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혀의 움직임에 따라서 입안을 종횡무진 굴러다닌다. 어쩔때는 혓바닥 밑에 있던게 어느샌가 혓뿌리에 걸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뻔한게 한두번이 아니였다. 그럴때마다 침을 튀기며 젖은 기침을 반복했지만 조심하자고 다짐만 할 뿐. 입에 있는 사탕을 뱉어버리는 일 따윈 없었다. 뒤늦게 왜 그런 오기를 부렸을까. 그런 생각이 들때 즈음에는 이미 입 안이 비어버린 뒤였다.


사탕은 결국 설탕 덩어리에 갖가지 향을 첨가했을 뿐인 기호품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일부러 먹을려고 사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받거나 가게에서 다과로 나왔을때, 입이 심심해서 머금고 있을 뿐. 실제로 목구멍에 넘어가는건 사탕이 녹아내린 채로 고스란히 침과 뒤섞인 단물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돈을 주고 사기엔 왠지 모르게 사치라고 느껴졌기 때문이었을까.


그럼에도 사탕을 먹는것 자체가 싫지는 않다. 허기진 상태에서 사탕을 머금고 있으면 어느정도 공복을 잊을 수 있다. 거기에 집중을 하며 아주 조금씩 입을 오물거린다. 이젠 어린애가 아니다. 이 나이에 일일히 침을 꼴깍거린다면 정말로 꼴사나워 보일게 분명하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끈적한 단물과 가지각색의 화려한 향의 위장을 교란시킨다. 그것을 잘알고 있었던 어머니는 항상 두번째 사탕을 허락해주지 않으셨다.


하지만 지금은 잔소리 하는 사람이 없으니 두개째 사탕도, 내킨다면 세개째 사탕도 입에 털어놓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입에 들어간 사탕을 잠시 빨고 있다가 금세 질려서 호쾌하게 씹어 부숴버린다. 단 한개만 주어진 사탕의 맛을 오랫동안 음미하고자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서서히 녹여 먹었던 어린시절에 비하면 사치스러운 짓이었지만 지금와서는 아무런 감흥조차 느껴지질 않았다. 입안에 들어있던 마지막 사탕을 무심하게 씹으면서 언제와도 익숙해지지 않는 병실의 냄새를 애써 덮어보고자 했다. 


오랜만에 맞잡고 있는 어머니의 손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작지만 변함없이 야무지고 단단해 보였다. 일평생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던 성실한 주부의 손이었다. 


이 손으로 얼마나 수없이 맞았을까. 


사탕 한개를 다먹고도 몰래 사탕봉지에 손을 넣고있는 철없는 아들내미의 등짝을 사정없이 후려패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사탕을 씹으며, 씁쓸했던 기억을 곱씹으니 저절로 등줄기가 움찔거린다. 지금이라도 옷을 벗어서 등짝을 본다면 벌겋게 오른 손자국이 남아있을 것만 같았다.


"니 왔나?"


지나치게 손을 만지작거려서 깨어나신 것일까.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셨다. 잡고 있던 손을 돌려드리며, 앉으시는걸 부축했다.


"밥 안먹고 왔제? 여 말해서 점심 시키 났으니까 묵고 가라."


확실히 배는 고팠지만, 이 상황에선 고마움보다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지금 밥도 제대로 못드시는 분이 무슨 제 밥을 시켜요. 밥 같은건 밖에서 사먹어도 되는데."


항상 자식을 위해서 살아오신 분이었다. 모든 것을 퍼주고 밑동만 남은 나무처럼 아들에게 편하게 앉을 자리까지 만들어 줄려고 하시는걸까. 내 말을 들은 채도 안하시면서 당신의 침대 절반을 앉기 좋게 다듬고 계신다. 그 모습에 안되겠다 싶어 단호하게 말했다.


"자꾸 그러면 저 그냥 가요. 온 사람 불편하게 뭐 하시는거에요."


"마, 됐다. 치아라. 머스마가 왜이리 까탈부리샀노."


일어서서 돌아가려는걸 만류하시며 그제서야 편안한 자세로 앉으셨다. 하지만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계신다. 곧 잔소리가 밀려 들어올 것이라는걸 직감했지만 우선 다시 앉았으니 잠자코 들을 수밖에 없었다.


"요새 밥도 제대로 안묵고 다니제? 문디 자슥아. 내야 말로 물어보자. 밥 못 묵는건 낸데, 닌 왜 밥도 안처묵고 다니노?"


"알았어요. 어차피 지금 먹을 생각이었어요. 그러니까 좀 그만하세요. 저기 밥 가져오는구만."


"으이구, 문디 손아. 입안에 있는건 또 뭐고? 내가 밥 묵기 전에 그런거 묵지 말랬제."


사탕이 가루가 된 채로 작게 오물거리는 걸 용케 알아 차리셨는지 손바닥을 높이 들고 다짜고짜 등짝을 후려치셨다. 하지만 옛날과 같은 묵직함은 전혀 없었고, 살짝 손뼉을 치는 정도의 충격이 느껴졌다. 게다가 갑자기 말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어깨를 들썩 거리시면서 숨을 가삐 쉬셨다. 그 모습에 나는 다급히 어머니를 제지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알았으니까, 좀 그만 하이소. 보는 내가 숨 넘어가겠다. 밥 묵으면 되제?"


입안의 사탕이 채 녹지도 않은 채로 입에 쑤셔넣는 밥알은 지독하게도 맛이 없었다. 짓뭉개져서 스며든 딸기맛 밥알은 기분나쁜 식감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는 끔직한 맛이다. 그것을 억지로 넘기기 위해서 국물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그것을 반복하니 어느샌가 입안에 감돌던 딸기향은 사라져 있었다. 


그렇게 고개를 거의 그릇에 처박은 채로 맛있게 먹는 척 게걸스럽게 밥과 반찬을 넘기는 동안 어머니는 아무 말도 없으셨다. 등짝의 촉감이 아련하다. 그것은 얼얼한 충격따위가 아닌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어머니가 말없이 등을 메만져주고 계시던 것이었다.


목이 메인다. 밥이 넘어가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구겨넣는다. 사라져간다. 어린시절에 느꼈던 달콤한 사탕의 맛도. 어머니의 손의 감촉도 사라져간다. 


사라진 것에 대한 회한에 잠긴채 마지막 밥 한 숟갈마저 집어 삼켰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현실을 마주한다. 


"다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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