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음 속으로 생각한 것들을

언어로 표현하기 시작하니까

한 글자 한글자씩 다 열화되는 것 같아.


내 마음 가는대로 시를 쓰다가도

나 보다 잘 쓰여진 시나 산문 가사를 읽게되면

자연스레 내가 너무 초라하고 부끄러워져.


한 단어마다 곱씹게 만드는 시를 읽으면

정말 즐겁고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데.


내가 단어를 꾸깃 꾸깃 넣어서 쓴 시를 보면

싸구려 인스턴트 커피처럼 한가지 맛만 느끼게 되는걸까.


시가 사치품도 아니고 좋은 커피를 마시면

첫 중간 끝맛이 다 다르게 남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시를 쓰고 싶은데.


꼭 맹맹한 맛이 나는 시를 적는 것 같아.

의미를 함축한 시를 적으면 단어에 담긴 향이 죽어버리고

향을 담아낸 시를 적으면 의미가 죽어버리고


길게 쓰면 쓸수록 요리가 아니라 그냥 괴식이 되버려서

짧게 적은 간단히 시를 써내려가는데. 깊은 향이 안나.

의미 향 시를 다 읽고도 남는 마음에 촉촉히 남는 그 맛

그 맛이 내 시엔 없어서 너무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