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두 사람은 빈 교실에 있다. 서로를 마주 한 채 그날 배운 내용들을 같이 복습한다. 

각 과목 당 15분 전후 야간자율학습 학생들을 위한 석식이 준비되는 1시간 30분 간 둘은 하루 내용을 정리한다. 

 "이제 국어만 하면 끝인가? 오늘 배운 거 내용 웃기더라."

K는 작은 실소를 띄우며 머릿속으로 오늘 배운 내용을 상기시켰다.

 "그래도 좀 슬프지 않았냐, 눈물을 참을 수 없으면, 개추"

 "개추!"

미자챈럼인 A군은 커뮤중독인 말투를 숨기지 않는다. K는 웃으며 동조한다. 

 B사감과 러브레터, 처음부터 B사감의 외모를 힐난하고, 갈수록 그녀의 열등감을 드러낸다. 마지막은 혼자 편지를 읽으며 연기를 하는 그녀, 그리고 그녀를 지켜보는 세 명의 여학생의 모습으로 내용이 끝난다. 

K는 그날 배운 소설이 정말 인상적이였는지 무슨 말을 할까 고민 하다,

 "B사감은 정말 몇 년이 지나도 그 내용은 잊지 못할 것 같아. 못난 열등감, 나도 벌거벗은 느낌이 드는 부끄러운 내용이였어 내 얼굴이 다 화끈해진다야"

라는 감상을 말한다. 

 "그 뭐시냐, 학교 끝나고 집에 가서 목소리 깔고 '나와라' 라고했는데 진짜 화장실에서 가족이 나왔다고 생각해봐라 딱 그거 아니냐 진짜 하하하"

A는 경험담인지 뭔지 싶은 상황을 설명한다. 

 "해봄?"

 "아니"

장난스런 K의 질문에 A는 할 수 있는 한 깨끗한 음성을 지어서 대답했다.

"뭐 아무튼 오늘 국어 딱히 시험에는 안나온다고 했으니까 여까이 하고, 밥이나 먹자"

A의 권유에 K는 고개를 끄덕인다. 

 식사 후 집에 가는 길 중간까지 두 사람은 같이 간다.

 "아 그리고 집 가서도 오늘 복습한 것들 한 번 더 보고 자라, 바로 롤 키지 말고"

A는 잔소리를 한다.

 "압니다. 너무 잘 알지요."

K는 영화대사를 따라하며 너스레를 떤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

A와 K는 친분을 과시하듯 자기들만 아는 농담을 한다.

좋은 친구인듯 하다. 


내가 고딩 때 친구랑 이러고 놀았는데 그냥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