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왠지

사랑이 하고 싶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봤습니다.


그대는 왠지

창가의 햇살 아래

곤히 잠든 채

앉아 있었습니다.


그대의 눈이, 그 감긴 눈이

내겐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는 그만 그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이란 건

자각하기도 전에

나의 마음을

온통 그대로 채워


어느새인가

그대 옆에 선 나는

책 대신 그대

그댈 보았습니다.


이제는 가을색 머리칼이

내 눈 앞을 스치기만 해도

나는 그대임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대의 음성

그대의 웃음소리

저 멀리서도

내 귀를 간지럽혀


내 머릿속을

잠들기 전까지도

그대로 채워

나를 독점합니다.


나를 즐겁게, 나를 떨리게

그대는 내게 장미인 듯이

美禰子인 듯이

너무나 매혹적입니다



하지만 그대는

내가 떠들어도

내가 잠들어도

내가 햇살 아래

웃고 있을 때도

내가 비에 젖어

떨고 있을 때도

눈길 하나 주지 않습니다.


이따금 나는

너무나 서운해져

그대를 더는

사랑하지 않으려


그대를 더는

보기 싫어 하지만,

그대 웃음에

결국 빠져듭니다.



언젠가 그대

내게 눈길을 주면

나는 너무나

기뻐서 그날 밤에

잠 못 들지 몰라요.


그리고 그대

혹여 내게 웃으며

말을 건다면

나도 활짝 웃으며

대답을 하겠어요.



그리고 만약

그대가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나는 그대에게로

달려가 말할래요.


그대의 눈동자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대의 긴 머리칼이 너무나 눈부셔서

그대의 목소리가 너무나 간지러워서

그대의 웃는 얼굴이 너무나 달콤해서

나는 어느샌가 그대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아니, 그냥 간단히 말하렵니다.




「사랑합니다, 열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