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어느 추운 겨울날, 하늘에서 새하얀 눈송이들이 하나둘씩 내리던 날이었어요.


“하아··· 춥다.”


어느순간 찾아온 겨울 날씨에, 몹시 차가워진 바깥 공기로 식어버린 입김은 피어오르고, 나름 두툼한 털실 모자에 옷도 여러겹 껴입었다고 입은 건데 부르르 몸서리칠 정도에 추위였어요. 이런 모진 날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번쩍이는 번화가를 걷고 있습니다. 그야, 당연하겠죠. 오늘은 모두가 고대하던 크리스마스 이브 날, 첫 아침. 모두가 캐롤송을 들으며 정겹게 행사를 즐기며 추억을 쌓아가는 크리스마스 바로 전 날! 특히 학교가 방학한지 며칠 안된 날이어서 그런지, 아침 일찍 눈이 떠져서 이렇게 소복이 쌓인 눈을 뽀드득 밞아가며 평소 베인 습관대로 기운차게 걷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 학교도 아닌데 밖으로 나온 걸 보면 갸웃거리실 수 있어요. 물론 크리스마스 이브 날, 거리를 걷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제가 아침 일찍 나온 진짜 이유는—


“앗!”


콰당!


아야야···. 또 실수로 넘어져 버렸네요; 원래 잘 넘어지기는 하지만 유난히 겨울만 되면 딱히 걸린데도 없는데 혼자 픽픽 넘어지는 것 같아요. 아, 모진 날씨에 얼어버린 빙판들이 많아서 그런 걸까요; 그보다도 쓰러지는 바람에 가방에 있던 물건들까지 밖으로 쏟아졌네요. 이를어째;···· 앗!


(덥썩!)


“으··· 젖었으면 어떡하지···· 휴, 다행히 안 젖었다.”


다행히도 묻은 눈 알갱이를 톡톡 털어내니 완전히 젖지는 않고, 살짝 축축해진 정도로 그쳤습니다. 종이라서 젖을 줄 알았는데··· 정말로 다행이에요. 이런 반응에 모두가 귀중한 물품이라도 떨어뜨린 줄만 아시겠지만, 아니에요. 사실 이건 왕자님께서 주신 거에요. 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실수로 떨어뜨린 종이를 왕자님께서 주워 주셨던 거지만요. 이상하게 들릴수 있지만, 부적으로 갖고 다녀요. 왜냐면 이걸 계기로 처음으로 왕자님과 정면에서 대화하고, 또 용기내서 고백했으니까요. 다, 당연히 ‘친구’로서!! 이후로, 답변은 좀 애매했지만 확실한 건 제게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셨어요. 제 친구들도 눈치챌 정도로 확연히. 그래서 전 이걸 들고다니면 또 기쁜 일이 올까하고 매일은 아니고 어쩌다 생각나면 한번씩 지니고 다녀요.


네, 나온 이유도 왕자님과 관련됐어요. 사실은 오늘 오후에 반 전원 모두가 단합파티를 열기로 했어요. 무려 왕자님의 자택에서 말이죠! 아마도 왕자님과 같이 있고싶은 아이들의 제안 같아요. 왕자님은 학교에서 엄청난 인기인이니까요. 다른 반 애들도 참여한다 할 정도로. 저도 왕자님과 같은 반이라 참여하지만 그냥 갈 순 없었어요. 왕자님께서 사시는 거처를 빈손으로 방문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지금 방문 선물을 고르기 위해 백화점으로 가는 길이에요. 정해진 건 없지만 차근차근 걷다보면 떠오르겠죠? 왕자님의 선물을···· 앗! 지금 무슨 생각을// 어차피 다른 애들도 다 할텐데;


부르릉!


저 멀리서 들려오는 버스 차량 소리···. 아, 맞아! 백화점으로 가려면 버스 타고 가야되는데! 하고 흘린 물품을 다시 주워담고선 숨기쁘게 뛰어갔어요. 서둘러 버스정류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중간에 또 넘어지는 바람에 간발의 차이로 이미 버스는 떠나버렸지만요.


“으으··· 어쨌든 어서 일어나야. 어?”


그리고 전 보았습니다. 쓰러져 있는 절 향해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한 유치원생을. 마치 떨어지는 눈송이처럼 서린 하얀 눈동자로 홀로 바라보는····


작은 서리 병아리처럼.






<무뚝뚝한 왕자님, 호감도 100%!>






명문고, 늘품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2이자 예비 고3인 저, 주은아는 한참을 그 소녀와 서로의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달걀껍데기 머리에 인? 독특한 모자를 쓴 소녀를. 유아로 보이는 그 소녀를 보고있자니 왠지 모르겠지만, 언뜻 그분과도 분위기가 비슷해보였어요. 그저 어린 유치원생이라고 보기 힘든 어른스러워 보이는 풍기가 느껴지는 것도 잠시, 어딘가 그을러진 내면에 무언가도···. 어? 어린 아이를 상대로 뜬금없이 무슨.



