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4월 10일, 한성 예식장

황실 예복을 입은 이우와 무지개색 드레스모양의 한복을 입은 신혜윤이 예식장 중앙을 거닐고 있었다. 양 옆에선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해주고 있었고 그 사이엔 광화제와 황후, 육군과 해군 장성들도 있었다. 주례는 이우의 형, 이건이 직접 봐 주었다.

''신랑 대한제국 황태자 이우는 신부 신혜윤을 혼백이 되어 이승을 떠날때까지 사랑할것을 맹세합니까?''

''예, 맹세합니다.''

''신부 대한제국 황태자비 신혜윤은 신랑 이우를 백골이 되어 넋이 이승을 떠날때까지 사랑할것을 맹세합니까?''

''예, 맹세합니다.''

''그럼 신랑, 이제 신부에게 키스하세요.''

이우는 혜윤의 입술에 키스했다.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이 온기로 전해졌다. 뒤이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아마 두사람 모두 생에 가장 특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행복이 오래가지 못할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1940년 5월 7일, 운현궁

이우는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신혜윤은 잠시 외출중이었다. 그때 부관이 문을 열고 뛰어들어왔다. 어찌나 급하게 들어왔는지 숨을 거칠게 쉬었다.

''헉헉.....전...전하! 큰일났사옵니다!''

''대체 무슨일이기에 그러나?''

''황제폐하깨서, 황제폐하깨서...!''

''아바마마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

이우는 긴장했다. 평소 부친의 지병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부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깨서, 승하하시었나이다...''

''뭐라고?!!!!''

1934년 5월 8일, 광화문광장

대한제국 전국은 비통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광화제 이강은 제국의 부국강병에 힘썼고, 늘 백성을 아꼈으며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성군이자 명군이었다 . 그런 황제가 승하하자 제국 만민은 비통한 감정에 젖어들었다. 

''오라버니...흑흑..''

''형님...어찌 저희만 두고 이리 빨리 가시옵니까?''

황제의 죽음은 비단 국민만의 슬픔이 아니었다. 황실은 물론이요 모든 정당과 의회, 군부도 애도를 표했다. 이우는 억장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자신을 믿어주시던 아버지가,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아버지가 이렇게 한순간에 죽자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할수 없었고, 눈물이 끝없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안타깝께도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여보! 여보! 흐으윽... 윽...''

''황후마마!의사! 의사 어디있나!빨리 마마를 모셔라!''

결국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황후가 졸도했다. 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정신을 잃은 황후가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우는 절망했다. 아버지를 잃은지 얼마나 됐다고 어머니마저 정신을 잃는단 말인가. 이우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어마마마! 아바마마!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