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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오죽 반응이 없었으면 상금 걸고 대회를 엽니까?
이렇게라도 안 하면 아무도 안 읽으니 연 것 아니겠습니까.
이 안타까움이 창문챈의 현 좌표입니다.
저도 최근에 바빠졌다고 통 창챈 작품을 읽질 않으니 남 얘기하듯 하는 데엔 어려움이 있겠지만서도.

소설만 다뤘습니다.
시는 구태여 제가 독후감을 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차피 감상 안 써도 시는 잘들 읽습니다.
궤멸적인 조회수에 고통 받는 건 산문이죠.
수필은 나중에 할 작정입니다.
수필에 대한 감상이란 건 제겐 식견이 없는지라 조심스러워지네요.
저는 아주 게으른 녀석이니 [나중에] 란 문장은 [하지 않을 확률이 농후하다] 란 문장으로 받아들이셔도 무방하겠습니다.
물론 이 게시글 자체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또 모를 일입니다.
시나 수필 부문에 대한 감상 글도 하나 올릴지도 몰라요.

전체적으로 [평가] 보다는 [감상] 에 맞추어 작성하였습니다.
하기하겠지만, 제 코가 석자입니다.
남의 코가 기네 짧네 닦아야 하네 들이켜야 하네....
그럴 계제가 못됩니다.
뇌내 분위기는 프리토크 만담 정도로 잡고 자유로이 뇌까렸습니다.
서평이란 물건은 본디가 설렁설렁 쓰는 게 훨씬 재밌다고요.
읽는 쪽이나 쓰는 쪽이나.

서문이 길어졌습니다.
바로 아래부터 본문입니다.


*


<지우개밥 이야기>
1편2편

의인화! 언제나 풍자와 함께 놀아주는 훌륭하고도 자랑스러운 친구입니다.
작중 배경은 지우개 왕국입니다. 정확하게는, 지우개 '밥' 들의 왕국이죠.
왕도, 백성도, 기사도 전부 지우개밥들인 두개의 나라.
서로 다른 두 나라 사이의 갈등, 그리고 권력자들의 비열함.
나아가서는 백성들의 어리석음도 있겠군요.

'우민' 이란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 실재하지 않는단 말과 동의어는 아닙니다.
없다고 하면 두 부류 중 하나입니다.
태생이 거짓말쟁이인 분이거나 그 거짓말쟁이에 속고 계시는 분이거나.

아주 약간의 선동질로 속아넘어가 이성체임을 포기하고 원숭이로 회귀하는 인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른 게 우민이 아닙니다. 이게 우민이지요.
허균이 곱게 한 표현을 빌리자면 항민이고요.
우민과, 우민을 조종하는 지도자.
그리고 지도자는 어떻게 우민을 휘어잡는가. 그 비판. 우민의 말로.
좋은 풍자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독자로서 볼 점은 이 정도고...
창문챈에 저또한 활자를 배설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제가 이러한 의인화 계열 풍자를 쓸 땐 로망이 있어 시도는 해보지만 늘 실패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풍자는 현실에 가깝고 또한 현실에서 멀어야 하거든요.
현실에 너무나 가깝다? 그건 풍자 '소설' 이 아닙니다.
현실과 너무나 멀다? 그건 '풍자' 소설이 아니죠.
우습고 골계스런 창작물로 보이기 위해서는 현실과 멀어야 합니다.
꼬집고 비판하는 내용이 있으려면 현실과 맞닿아야 합니다.
이 괴리, 그리고 모순.
말인즉슨 어렵단 겁니다, 풍자소설 내 배경과 현실 사이의 거리감 조정은.
본작에선 모자람 없이 이 난이도 높은 과제를 달성했습니다.
부러웠고, 감탄스러웠네요.

폐채널답게 2편이 찬밥신세인 점도 괄목할 만한 포인트입니다.


*


<길의 종점>
<판도라의 상자>

글의 성격이 비슷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느낀 감상도 비슷하기에 묶었습니다.
둘다 운문에 가깝고 묘사 연습하는 장면 위주입니다.
글쓴이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 지에 대한 다짐이 엿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글이었던지라 혹평을 잠시 하겠습니다.
짧아도 임팩트 있는 글이 있긴 합니다.
분명히 짧아도 임팩트를 남기거나, 메시지가 확 와닿거나 하는 거 있죠.
아시잖아요? 헤밍웨이 6단어 소설.
[팝니다, 아기 신발. 아직 쓰이진 않은.]