그러자 이윽고 제 눈을 피해버리는 아이. 너무 뚫어지게 쳐다봐서 그런 걸까요? 흠···· 아!


“(그러고보니 바닥에 엎어진 채로 계속 있었네; 어서 일어나자)”


이제서야 바닥을 짚고서 서둘러 일어났어요. 혹시나 주위에 이 광경을 보고있던 사람이 있는지 쭉 확인해봤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버스정류장에는 번화가 만큼이나 사람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것보다 급작스런 상황에 아이가 많이 놀랐을 법도 한데;


“저, 꼬마야. 많이 놀랐어? 언니가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

“언니가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뛰어가다 보니 그만··· 어쨌든 미안해. 혹시 어디 다친데 없어?”

“···”

“(어라, 반응이 없네? 혹시 너무 작게 말해나?) 정말 미안해. 이 언니가 자주 넘어지는 편이라ㅎㅎ;;”

“····”

“저···· 꼬마야? (당황)”


후에 재차 말을 걸어봐도 반응도 대답도 없는 여자아이. 설마 의도치 않게 놀래키는 바람에 할 말을 잃어버린 건가? 아니면 일부러 못 들은 척 하는 건···? 아니지, 지금 무슨 생각을; 이런 어린 애가 벌써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무리가 있겠죠. 그럼 다른 이유에서 일까요? 흐음, 그러고보니 이 아이


“(이렇게 이른 아침에 혼자 버스를 기다리고 있네. 부모님은 어디 계시지?)”


분명 일어나서 주변을 살폈봤을땐 이 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사람은 커녕, 걷고있던 사람조차 없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혹시 어디 부모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셨나 하고, 한편으론 대견하다 생각이 들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살짝 걱정됐어요. 부모님이 어디 계시는지 물어봤지만, 여전히 잠잠했고요. 우선은, 아이 혼자 놔두는 건 위험할 수 있고 마침 또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하니 곁에 지켜보고 있기로 했어요. 차츰 내리던 싸락눈도 추스려지면서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아직까지 안 오시네···. 무슨 일 생기셨나?)”


시간이 꽤나 지났다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네···. 이렇게 긴 시간동안 아이 혼자 놔두고 갈리가 없을텐데. 이때 무언가 잘못됐다는 게 느껴졌고, 동시에 안좋은 단어 하나가 제 뇌리를 스쳤습니다. ‘미아’는 아니겠지 하고. 생각해보면 아이가 묻는 말에 답하지 않고 홀로 남겨진 마치 떠난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미동조차 하지않는게 미심쩍긴 했어요. 그리 쉽게 단정짓기엔 다소 힘들겠지만 만약에, 정말 만에 하나 부모가 아이를 깜빡하고 저멀리 떠나버린 상태에서 아이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 남아 낯선 이를 피한채 여태까지 기다리고 있던 거라면···· 이건 보통 상황이 아니에요!


“꼬마야, 이 언니가 오해하는 걸지도 모르겠는데, 부모님 지금 어디 계시니?”

“···”

“언니는 그, 낯선 사람이 아니야. 물론 아까전 일로 이상하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

“언니는 그저 널 도와주고 싶어. 그러니 경계를 풀어도 돼.”

“···· (고개를 돌리며)”

“부모님께서 널 두고 가셔서 지금 정말 걱정하시고 계실거야. 이 말이 틀렸다면 언니가 경솔한 거겠지만, 만약 맞다면 힘들겠지만··· 대답해줄—”


“!”


번쩍

달려오던 버스의 조명이 우리에게로 환하게 밝혔습니다. 곧 빛이 사그라들면서 흰눈이 다시 조촐하게 내린단 걸 깨달았을 때, 전 보았습니다. 소녀는 자신의 짧은 팔을 제게로 뻗고 있단 걸. 그때였습니다. 정류장 앞에 정거한 버스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곤 탑승객을 기다리고 있을때. 버스를 두번은 놓치고 싶지 않은 조바심 때문인지, 그저 학교갈때 물든 습관때문인 건지 몰라도,


그 아이의 손을 바로 낚아채곤 곧바로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삐빅, 학생입니다」

“기사님, 유아몫까지 부탁드릴게요!”


