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ure : 4-dimension hypercube(tesse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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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상자 속에는 세계가 있다. 한없이 수 놓인 입방체의 격자 한 칸마다, 개인이 그린 각각의 세계는 아름답다. 모든 상자 속에는 한 사람뿐이었고, 나는 그 상자에 들어가지 못했다. 나에게는 네가 있었다.

 

우리는 공간의 여분에서 생을 보냈다. 하늘 어딘가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너의, 너는 나의 옷깃을 여미어 주었다. 가끔 햇살이 눈부실 때면 감싸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지고 바보 같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밤하늘을 보며, 상자의 변두리에서 우리는 상자의 꿈을 꾸었다. 나는 네가 있기에 좋았다.

 

너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언젠가 찾아온 당연한 균열을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지 않았다. 차갑게 식은 별이 더는 노랗게 보이지 않게 되자, 너는 상자의 모서리를 따라 사라졌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너를 잡지 못했다 아니 잡지 않았다 하찮은 욕심이었다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그렇게

 

낮이 가고 밤이 가고 해가 갔다.

 

문득 바라본 하늘에서, 무수한 정육면체의 자수(刺繡)가 일제히 북으로 나아간다. 나는 상자의 틈에 있기에 모든 장면을 전망할 수 있다. 투명한 겉면을 수도 없이 뚫고 비치는 푸름이 새롭다. 곧 상자들이 공간상에서 뒤틀려 어느 형태를 자아낸다.

 

하나의 굴절 혹은 반사 없이 세계는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고, 기존의 기호나 상징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 자체로 하나의 어떠함을 이루는 도형, 일견 무위의 질서를, 나는 입을 옴짝거리며 멀뚱히 응시한다.

 

시작점도, 도달점도 모를 그 풍경은 우리가 어렸을 적 놀이터에 모여 앉아 쌓은 모래성처럼― 순수하고도 여리게 보여서, 나는 그저 너의 안부를 되묻기만 한다.



//시로 올렸어야 했는데, 소설으로 올렸네요.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