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역수로 쥐어 하늘을 찌르고.

구리 숟가락으로 흙을 파내는.

그대는 어째서 그리도 오만한가.


세상 무서울 거 없다는 사내도 주저앉았고.

세월의 풍파에 초인조차 무너지는데.

그대는 왜이리 만남에 집착하는가.


잊어야 할 때를 놓쳤는가.

기억하고자 함에도 놓아버렸는가.

그대는 무엇을 그렇게 바라보는가.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고.

내게 가르쳐준 것이 바로 그대인데.

그대는 매정하게 나를 떠나버리는구려.


바람이 어째서 바람이겠는가.

언제나 떠날 수 있기에 바람이라는 걸.

바람 한 점 없던 나는 몰랐소이다.


그대여.

나와 한가지만 약속해주오.

그대 돌아올 때, 부디 모든 것을 안고 오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