결국 저는 아이의 손을 놓지않은채 그대로 버스에 들어섰습니다. 저도 모르게 순간에 치우쳐서 앞뒤 생각없이 저지른 거 같네요. 이래도 괜찮은 건지; 하지만 그 아이가 제게 손을 내밀어 준 건 똑똑히 봤습니다. 물론 어린 나이에 낯선 사람에게 호의를 보이는 건 종종 있지만, 이 아이는 처음부터 달랐죠. 전까진 경계를 늦추지 않던 아이가 이번엔 손을 내밀었단 건, 그건 제 진심이 통한 동시에 말못할 사정을 표현하지 못해 여린 팔을 뻗어 도움을 청한 걸수도 있어요. 아니, 그럴거에요! 그럼 제가 소녀에게 해줄수 있는 건 무엇일까.


“(경찰서로 데려가는게 좋겠지. 분명 아이의 부모님께서 애타게 찾고 계실거야. 그럼 버스를 타고 곧장—)”


탁탁


잠시 서서 현 상황을 정리하고 있을 틈에 소녀는 어느새 잡던 손을 뿌리치고 승객들이 앉아있는 좌석들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허전해진 손이 그 소녀에게로 향했지만, 생각해보니 어린 애들이 버스 손잡이를 잡을수 없으니 앉아서 가야겠지요. 그래도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앉아계신 분 쪽으로 가는 건 좀··· 쉽게 비켜주지 않으실 것 같은데;


“꼬마야, 우리 서서 가자; 언니가 손 꼬옥 잡아줄게.”

“음? 아, 여기 앉으세요. 비켜드릴게요.”

“앗! 감사합니다, 왕자···· 어? 왕자님?”

“뭐, 왕자? 잠만 넌 누구····.”


그러고나서 얼굴을 가리고 있던 푹 눌러쓴 모자의 챙을 가볍게 올리시더니 바로 저희와 마주봤어요. 순간 깜짝 놀랐어요. 목소리를 잘못들은게 아니란 걸 증명하듯이, 왕자님이 제 눈 앞에 계셨으니까요!


“너, 넌 주은아? 네가 왜 여기에. (당황)”

“왕자님이야말로 어떻게 여기에?! 왕자님이 차를 안 타시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모습은 처음—!”

“소리가 너무 커. 여기 버스 안이야. 조용히 말해.”

“핫, 죄송합니다;”

“으음; 그냥,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온거야. 더는 묻지마. (단합인지 뭔지를 피해 딴데서 조용히 시간 보내려 했는데 이리 걸려버리다니···)”

“넷! 아니, 예.”

“그보다도, 이른 아침에 왠 애하고 같이 다니냐. 동생?”

“아, 그건···.”


왕자님의 물음에 선듯 대답하기 조금 망설였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 말에 의지가 되어 전부 방금 벌어졌던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했어요. 그러자 왕자님은 어깨를 살짝 들썩이며 다시 제게 물으셨어요.


“그렇다고 해서 모르는 애를 무작정 데려오면 어떡해. 아무리 말이 없어도.”

“하지만, 제게 손을 내밀어 줬거든요. 분명 말못할 사정이 있는 걸 거에요.”

“····뭐 그렇다고 치고. 이제 애를 데리고 어떡하려고?”

“아, 그래서 경찰서로 갈려고요. 아이의 부모님께서 가슴 졸이며 기다리실 거에요.”

“경찰서? 무슨 소리하냐, 너. 지금 가는 방향하고 완전 반대편이잖아.”

“네!? 정말요!? 이를 어째; 급하게 타느라 생각지도 못했어요;;”

“하아···. 다시 돌아갈 버스정류장은 마침 내가 내릴 곳에 그리 멀지 않으니까 사정도 익히 들었으니, 데려다줄게. 불만 없지?”

“예엣?! (깜짝) 그래도 사정이 있으시다—“

“싫으면 말아. 상관없으니까.”

“아니에요! 부디 저희를 데려다주세요!! (버럭)”

“야야, 조용히 하라니까.”


왕자님께서 같이 가주신다니 순간 놀라우면서도, 동시에 안심이 됐어요. 혼자 아이를 경찰서에 데려가는게 막막했는데 이렇게 길을 딱딱 잡아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었죠.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왕자님이 일어나신 자리에 아이를 앉혔어요. 그러자, 왕자님께선 같이 서있긴 불편하니 저도 착석하라 하셔서 우물쭈물 하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같이 착석했습니다. 아이가 참 순하고 귀여웠습니다! 그러자 왕자님께서 제 옆에 살짝 치우친 곳에 손잡이를 잡으셨어요. 내심 이유모를 섭섭함과 산뜻한 기분을 실은 버스는 시간이 지나, 도착지에 멈춰섰습니다.






<작은 상자 속 울지 않는 병아리>






한랭한 공기, 그에 줄어든 사람들, 한적해진 공간, 탁트이는 기분.


