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몇 이파리들은 땅으로 떨어져 갈잎이 되었습니다.

 손으로 살짝만 쥐어도 바스라지는 연약한 몸을 가져서 건드리기 무섭습니다.

 저 친절한 간들바람은 낙엽과 함께 이리저리 춤을 추면서도 혹여 다칠세라 중간중간 가만히 멈추곤 합니다.

 저 바람같은 마음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 마음은 갈바람처럼 메말라 있는 것만 같습니다.

 왜바람처럼 이리저리 방황합니다.

 저 간들바람처럼 산들산들 불어주고 싶지만, 제 마음은 한데 모여 호요바람으로 나올 뿐입니다.

 마음에 슬픔이 가득하지만 절망은 아닙니다.

 저 친절한 바람은 나의 우상이지만, 저의 지향점은 아닙니다.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바람들도 서로 다른데, 우상과 어찌 같아지길 원하겠습니까.

 제 바램은 그저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가 다르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