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부터 새벽까지 쏟아지던 눈탓일까.

창밖 풍경은 동이 트지 않았음에도, 달빛이 눈에 반사되어 초저녁마냥 환하다.

그러나 현재 시간은 새벽4시.

부지런한 누군가는 벌써부터 하루를 시작할테지만,

대부분 많은 이들은 아직 꿈 속을 헤매고 있을 시간이다.


"Good Mornig!"


핸드폰 알람소리에 부스스 눈뜨는 성준.

책상 위를 주섬거려 핸드폰을 짚더니 그대로 알람을 끈다.

그리고 다시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아보지만,

잠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버린 뒤였다.


아직 어두컴컴함 부엌. 주방조명이 은은한 주황빛을 내며 켜진다. 성준은 실내용 슬리퍼를 질질 끌고 주방으로 들어와 싱크대에 덩그러니 놓여진 스타벅스 머그컵을 챙기고 커피머신 앞으로 온다.

그는 남아있는 커피들을 머그컵에 모조리 털어낸 뒤, 정수기 물과 시럽으로 맛을 맞춘다.

그리고 커피 한 잔을 머금으며, 씁쓸한 카페인향으로 피로를 몰아낸다.


커피가 반으로 줄어들었을 즈음, 그는 발코니로 걸어나가며 가디건 주머니 속에서 담배곽과 지포라이터를 꺼낸다.

원래 이른 아침에는 담배를 피진 않지만, 그에게서 커피 한 잔에 따라오는 담배 한, 두대는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룰이었다.


곧 발코니에선 지포라이터의 불붙이는 소리가 나며 매캐한 담배연기가 스멀스멀 퍼졌다.


성준은 머그컵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핸드폰을 확인한다. 상단바에는 어제 확인하지 못한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이 떠있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출판사 담당기자 서영은씨였다.


"작가님. 늦으시간에 죄송해요 ㅠㅠ. 갑자기 미팅시간이 바뀌어서 급하게 카톡 보내게됐어요. - 12:11"


"같이 미팅하기로 하신 분이 10시 밖에 시간이 안된다고 해서 10시로 당겨지게 됐는데... 실례가 되지 않으시다면 괜찮으신가요? - 12:13"


성준은 메시지를 주욱 읽는다. 그리고 담뱃재를 털어내면서 8시가 되면 답장을 보내자 생각한다.


*


사람들로 가득찬 출근길 지하철. 영은은 아침 잠이 부족했는지 지하철 손잡이를 꽉 잡은 채, 고개를 꾸벅거리며 존다.


"까톡!"


소리를 크게 해놨는지, 가방 속 핸드폰의 메시지 알림이 지하철 소음에도 묻히지 않고 울려퍼진다. 

소리에 놀란 영은은 화들짝 졸음에서 깨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이성준 작가 : 네, 그럼 10시에 뵙도록하죠. 약속장소는 똑같은가요? - 8:01"


성준이 보낸 메시지. 영은은 안도하며 답장한다.


"네! 장소는 오설록 인사동점으로 동일하구요. 이렇게 시간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당 ㅠㅜ. - 8:02"


"이성준 작가 : 아니에요 ㅎㅎ. 그럼 이따뵈요. - 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