더불어 이른 아침의 시간이 인간들의 게으른 본성을 자극해 고요함을 유지해준다. 좋다. 그래서 아침 하늘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오늘도 떨어지는 눈들이 그런 하늘에 촘촘히 박혀 하늘을 가렸지만. 보잘것없이 땅에 녹아드는 눈송이들이. 하나하나가 먼훗날, 내가 태어나기 전, 태초부터, 들짐승과 가난한 이들에게마저 편견없이 반겨주고 거듭하며 찾아오기 때문이다. 눈이란 개념이 있기에 겨울이 있는 거다. 현대에 살아가는 전부가 태어나자마자 성탄절이 있었기에, 거리낌은 사라진지 오래. 여러 생명에 뜻이 서린 눈을 보는건 역시나, 지루할 따름. 강요받는 건 지루한 거다. 여타 즐길거리, 여러 범위로 조용히 스며들어 소리없이 강요를 해온다. 관심없던 자마저 끌어들이지. 그 자에 나도 포함된다. 마지막을 장식할 기념비적인 날은 질려가는 해프닝일 뿐, 그런 시각으로 보게 된 것이 안타깝다만 뭐가됐든 결과값은 항상 지루함.


“잠시만요, 기다려주세요!”


지루함이 흰눈이 되어 부추길때, 단발의 외침에 고요함은 찬찬히 깨져간다. 끝이란게 있는 이 세계 섭리답게 귀를 파고들어 저멀리 들려온 소리에 시간이 꽤나 지났음을 일깨워준다. 텅빈 공간으로 다가오는 무언가에 탄식을 하나, 때로는 세상의 자은을 둘러볼 준비가 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쿠당!


번쩍. 가까이에서 들린 맞부딪히는 소리에 또다시 적지않은 시간이 지났음을 상키시켜준다. 본분에 충실히 목을 돌려 의문과 맞닥뜨린다.


“으으··· 어쨌든 어서 일어나야. 어?”


옆에 있던 건, 어느 여고생이 혼자 자빠진 모습. 그게 보여진 전부였다. 그러자 나와 서롤 마주본다. 탐탁지않은 광경에 고정을 박아두려 한다. 기껏 마주한 그녀석(노오란)관 다른 시작이라 보긴 하다만, 역시나 별다른 특징이 없다. 전형적인 여고생의 모습, 그자체에 지루해진 난 다시 원위치로 고정. 그리고


“꼬마야?”가 언뜻 들려온 듯 하다만 흥미에 미치지 못하였다. 어느덧 눈이 잦아드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매일 박혀있던 생각을 새삼스레 입김처럼 피어오른다. 세상과 비빌정도에 ‘인간’이란 살아숨쉬는 난제에. 난 잠시 잠긴다. 조금 깊게. 그러나 인간은 이해불능이다. 책에 써있길 지능이 높다 판정되는 몇 안되는 생물만 꿈을 꿀수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최상위가 인간. 세상이란 진실과 꿈이라는 환상, 중립에 선 유일무이한 지성체. 환상이란게 아마 인간이 가진 유일한 장점이자 중심 난제라 볼수있다.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가 이루진건 ‘욕’. 욕은 기쁨, 슬픔등에 판가름하는 마음에 근본. 정작 욕은 변화에 도움이 안된다. 그건 날 보면 알 수 있다. 아이의 기본 욕구를 배제한, 오직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찾으러, 그로써 밝아진 낯빛이 연상되는 이상, 끝.


“언니는 그, 낯선 사람이 아니야.”


아, 계속 얘기하고 있어나 보네. 낯선 사람이라, 자신을 얘기하는 건가. 낯설다는 건 서로가 모르는 상태에서만 쓰는 말이지. 모른다는 건 진실이 뭔지 알 수 없어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들고. 이때가 아마 내가 가장 흥미를 가지는 순간. 하지만 상대가 너무 평범하여 외면했지만 지신이 직접 그런 말을 꺼내다니 왠지 흥미가 생겼다. 그럼 조금만 지켜보도록 할


“언니는 그저 널 도와주고 싶어.”


