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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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최현정, 『서울송파고등학생교도소』에 갇혀있는 고등 2학년 남학생이다.

오늘로 수감된 지 벌써 1년 6개월이다.


이곳의 외관은 단순히 학교 창문에 철창만 달아놓은 그저 그런 풍경이다.

단지 학교에 경비, 보안시스템이 좀 더 강화된 느낌이랄까?

삼엄한 교도소 내부와는 달리 외관은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대놓고 일반 교도소처럼 만들었다면 굳이 정부가 전국적으로 선동을 하지 않아도 『너무 흉해서 집값 떨어진다』라는 이유로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특히 강남 3구 (서초, 강남, 송파) 는 더더욱.


교도소 주변 사람들은 『학생 교도소』의 평범한 외관 때문에 『학생 교도소』를 그저 비뚤어지기 쉽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학생들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집중관리하는 곳으로만 알고 있다. 

《청소년 범죄율 감소와 불량청소년들을 교화시키기 위해》라는 정부의 같잖은 선동도 이에 한몫했다. 

물론『학생 교도소』는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곧 사회인이 될 학생들을 선동하고 세뇌시켜 독재 정치를 정당화하게끔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만. 


『학생 교도소』수감자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학생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영문도 모른 채 3년동안 강압적이고 가혹한 환경에 시달리며 정신이 피폐해져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학생 교도소』당사자들은 석방 이후 한동안 PTSD 증상을 겪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언론통제 때문에 세상에 알려지지는 못했다.

폭로하지도 못했고 반발조차 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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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교도소』 는 시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어날까 봐 내부 중요 정보를 유출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학생 교도소』 의 실상이 까발려지면 단순한 반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권침해, 독재 정권에 대한 반발로도 커질 수 있기에,

기밀 정보를 까발린 사람은 얄짤없이 최대 사형 최소 무기징역이다. 

『학생 교도소』 당사자던 『학생 교도소』 간부들이던 상관없이. 

『학생 교도소』 에서 휴대폰 등의 통신기기의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차피 전부 고 1이 되어서 입소할 때마다 죄다 싸그리 싹싹 걷어가긴 하지만.


때문에 『학생 교도소』수감자들은 교도소 내에서 인권침해를 받아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고 도와주기를 바랄 수도 없었다.

그저 강압적인 분위기와 교사들, 직원들이 행하는 온갖 인권침해에도 대꾸 한 마디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학생들은 점점 학습된 무력감에 빠졌고 스트레스와 불안감만 늘어만 갔다.

이같은 이유로 3년의 감금(...)이 지나간 뒤

제정신으로 걸어 나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부분 정신이 피폐해진 상태로 석방되었다.


작년에 『학생 교도소』에 들어온 나도 1년 6개월 가량이 지난 지금 제정신을 버티기 어려워졌다. 

여기서 만큼『존버가 답이다』라는 말은 옛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학생들에겐 존버 말고는 꿈도 희망도 없었기에 그저 석방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도 학습실 (교실) 에서 그저 하염없이 칠판만 바라보며 석방만을 기다리던 많은 아이들 중 하나였다.

꿈은 커녕 내일 모레도 걱정해야 될 정도로 내 정신은 점점 피폐해져 갔고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졌다. 

특히 정신력이 약했던 나는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아야 할 만큼 상태가 심각해졌다. 

하지만 학생 상담 그딴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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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교도소』에서의 1년 6개월가량의 생활은 정말 지옥 같았다. 아니 지옥 그 자체였다. 

학교 부지 주변에는 잠복 군인들이 수십 명씩 배치되어 있었고 철조망도 빽빽히 설치되어 있었다.

또한 교도소 내에는 감시카메라가, 밖에는 소형 감시용 드론이 무더기로 배치되어 있었다.

내부에는 직원 측 스파이가 있어 수상한 낌새라도 보이면 바로 고발행이었고 복도마다 모범수 (선도부) 들이 순찰하고 있었다.

탈출하기도 어려운 꽤나 삼엄한 경비 시스템이었지만 사람들은 그저 이 광경을 신기하게 볼 뿐이었다.


나는 그저 하루하루 미쳐갈 뿐이었다.

꿈도 희망도 없었고 내가 왜 이런 곳에 갇혀서 개고생을 하는 건지 내가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꾸 의문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개고, 양치하고, 아침점호하고, 아침먹고, 공부하고, 점심먹고, 공부하고, 저녁먹고, 공부하고, 저녁 점호하고, 잠을 자고...

우울감에 빠져 자살충동에 들기도 한 적도, 실성한 사람마냥 웃어 제끼기도 한 적도 있었다. 그저 의미도 없이 살아갈 뿐이없다. 나는 점점 스트레스와 불안감 압박감에 시달려 정신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자살 시도, 자해 시도를 할 수도 없었다. 발각되는 순간 바로 소지품을 압수 당하고 독방형에 처해졌다. 아니 애초에 자살 자해를 할 수 있는 도구들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냥 이 꿈도 희망도 없는 일상을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저 내가 미쳐가고 피폐해지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학생 교도소』에서 겪고 있는 이런 모든 절망적이고 참혹한 일들이 한 미치광이 집단들에 의해 시작되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마냥 황금빛으로 빛날 줄 알았던 내 미래에 대한 헛된 기대와 망상들은 『학생 교도소』에 들어서자 한 줌의 재가 되어 모두 사라졌다.

이곳에서의 지옥같은 나날들을 버틸 수 없었던 나는 결국 『학생 교도소』 에서의 탈출을 결심하게 된다.

                                                                                                    

작가의 말 : 밤새면서 쓴거라 많이 피곤하네요... 아무튼 부족한 글이라도 잘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