카게의 어깨가 들썩였다. 시즈카는 그런 유키카게를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유키 군…”


“동정은 됐어. 나는 죠스케 씨를 존경하는 만큼 우리 아버지도 존경하니까. 그리고, 벌써 도착했다고. 여기 우리 집이랑 별로 멀지도 않았네.”


시즈카는 오토바이에서 내려 쓰고 있던 헬멧을 건넸다. 유키카게가 그걸 다시 집어넣자, 시즈카는 아직도 헬멧을 쓰고 있던 유키카게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유키 군. 그리고 작별인사 할 땐 ‘헬멧’은 벗지 그래?”


“미안하지만 봐 줘. 지나가던 경찰한테 트집 잡힌 적 있단 말이야.”


“네버마인드.”


유키카게가 반응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네버마인드가 헬멧을 투명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드러난 유키카게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유키카게는 한숨을 쉬며 투명해진 헬멧을 벗었다.


“들켜버렸네… 여자친구 앞에서 우는 모습은 안 보여주고 싶었…!”


그 순간, 유키카게는 들고 있던 헬멧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눈물로 젖은 그의 입술을 다른 입술이 직접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의 입술이 새빨갛게 물들자, 얼굴도 덩달아 빨갛게 달아올랐다. 다시 몸을 일으킨 시즈카는 환한 미소로 똑같이 새빨개진 얼굴을 감추었다.


“그러다가 사고난다? 울보야.”


시즈카는 총총걸음으로 빠르게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유키카게는 멍하니 시즈카의 집을 바라보다가 떨어진 헬멧을 다시 쓰고 오토바이를 몰아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런 풋풋한 장면을 두 남녀가 지켜보고 있었다. 두 남녀는 서로 목적도, 추구하는 가치도 달랐으며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 둘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시즈카와 유키카게를 바라보다가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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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대가 밤인데 삽화는 왜 낮인지는 물어보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