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고 수많은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어둡고 차갑고 고요하던 날들이 지나가고 밝게 빛나는 따스한 날들도 이젠 과거의 유산일 뿐입니다.


내가 그리 오래 살아본건 아니지만 미숙하게나마 나의 미래 정도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눈을 감아 머릿속에 그려본 내 삶의 무대는 어둡습니다. 가장 찬란하고 아리따울 나의 이십대 초반은 어둡고 스산하기만 합니다.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오고 이글거리는 스테인글라스를 통해 내다본듯 일그러집니다. 저 스테인글라스에 그려진 십자가의 예수는 나를 안쓰러이 내려다볼 뿐입니다.


신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신은 그저 세상을 차갑게 관음할 뿐이고 우리는 처량하게도 돌아보지 않을 신에게 기도할 수 밖에 없는 문드러진 죄인일 뿐입니다.


인류는 서로를 지키고 아껴주어야 합니다. 나에게 수많은 화살과 비난이 날아왔고 내 살점이 뜯기고 잘려나갔지만 나는 인류애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유로울 권리가 있고 또 자비를 베풀 권리가 있습니다. 자유와 자비란 우리가 전능하지 않기에 할 수 있는 우리만의 특권입니다.


여기, 당신의 눈 바로 앞에 당신의 자비와 선처가 필요한 어린 존재가 있습니다. 한평생 짓밟혀 왔으나 이젠 다시 일어나려 하는 작은 풀한포기와 같습니다. 이 아이에게 밝은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신도 부모도 아닌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의 손끝에서, 이 아이의 미래가 결정됩니다. 당신이 종이에 4급이라는 글자만 써준다면 이 어린 양의 인생은 한결 밝게 빛날 것입니다. 


제발… 제발 4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