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기의 물건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형 로봇, 도라에몽이 실존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모두가 장난이라며 넘어갔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진 제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취재진들은 발견되었다는 지역 근처를 돌아다녔다.

의외로, 도라에몽은 한가한 놀이터에서 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경악을 멈추지 못했다. 도라에몽이라 불리는 그것은 정말로 파란 몸, 동그란 머리와 땅딸막한 몸통, 그리고 4차원 주머니를 가지고 있었다. 말그대로 만화 캐릭터가 뚫고 나온 것 같았다.

취재진들은 흥분을 한 상태로 물었다.

" 호, 혹시 말이야. 어디로든 문 꺼낼 수 있어? "
" 그럼요! 잠시만요. "

그 말을 한 뒤 도라에몽은 주머니에 동글동글한 손을 집어넣어 뒤적거리더니, 분홍색 문을 꺼냈다. 그 문은 진짜 어디로든 문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문을 열고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본 취재진들은 전보다 더 집중하며 물었다.

" 너는 어쩌다가 만들어졌니? "
" 잘 모르겠긴 한데, 깨어났는데 어떤 공장이었어요. 놀래서 너무 무서워서 그냥 뛰쳐나온 게 다예요. 하하. 저 신기하죠? "
" 그러게. 하하. "

촬영은 급하게 생방송으로 나가게 되었다. 엄청난 파급력으로 인해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도라에몽에게 쏠렸다.

카메라를 조정하고, 취재진들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계속해서 도라에몽에 관한 질문을 했다.

" 원래는 무슨 색이었니? "
" 지금처럼 파란색이었어요. "

" 팥빵 좋아해? "
" 최애까진 아니에요. "

" 쥐 무서워해? "
" 고양이형 로봇인데 무서워하겠어요? 헤헤. "

" 그러면... "

만화 속 도라에몽과는 달랐다. 그래도 사람들은 적응했다. 그리고 도라에몽은 모두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에 많은 방송국들은 도라에몽을 취재하기 위해 처음으로 취재했던 그 놀이터에 항상 들렀다.

하지만 관심과 사랑은 그리 길지 않았다. 겨우 한 달이었다. 관심과 사랑은 점점 걱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도라에몽이 안 보이는 것이었다. 도라에몽과 방송국들은 이번에도 오후 2시에 만나자고 간곡히 약속했는데도 말이다.

방송국들과 전세계인들은 힘을 합쳐 도라에몽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SGRS 방송국의 김PD에게 제보가 왔다. 제보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 알아보니까 지금 어떤 불법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다네요... 그런데 그게 계속 올라오는 거 보니까 아마 누가 공장 같은 곳에서 도라에몽을 복제하는 거 같습니다... 참 안타깝네요. 참고로 사이트 주소는 잘 모릅니다. ]

사실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22세기의 도구를 꺼낼 수 있는 4차원 주머니 때문이었다.

김PD는 뉴스 블로그에 빠르게 이 사실을 알렸다. 지구촌은 머리를 맞대어 그 불법 사이트의 주소를 알아내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쉬웠다. 하지만 그 다음 과정이 어려웠다. 판매자를 체포하는 것 말이다.

판매자는 지능적으로 VPN을 이용해 인터넷상에서의 지역을 우회해 바꿨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사가 매우 길어졌다.

도라에몽의 가격은 꽤 싼 편에 속했다. 그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에 큰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수사가 길어지는 것과 합쳐져 전세계인들의 대부분이 도라에몽을 구매했다. 심지어 그 중에선 도라에몽 판매 사건을 강하게 비판하던 사람들마저도 있었다.

구매한 사람들은 도라에몽을 감금해 도라에몽의 도구들을 훔쳤다. 몰상식하고 파렴치하게, 약탈하고 착취했다. 도구가 쉽게 나오지도 않을만큼.

물론 대부분이 가지고 있고 불법인지라 경제적인 가치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 22세기에 있을 도구들이 지금 있다는 것만으로도 혁신적이지 않은가? ' 하는 이 마음가짐으로 인해 모두가 선하던 상황에서 모두가 악한 상황으로 변화하였다.

거의 모두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악한 사람들은 야비하게 자신이 도라에몽을 구매하였다는 사실을 그 어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선한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선한 사람들에게 다행이었던 점은, 구매한 사람들 중 VPN을 사용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화이트 해커들은 이 점을 이용해 그 사이트를 전문적으로 해킹했다. 그리고 IP로 구매자들을 잡아내어 수사에 어느정도 성공하였다.

선진국의 유명한 뉴스인 CLC는 이 사건을 좋은 결말로 바꾸기 위해 긴급 뉴스를 타이밍 좋게 내보냈다.

[ 여러분, 이들이 보이십니까? 어쩌면 여러분일지도 모릅니다. 이들은 도라에몽을 불법적으로 구매한 '범죄자' 들입니다. 여러분들이 안 걸리실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 자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언젠간 잡히실 겁니다. ]

다행히 자수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

.

.

[ 속보입니다. 도라에몽 대량 판매 사건의 자수 건 수가 전보다 소량 감소했습니다... ]

.

.

.

[ 현재 FBI 측에선 체포도 버겁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

.

.

.

[ 제발... 자수해주시길 바랍니다. 10년간 죽어가고 있는 도라에몽의 참담한 몸과 얼굴을 생각해주십시오... 제발... 진심을 담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