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에 꿈

 굉장히 덥다. 너무 더워서 뇌수가 코로 빠져나올 것 같다. 밖에서는 매미가 내 정신을 갈아버리고 싶은 듯 울고 있다.

 "맴맴맴맴맴맴맴'

 맴이라. 맴맴. 맴맴맴. 맴맴맴맴. 울음소리를 생각없이 듣고 있자니 우포늪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아주 명작인 시인데 시가 온통 의성어로 가득찬 시이다. 그러고 보니 그 시에는 매미 소리가 안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우포늪에는 매미가 살지 않는 걸까. 아니면 여름이 우포늪에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맴맴 맴---맴 맴 맴'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계절은 봄이다. 첫째. 따뜻하다. 꽃샘추위가 있어도 그 특유의 따뜻함이 있다. 둘째, 나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없다. 그래서 거의 모든 계절에 내가 앓고 있는 이 시대 최고의 완치 불가병, 그 이름하야 비염을 나는 달고 살기 때문에 그 질병에 구애 받지 않게 되는 기적적인 계절은 봄과 여름 밖에 없다. 셋째, 모기, 매미가 없다. 이게 가장 큰 이유다. 나는 정말 모기가 싫다. 어릴때는 모기 알러지도 있었는데다가 기적적으로 눈에 모기를 물리는 스펙타클한 경험을 해봐서 여름에 맞이하게 되는 모기는 질색이다.

 "매매매매ㅐ매매매ㅐ매맴. 찌르ㅡㄹ르르ㅡ르르르"

 매미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커지려는 걸까. 솔직히 생각해보면 17년을 땅에 박혀 있다가 짝짓기 한 번 해보겠다고 가열차게 여름동안 울면서 내 수면권을 빼앗는걸로 모자라 객사해서 길거리에 굴러다니다가 내가 밟아버리는 "맴"험을 하게 만드는 매미는 너무 염치없는 생물이 "맴---맴"이라고 생각한다.

 "찌르르르ㅡ르르ㅡㄹ즈르ㅡㅈ리ㅡㅡ지의아지ㅡ아ㅣ르"

 "맴"리고 그렇게 우는 것도 결"맴" 우리를 괴롭힐 "매---앰"을 낳기 위"맴" 짝짓기를 하는 것이다. 너무 한거 아닌가. "찌르르르ㅡㄹ" 보니 아까부터 매미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주변"매 -- 매  ZZl르르"릴 정도다. 더워 죽겠는데 "맴--맴"은 왜 고장나가지고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걸까. 그것보다 뭔가 이상하다. "매매ㅐㅁ매매매ㅐ매맴"이 이상할 정도로 가"매ㅐ맴" 있다. 

 "....."

 아. 겨우 조용해졌다. 방에 있는데 속이 뒤집어질 정도로 소리가 커지다니. 도대체 이놈의 벌레들은 왜 쉬지도 않고 우는 걸까. 조금 쉬워도 종족번식 정도는 할 수 있을 텐데. 안 그래도 더워 죽겠구만.

 "....."

 ... 밖이 너무 조용하다. 괴상할 정도로.

 "매멘ㅁ앤ㅇ맨엠ㄴ앰네앰내ㅔㅁ내ㅔㅁ내ㅔ엠내에"

 "ㅐㅁ내애ㅐㅁ냄내ㅐ매ㅐㅐㅁ애" 안된다. "ㅇㄴ매ㅐㅐㅁ내애ㅐㄴ맨매ㅐ찌르르ㅡ르ㅡ르"리고 있다. "매매매ㅐ매매매"지진 "맨매ㅐ애ㅐ매드드드ㅡ드드드드드ㅡㄷ드ㅡㅡ드드드드ㅡㅡ드드드ㅡ드드드ㅡ드드드 쿠구구구ㅜㅜ구ㅜ구구우ㅜ구구ㅜ구구ㅜ구구구구ㅜ구구구ㅜ궁."



... 오장육부가 뒤틀릴 것 같다. "드드ㅡ드드ㅡ드드드드ㅡ드드"걸 까. "드ㅡ듣드드드드드드ㅡ듣드ㅡ듣"동이 라는 건 배웠지만 겨우 매미 우는 걸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ㅡ드드드ㅡ드"줄은 몰랐는데.  어떻게 이런"드ㅡ드드드드ㅡ드드드ㅡㄷ" 있을까. 머리에서는 피가 배어"드드드ㅡ드드드드ㅡ드듣"는 콘크리트에 깔려 움직일 수가 없다. "드드드다드ㅏ다ㅡ다다ㅡ다드ㅏ드ㅏㅡ다ㅡㅏ드드다ㅡ"발제발제발. 잠시만 멈춰. 제발"드ㅡ드드드드드ㅡ드드드드ㅡ드드드ㅡㄷ"제발. 

 "....."

 아. 신이시여. 드디어 망할 괴물놈이 멈췄다. 도대체 뭐가 원인일까. 뭐가 저 매미를 "드드드드드드ㅡ드듣"하게 만든 걸까. 과연 매미만 저렇게 된 걸까?

 "후우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웅"

 아. 젠장.젠장.젠장. 제발 저게 저렇게 됐을거라는 상상은 정말 최악의 상상이였는데, 마치 헬기가 뜬 듯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드드ㅡ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퍼억!"

 무언가 육중하게 꽃히는 소리. 거대한 진동은 사그라들고 무언가 빨아들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 듯 하다. 저렇게 커져서야 겨우 사람크기정도에게서 피나 체액을 얻는 건 의미 없을테니 매미를 빨고 있는 것 같다. 잠시후, 다시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위에 있는 매미는 죽은 것 같다. 나는 다리가 아작나버렸으니 아마 여기서 나가는 건 무리겠지. 갑자기 땅이 갈라지는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쿠구구ㅜ구구궁"

 땅이 울린다. 빠르고 확실히 땅이 갈라지고 있다. 까먹고 있었다. 땅에도 커다란 군집을 이루고 사는 벌레가 있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 얼마 안있어 검고 매끈한 무언가가 땅에서 솟아 올라온다. 집게. 개미의 집게다. 그리고 그 집게는 빠르고 강하게 내가 깔려 있는 잔해채로 나를 깨물었다.



 알람은 아직 울리기 10분 정도 전이지만 온몸이 땀에 젖은 채 나는 눈을 떴다. 오랜만에 섬뜩한 악몽이었다.

 핸드폰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듣고 있던 ASMR이 괴상한 곤충 ASMR로 자동재생되어있었다.

 "띠띠띠띠 띠띠띠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