ㅇ? 도와주다니? 무슨 얘길 하는 거지. 이 또한 흥미는 생기는 걸. 쉽게 말해 이상은 이걸 두고 말하는 것이다. 모르는 걸 바라보며 새로운 상상에 빠지게 되는 것. 세상이란 거대한 시작과 끝이 이어지는 굴레 속에 생기는 수많은 의문들을 눈 안에 담기에 충분했다. 굴레속에 진실이 머릿속에 상상을 꽃피워 또다시 눈을 마주보며 생각한다. 저건, 걱정하는 눈? 낯선사람이, 날 걱정한다고? 아쉽게도, 잘못된 진실과 근접해 다시 고개를 원위치. 한숨을 쉬곤 애써 한쪽 손을 내밀어 오해의 표시로 손을 흔든다. 휙휙, 가라가—



번쩍, 찬란한 빛이 훅 들어와 내 이목을 가로챘다. 순간, 방금 느낀게 빛의 장난인줄만 알았겠는가. 아니었다. 팔에서 느껴졌다. 앞으로 끌려가기에 앞을 향해 보자, 언니? 여고생인 그녀는 당당히 내 팔을 잡아채곤 다급히 버스 안으로 들어간다. 이거야 원, 오해가 또다른 오해를 낳은건가. 오해로 짜집힌 진실들이 굴레의 원동력이 되어 아까보다 몇배의 생각들이 쏟아진다. 분명 안좋은 상황이나, 인상이 드리운 걸까. 흥미 또한 가속되어 간다.


삐빅, 소리를 듣자마자 이게 현실이란게 실감된다. 아무도 내게 돈을 갈구하지 않는 걸로 보아, 못 본 사이 누가 허를 채워줬나. 저 언니가 그랬을까. 아무튼 앉도록 하자. 창밖의 거친 흐름을 보고 현재를 만끽하자. 팍, 탁, 음? 뭘까. 분명 어디서 봤는데. 왠지 어색한 연극을 보는 것 같다. 우연한 게 얼마나 어색한데, 나만 그리 생각할까. 언니가 만난 저 남자가, 왕자라. 미숙한 뇌로는 이해하기에 한참 무리. 서로 대화할 틈에 그를 관찰할까. 다리에 붙은 벌레 밖에 보이지 않아. 정녕 왕자라고? 한번 때어보자.


?


때어내자, 마법이라도 풀린듯 뒷통수로 무언가 스친다. 콕콕 머리를 두드린다. 뒤를 돌아보니, 저 뒷편 승객 좌석에 선글라스를 낀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쳐다보고 있었다. 벌레를 바라봤다.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땐 거 뿐인데. 딱딱해. 들썩, ? 바라보니 어느새 그녀의 다리위에 앉아있다. 창가가 훤히 보인다. 오오, 바깥은 이와 같다. 바삐 돌아가는 창밖에 하얀 쉼표가 내려앉았다.


•••


“····길렀구나.”

“네? 뭐라고 하셨어요, 왕자님?”

“아, 머리를 묶고 다녀서 몰랐어. 길렀구나, 단발에서. (머쓱)”

“앗! 그, 그게 머리 자르기 귀찮아서, 가 아니라 추워서요! 단발로 다니기엔!”

“그래.”

“///“


···

문밖으로 쏟아져 내리는 눈발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강하게 빗발쳤고 그에 달려가는 승객 사이로 부여잡은 손들이 이끈 곳은 어느 슈퍼마켓 매장 안. 두남녀는 눈에 젖은 모자를 벗으면서까지 대화를 나눈다. 그전에, 잡은 벌레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연달아 오는 오늘 문제. 지루할 틈이 없다. 끝이 있기에 시작이 있는 섭리에, 벌레는 가까워진 문에 벌벌 떤다. 나가려고 머리를 부닥치는 벌레가 문뜩. 벌레에 굴레속에 흥미가 생긴 난, 그속에 나를 대입시킨다, 지잉.


“그나저나, 눈 엄청 내리네. 아직 대낮인데.”

“그래도 인근에 매장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래. 어쨌든 우산 사가자. 서둘러야지. (모자를 쓰며)”

“예! 꼬마야, 이제 안으로 들어가, 어?”

“응? 왜 그래.”

“아, 아이가 사라졌어요!!”

“뭐?”


귀에다 대니 확실히 들려오는 벌레소리. 어디로 그리 가려는가. 숨은 진실을 탐구하며 생기는 궁금증이 함께라면 눈발따윈 그저 지나치는 사람과 다름없지. 알고있는 건 따분해. 반면에 모르는 건 재밌지. 내 속은 그 축을 따라 움직여 형성하는 진실과 환상. 진동이란 진실에 기대어 가로질러 이상에 다다른다. 커져가는 진동, 커져가는 의문. 금새 꺼질지 모르지만, 타들어가는 건 멈출 수···· 어, 어?


“찾았다. 멀리 안가서 다행이네.”

“찾았어요?! 다행이다!”

“그러게, 잘 지켜봤어야지, 하아.”

“죄송해요! 언니가 한눈팔아서 미안해!”

“(응)”

“가자, 꾸물대지말-“

에취!

“많이 춥니? 어쩌지;; 왕자님, 잠깐 애 좀 봐 주시겠어요.”