세상엔 짧아도 마음에 꽂히는 글이란 게 있습니다. 
있긴 한데, 본작은 그와는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글자수가 적다 많다를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승전결의 문제지요.
글의 내용이라곤 이것이 저것했다. 저것이 이러했다....
이 내용 뿐인데 작품 내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와닿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수필이나 시로 밀어버렸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메시지 자체도 개개인의 마음가짐과 더 연관 있는 쪽이라 시와 더 어울리기도 하고.

악평은 이쯤 하겠습니다. 제 코가 석자인데 누구 걸 보고 혹평을 하는지 원.
다음 넘어가죠.


*


<미세먼지 나쁜 날>

요즈음에야 덜해졌지만 한창 미세먼지 심하던 나날이 있었습니다.
그땐 세상의 날씨가 두 종류 뿐이었죠.
비 오는 날과 미세먼지 많은 날.

잡설이 길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죠. 아래부턴 스포일러가 있겠습니다.

장르는 로맨스입니다! 뜻밖에 말이죠.
저 제목으로. 햐! 저 제목으로.
역시 뭐든지간에 멀리 볼 일입니다.
See Far.
씨팔이 아닙니다. See Far.
작품 내 급훈이었죠, 여주와 남주의 학창 시절 급훈.

미세먼지라는 주제에서 이렇게 꺾을 수 있는 것, 상당한 능력입니다.
그래요, 이런 능력으로 글을 써야 재밌습니다.
비꼬는 게 아닙니다. 진심이에요.
저 같은 작자가 미세먼지로 글 잡으면 허구한 날 날씨가 더럽네 어쩌네 신세한탄하는 찌질이 주인공만 나올 뿐입니다.
드리프트가 근래에는 부정적 의미로 인식되지만 드리프트 잘 치는 거, 그거 능력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작의 드리프트. 매우 준수. 아주 칭찬합니다.
역시 부럽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대한 짧은 서술도 소설 내부의 기승전결 구조 상에서 흠잡을 곳 없는 비중 배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과하게 많지 않고, 과하게 적지도 않고.
플라톤이 중용의 미라고 했죠?
아니었나. 아리스토텔레스던가요.
뭉뚱그려 고대 그리스라고 하겠습니다.
고대 그리스적 아름다움을 잘 본받은 과거 회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작품이 다소 애매한 시점에서 끊겼습니다.
제 예상으론 연작으로 구상했다가 반응이 안 좋아 1화만 나오고 만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이 아쉽기야 하지만 단편으로서도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저란 놈부터가 필력이 좋지 못하니 다른 글을 보고 어디가 안 좋다 어디를 고쳐라 못 하는 성격인 것도 있지만, 참말로 좋았습니다. 시츄에이션도 좋구.

그건 그렇고 여주를 그리워하던 와중 우연히 오는 연락.
그리고 옛 연인끼리의 우연한 재회.
참 낭만 있는 상황이더군요.
제게 오는 '김지영' 님 발發 보험회사 광고도, 부디 옛 연인의 연락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데 김지영이란 이름의 연인은 없었는데.
아니지, 돌이켜보니 연인 자체가 없었군요.
지금부터라도 구해봐야겠습니다.
되도록이면 김지영이란 존함의 소유자였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타협해서 '이지영' 이나 '박지영' 이란 존함까지는 봐주도록 하겠습니다.
전 외모만 예쁘면 장땡이거든요.


*


<화자가 정보의 신빙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수필이 아닙니다. 소설이에요.
이거죠. 메시지의 전달이란 최소한 이런 자격을 갖추어야지요.
길의 종점이나 판도라의 상자처럼 짧지만, 이야기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그럭저럭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평이하게 은근히 조금조금씩 끌렸다] 정도로 서술하겠습니다.
단어의 의미가 상충된다고요? 따지면 지는 겁니다.

1문단과 2문단의 유사성을 집어넣은 것은 본작과 같은 엽편이라야 크게 빛나는 서술법입니다.
엽편은 짧기에 재치가 빛나고, 짧기에 재치가 전부거든요.
좋은 재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