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구닥다리 PDA에 소녀가 밤새도록 기다리던 소식이 왔다.

소녀는 충혈된 눈을 비빈후에, PDA의 화면을 천천히 본다.

”제발… 제발… 이번에는….“


’K사 1차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

헨리 스미스

니콜라스 준이치 

클아라 클로로퀴름

스칼렛 벤담‘


소녀의 이름은 이번에도 없다.

소녀는 눈을 비비고, 비비고, 또 비빈후에 글자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시 보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소녀는 그 날붙이라고는 연필깎는 칼과 실습용 메스밖에 잡지 않아본 가녀린 손으로 나무 책상을 여러번 내리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머리까지 나무 책상에 박는다. 

소녀의 손은 피로 가득찼고, 소녀의 이마와 얼굴도 그러하다. 

곧이어 소녀의 눈에서도 피가 나오기 시작하며 소녀는 피곤함에 정신을 잃는다.


다음 날, 소녀는 하숙집 주인의 발길질에 눈을 뜬다.

소녀가 발길질을 무시하려 하여도 발길질은 사정없다. 

“방세 내는 날이다. 레니.”

소녀는 비틀대며 일어난후에 최대한 순수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오늘이에요? 일주일 뒤 아니었어요?”

집주인은 뒷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어 대충 읽은뒤 말한다.

“모르는척 하지 마렴. 니년이 아무리 멍청해도 날짜를 헷갈릴 정도는 아니잖니? 돈을 내놓든지, 아니면 이 방에서 꺼져.“

“오늘이 23일이니까… 25일 되면 부모님이 하숙비 보내주실 거에요. 그때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집주인은 그 편지를 뒷주머니에 넣으려다 다시 꺼내 레니에게 건낸다.

“소리내서 읽어봐.”

소녀는 무언가 잊은것을 기억한듯이, 동공이 떨리며 그 편지를 받는다.

“ㄹ..레니야... 아무래도 더…더…이상의 지원은 어렵겠구나… 우리도 더 이상 너의 꿈을 위해 우리의 현실을 무시하기 힘들어서 말이다… 그..“

하숙집 주인은 편지를 그녀에게서 다시 빼앗은뒤에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놓는다.

”12시간 안에 방 빼. 뒷골목의 밤때 던져서 죽여버리기 전에.“

그렇게 말한뒤 집주인은 문을 큰 소리가 나게 닫고 나간다.

그가 나가자마자 소녀는 쓰레기통을 뒤져 편지를 다시 펴 읽어본다.

‘…그리고, 넌 10년동안 우리의 돈만 축내고 있었다. 니 동생인 브란테보다 너가 더 나은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어. 너가 아무리 때를 써도 널 그 입시촌에 보내는게 아니었다. 너때문에 우리는 더이상 조직에 보호비도 상납하지 못해 도망자 신세란다.

다시는 우리 곁에 돌아올 생각하지 마라. 그 잘난 꿈을 믿고 살아보거라.’

그걸 읽고 소녀는 그자리에 멍하게 있었다. 

편지지는 힘이 빠진 그녀의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아니, 이대로 가만히 쫓겨날순 없는 일이었다.

멍하게 쓰레기통 앞에 무릎을 꿇고있던 소녀는 갑자기 일어나 방문을 열고, 아직 하숙방에서 멀리 가지 않은 하숙집 주인에게 매달렸다.

”1년만 더… 1년만 더 부탁드릴게요.. 염치 없다는건 알아요. 하지만… 저는 여기 벗어나면 갈곳이 없어요. K사 입사시험 합격만 하면 1년치 하숙비 정도는 금방 갚아요. 그러니까 제발요. 1년만 더..“

하숙집 주인은 코웃음을 치며 소녀를 걷어차 반대쪽 벽에 부딫히게 만든다. 소녀는 아픈것도 잊고 다시한번 달려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하소연한다. 집주인은 귀찮은듯 뿌리치다, 좋은 생각이 난듯 갑자기 찡그린 얼굴을 빙그레 웃는 얼굴로 바꾼다. 소녀는 갑작스러운 집주인의 표정변화에 당황한 눈치다.

“좋아. 상황이 불쌍해보이니까 1년정도는 연장해 줄게. 단 조건이 두가지 있어. 첫번째는 취업할겅우 월급의 10%를 나한테 줘야한다는거고, 두번째는…“

집주인은 쓰러져 있는 소녀에게 다가가, 팔을 잡아당겨 얼굴을 그와 마주보게 만들며 말한다.

“너는 얼굴도 그렇고 피부도 그렇고 쥐 치고는 참 좋더라고… 니가 내 첩이 되어야겠다. 오늘부터.”

그렇게 말하고 나서는 소녀의 옷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