“응? 왜?”

“아까 뛰어가다가 언뜻 저기서 약국을 본 거 같아요. 따뜻한 쌍화차라도 사올게요!”

“쌍화차? 그게 뭔ㄷ-“

“그럼 부탁드릴게요! (쌩)”

“야, 잠ㄲ—!“


그렇게 우산을 든채 눈속으로 서둘러 사라진다. 우리를 버려둔채 어디로 가는걸까. 방금 내가 재채기 한거 땜에 그런가. 그게 왜? 죄책감인가. 날 멋대로 놓은 죄책감? 아무것도 안했는데 죄를 짓게 한건가. 대신 가까이에 손을 내민다. 그 남자에게. 시작 다음에 끝, 그리고 시작. 엇나간 시작에 엇나간 손. 마지못해 잡은 그의 손이 이끌려 어디론가 들어간다. 정적속에 멈춰버린 벌레음. 그가 나지막히 말을 건다. 본다. 끄덕인다. 평소대로 해보기로 할까.


•••


"잘생겼다···! (소근소근)"

"어린애를 돌봐주는 건가. 자상하기까지, 보기좋다. (속닥속닥)"


삐리릭~♪


자동문을 열고 들어가자 따뜻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고서야 드디어 왕자님이 계신다는 곳에 도착헸다는 게 실감이 됐어요. 버스정류장까지 가서 이리저리 물어보고 다니느라 예상보다 훨씬 늦어진 것 같아, 애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 거 아닌지 온기에 풀려버린 기분보다 혹시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어요 왕자님이 전화로 위치를 알려준 곳을 찾아오긴 했는데, 왕자님은 지금 어디 계시지 하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유난히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겨습니다. 그러자 사람들 틈 사이로 왕자님과 아이의 모습이 비춰보였어요. 곧장 틈을 비집고 들어가 힘차게 왕자님을 불렀습니다.


“저기 계시네. 왕자님!”

“야, 쉿.”

“(쉿)”

“엣?”

“조용히 해. 그래서 이 책이 좋다고, 꼬마?”

“(끄덕)”


이런, 저도 모르게 방해를 했나 보네요; 제 큰 목소리에 반응한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그제서야 생각이 난 거예요. 아, 여긴 서점이었지, 참; 내가 놓친 탓에 애가 추워하길래 정신이 혼미해져 무작정 따뜻한 음료를 사러 간 사이에, 금방 친해지셨나 보네요. 아이도 건강해 보이고, 휴 다행이다. 그러고보니, 왕자님은 책을 자주 보긴 하시던데. 근데 애와 책을 읽을정도로 좋아하셨구나. 그럼, 책이 좋을까? 책이면 왕자님이 좋아해주실 수///


“야, 은아.”

“예옛?! (깜짝) 재밌게 보,보고 계셨어요ㅎㅎ;”

“? 아니 그보다. 이 애, 진짜 미아 맞아?”

“예?”

“아니, 아이 가방에서 폰 벨소리가 들리길래, 대신 받아봤더니 아이 엄마였어. 그것도 찾는 전화가 아니라 안부전화더라.”

“정말이요!?!”

“쉿. 그래서 수습했어. 길을 잘못 들은 애가 말이 없어 헤매던 중이라고. 위치 알려줬더니, 얘 친구 가족분들이 이리로 온데.”

“···”

“유괴.”

“정말 몰랐어요;! 내민 손을 잡고는, 어어? (혼란)”

“됐고, 조용히 기다리자. 1시간후에 온다니까. 다신 그러지마.”

“네···.”


으으, 얼굴이 후끈거렸어요. 추웠던게 싹 가실정도로. 나 혼자 착각한 거였다니···. 전 왜 이럴까요. 괜히 왕자님을 귀찮게하고 잘 가던 애를 곤란하게 만들어 버렸으니 까요.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난 왜···.


“네가 진심으로 애를 걱정했단 건 잘 알겠어.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마.”

“그래도···”

“쌍화찬가 뭔가는 어딨어. 놓고왔어?”

“예? 그건 가방안에 있어요(쓱) 여기요.”

“고마워, 따듯하네. 이제 너마셔. 애는 내가 따로 사줄테니까.”


“그리고 수고했어, 은아.”


두근, 순간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어요. 그저 제게 격려, 위로해준 거뿐인데, 왜 이러지. 넘겨주신 차의 온기가 제 마음마저 데피는 것 같았어요. 마치 마법에 홀린 것 처럼. 후로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어요. 생각나는건 책을 흝어본 거하고, 도로 주신 차를 마시지 않고 식을때까지 잡은 거하고, 책을 사시는 왕자님. 이제 나가시려는 왕자님. 왕자님, 왕자님, 왕-


“아리짱이다! 아리짱!”


