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파초처럼,

화분 같은 방에 박혀

고개만 까딱까딱거리네.


이젠, 내 두 발이

흙을 딛고 서기엔 묵직해,

땅 속으로 꺼져버렸다는 것도

잃은 감각으로 유추하지.


나 바라다보는 저 언덕 밑 동네.

내 다리가 나풀거리던 시절,

셀 틈 없이 누빈 자리지만.


세월의 손 탄 그 자리는,

이젠, 기억을 누빔질해야만

어렴풋한 실루엣이 아른거리네.


맑은 미리내와 조우하던 눈.

이젠, 그 벅참도 흐르고 말라서

자글거리는 눈가의 주름만 남았으나,


아른거리는 어제와 선명한 지금이

모호한 경계를 기점으로 엮인,

일생의 수평선에 넌지시 눈을 걸치면


내 까딱거리는 고개는,

벅참 새로이 왈칵 흐르는

희년의 신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