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에 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우산이 없다.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는 사람들이 하나둘 실신한다. 어떻게든 비를 맞지 않고 근처 편의점으로 간다. 가게 밑에서 비를 피해보지만 비를 영 그치지 않고 빗 속 사람들은 하나둘 힘 없이 쓰러져간다. 평범한 비가 아니다. 쌩하고 달리고 있던 차가 갑자기 하늘을 난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뭐랄까, 웅덩이를 밟고 미끄러지더니 그대로 하늘로 올라간다. 마치 UFO에 납치당하는 인간 처럼 구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5분쯤 있으니 올라갔던 자동차는 모든 부품이 나뉘어져 하늘에 휘날리며 비와 함께 내렸다. 그러고 보니 운전자는 어디간걸까.

 ...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빗속에서 쓰러졌던 사람들이 사라져있다. 분명 힘 없이 땅에 고꾸라졌었는데. 그때 한 아저씨가 코트로 비를 막으며 필사적으로 편의점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겁에 질린 듯한 눈동자가 힘없이 흔들리는 아저씨의 눈을 바라본 그 순간 아저씨는 큰 물웅덩이를 밟았다. 아저씨의 발은 그대로 물웅덩이 속으로 쑤욱하고 빠졌다. 힘없이 고꾸라진 아저씨는 편의점 쪽을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 

 "조금만... 더.."

 할 말을 잃은 채 우두커니 서있던 나는 장대빗 속 쓰러진 사람들이 어디 사라졌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이 비가 사람들을 삼켰던거다. 나는 이비에 오래 노출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내가 도망칠 장소는 편의점 안 밖에 없었다. 나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섰다. 카운터에 있는 알바생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산을 파는 코너는 이미 텅텅 비어있었고 알바생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무언가에 열중해있는 듯 했다. 나는 알바생에게 이 비의 위험성을 알리려고 했지만 알바생은 내가 아무리 흔들어도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이어폰으로 듣고 있는 거에 열중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비가 가게로 조금씩 새어들어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 작은 시간안에 얼마나 많은 비가 온걸까. 하고 생각하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알바생은 내버려 둔채 가게 벽면에 붙은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삽시간에 비는 편의점 안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알바생은 끝까지 이어폰으로 듣고 있던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내가 이어폰을 귀에서 빼서 가져왔는데도 말이다. 물은 금방 알바생을 삼켰다.  

 금방 차오른 물은 가게 안의 물품들을 공중으로 띄우기 시작했다. 수많은 음식과 기구들이 공중으로 날아 산산조각이 난 후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웅크려 몸을 방어했지만 몇몇 도구에 맞아 상처가 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차오른 물은 물품을 공중에 띄우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나를 삼켜죽이려고 했다. 무언가 조치를 더 취해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 내게 남은 방법을 없었다. 결국 물은 내가 앉은 테이블 위를 올라왔다. 그 순간, 마치 내가 앉아있던 테이블은 원래 없던 것인 마냥 나는 하염없이 물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얼마나 깊게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깊게. 깊게. 깊게. 깊게. 깊게.

 그러더니 갑자기 주변이 밝아졌다. 물속이여서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떠보니 내몸은 이미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한참을 떨어져 땅에 보이는것은 불타는 노트르담 대성당이었다. 생각할 새도 없이 그 불길에 떨어졌다.

 " 띠띠띠띠. 띠띠띠띠."

 아침 벨소리. 나는 잠에서 깼다.

 그 후, 학교에서 키 측정이 있었는데, 2년간 크지도 않던 키가 1cm 자라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