문이 열림과 동시에 차가운 칼바람이 달아오른 얼굴을 스치면서 정신이 번쩍. 그리고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 쪽에 시선을 두니 한 아이가 이쪽을 보며 말을 걸어왔어요.


“아리도, 참. 길을 잃다니! 역시 노란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구나!”

“(아리? 이 꼬마의 이름인가)”

“어? 이 언니 오빠들은 누구야? 왜 아리랑 손잡고 있어?”

“아 우리는-“

“알았다! 아리짱하고 가족놀이 중이던 커플-“

“아니야!! (동시)”


그러고보니 왕자님과 난 아이의 양손을 잡고 서점에 나오고 있었어요. 아이가 오해할만 하겠네요; 커플이라··· 으으// 그리고 저희는 꼬마의 친구라는 ‘노오란’이란 아이와 그 부모님을 만나, 여러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들어보니 사실 아이혼자 친구네를 찾아가 놀려고 했던 거래요; (그래도 미아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에요) 이렇게 재회한 걸 옆에서 축하해줄때, 상대쪽에서 감사의 뜻으로 대접한다는데···


“(소근소근) 어떡하죠, 왕자님. 단합파티 시간이 다돼가는데요;”

“괜찮아. 안갈거야.”

“(!) 안가신다니, 왜요?”

“별로하고 싶지않아. 또 1-2명정돈 빠져도 돼.”

“그러면 반 애들이···”

“개인적인 사정도. 사실은 혼자있고 싶어서 한 말이었어. 이 다음 말은.”


“은아 너라면, 알 거라 믿어.”


그 한마디에 또다시 마음이 울리기 시작했어요. 나를 믿는단 건.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까요. 오늘따라 왕자님이 달라보여요. 폐끼치는 제가 무엇을 알았다는 걸까요. 수십번 되뇌여 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어요. 아니, 사실은 답을 이미 짐작하던 걸지도 몰라요. 다른 답만 찾으려 한 걸지도. 그래서 전 상대의 권유를 승낙했어요. 그러자, 걸음을 옮기신다. 원치않은 강요보다 다른 권유가 마음에 드신 왕자님, 맞았어요. 슬며시, 미소가 보인 듯 했어요. 기분탓일까요.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매장에 들어섰어요. 장난감 코너와 가지런히 정렬된 책들이 즐비한 장소. 아이들이 장난감을 둘러보면서 즐기고, 저희는 부모님들을 대신해 같이 놀아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할 떄. 왕자님은 귀찮아 하면서도 은근 애들을 잘 챙겨주시더군요. 살짝 귀여웠어요ㅋㅋ 그렇게 고생하시는 곰돌이 탈을 쓴 사람과 왕자님이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고 계실때, 전 멀찍이 책코네 서서 왕자님의 선물을 고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방문선물이 아닌 크리스마스 선물로써.


"(왕자님은 어떤 책을 읽으실까. 단편? 장편? 이런 거려나?)"

“내 선물은 좋은데, 그건 다 읽었어.”

“옛?! 눈치채셨어요?!”

“농담인데, 진짜였구나. 미안.”

“그/// 그러면! 이 『유채꽃』이란 소설은 어때요! (척)”

“그게, 난 장편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보다 나 화장실 갔다올게. 애들 잘 봐.“

“네넷! 그럼 『방공호』가 좋으려-(웅얼웅얼)“

“꺄아아! 이거봐봐! 이거 큐짱의 큐티클로야! 내가 진짜 갖고싶어 하던거!!”

“···”

“아, 아리네 부모님 깜짝 선물 준비 한다 했지! 다 했어?”

“···.”

“아리짱 쉬야 마렵다고? 알았어, 그럼 잘 갔다와!”


•••


탁탁


벌레가 윙윙 울리는 곳에 가까워진다. 가까워지니 벌레에서 진동이 확실히 느껴진다. 소리가 난다. 자세히 들으니 벌레한테 나는 소리가 아니다. 화장실 문 틈 너머로 들려온다. 띠로롱~♫ 한다음에.


“역시 절 만나고 싶었군요. 두번이나 접근하시다니 제 착각이 아니었어! 마이프린스~♥

“···?”

“이번엔 피하지 않을- 어? 프린스가 없어? 어라, 넌?”


이 사람이 튀어나왔다. 누구지? 어, 저 차림새는.


“계속 왕자님과 같이 다니던 꼬마? 잠만, 그보다 들고있는 그건!”

“(들고있는거? 아)”

“왕자님께 몰래 붙여둔 초소형 GPS를 왜 네가 갖고있는거지??”

“(GPS가 뭐지)”

“이리 내놔, 어서! 그거 당장-“

“유리애, 너 여기서 뭐하냐?”


화장실에서 나온 자칭 왕자라는 남자가 버스에서 본 선글라스하고 대화를 나눈다. 뭐지?


“프, 프린스♥ 우연히 만났네요~♥

“우연은 무슨, GPS? 하아··· 애 앞이라 심한 말도 못하겠고.”

“방금 그건 (내 손에 벌레를 낚아채며) 환청이에요! 정말요;;!”

“···그보다 넌 단합에 안갔냐. 외부인 허용인데.”

“그야 여기 쭉 계셔— 가 아니고 왕자님 선물 고르고 있었어요!”

“선물이라고? 그런건 원하는 사람에 마음이 담긴 거 아니면 안 받아. 예를 들어 추억이 깃든거라든지.”

“추억··· 추억이라면(!) 프린스도 참~♥ 오늘 주긴 곤란하니까 내일 뵈요, 그럼 안녕히! (추억이 깃든 사진♥)”

“(갔고오면 끝을 내버리자. 지긋지긋하다)”


추억. 그 한단어에 어디론가 가버린 은발 선글라스 여자. 추억이라 이 자체만으로도 마찬가진데. 현실을 보고 만들어낸 환상. 설령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도 누군가에겐 추억이란 환상으로 남는다. 추억과 꿈, 내게 필요한건.


「안내말씀 드립니다. 잠시후 불꽃놀이가 시작되오니 많은 관람바랍니다」


잠든 상태로 우린 평생 꿈을 꾸며 현실을 살아간다. 세상의 일각과 부딪힐땐, 고작 잠꼬대로 반응한다고 해야할까. 물론 비유법이다. 진짜는 이보다 크게 두드러지지. 모두가 완벽하진 않다. 서로가 부족하기에 욕이란 부조리에 휩쓸리며, 때론 전의가 상실할때가 있다. 이때는 짐승과 인간이 구분이 없다. 나쁜 뜻이 아니야. 원래 그런걸. 우리가 짐승과 인간을 나누는 기준은 실상없는 허상, 즉 이상. 이상은 흥미롭다. 제한된 현실에 생겨나는 무한함. 숨은 진실이면 누구든 이상을 가져, 하지만 아는 순간 질리게 돼. 그럼 추억은 어떻게 저장되지. 남겨진 진실? 포장된 이상? 틀려, 애초에 뒤틀어 보고있었다.


“왕자님, 무슨일로 전화로 부르셨어요?”

“그보다 다 골랐어? 내게 줄 거.”

“아! 그, 그건 여기요!”

“『보라색 눈의 악마』라··· 이거, 아니다. 고마워. (다읽었지만)”

“휴우, 열심히 고른 보람이 있네요^^!”

“자, 너도 받아. 선물.”

“네? 제 선물요? (깜짝)”

“그냥, 나름의 답례야. 고생했잖아. (쇼핑백을 건네주며)”

“그래도ㅋㅋ 쌍화차 정돈 그냥 주셔도 되는데, 왠지 화장실에서 빨리 안 오시더니ㅎㅎ”

“안 먹길래 조금, 신경쓰였어. 그뿐이야.”

“그, 그러셨구나// 어라? 또 안에 뭔가 있네요? 이건 목도리네요.”

“···목이 추워보이길래.”

“고, 고맙습니다! 당장 착용할, 앗! (떨어뜨림)”

“후, 한결같네. 자, 됐어.”

“···매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간직해. 성탄절에 여기다 또 떨어뜨리지말고.”

“····왕자님···?”

“다음번에 단 둘이 만나게 된다면, 왕자님이라는 호칭 대신 그······”


“이름으로···· 불러줄 수 있을까.”


펑펑!


현실은 우리와 부딪혀 끝내 지루함으로 사라지지만, 추억으로 남기는 건 보았던 진실이 아닌 이상의 종자로 저장되어, 끝없이 맴돌게 된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무한은 서로 다르단걸. 굴레라는 무한대 속에서 개개인이 형성된 욕구를. 진실과 이상은 굴레, 즉 하나였던 거다. 그런데도 서로 다른 지향으로 본 일그러진 시점들은 수많은 이점을 낳는다. 그러니, 알아도 영영 완벽히 풀어내지 못한다. 왜냐면 태어난 이유조차, 첫 시작조차 모르니까. 잊어라. 원초적인 해답도 못찾을 생명체는 알려하지마라. 안 나도, 모르는 너도. 나 자신만으로 충분한거다. 불꽃놀이를 즐기자. 당신이 만든 시스템속에 망각한채로, 다음을 즐기자.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