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규정 위반으로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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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김정철, 전청아, 김성희, 산양, 그리고 일부 삼 왕국의 병사들이 드워스터 레나에 의해 쓰러진 김미영 팀장을 보고 공포감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자 크립토 윌 가동은 전면 삭제되었고 처음부터 다시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자, 그럼 누구부터 처리해줄까?"
드워스터 레나가 크립토 윌을 가동하려던 김미영 팀장 쪽을 향해 스윽 쳐다보았다. 매우 위압적이어서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 때 무리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그는 마왕성의 최측근인 쿼티 나스호르였다. 또한 그는 지금 루티온과 함께 싸우고 있는 미르를 마왕에 소개해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보지 말라고. 네가 상대할 자는 바로 나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쿼티 나스호르는 기습적으로 드워스터 레나에게 일격을 가했다. 마왕의 최측근답게 엄청난 파워였다. 드워스터 레나는 간신히 그동안 군대에 있었던 짬과 실력으로 막아섰다. 실력을 보아하니 처리하는 데 오래 걸렸던 엑셀시온 왕자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
드워스터 레나가 바로 반격했다. 나름 강력한 한 방이었지만 쿼티 나스호르 또한 그 공격을 막아내었다. 그도 그녀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 사이에 거대한 교전이 펼쳐졌다. 마법이 오가고 검이 오갔다. 그 파장과 소음이 작렬해 주위를 덮었다. 마왕성의 마왕의 최측근과 헬드레이크의 마계 최강의 싸움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와중에 어느샌가 일어난 김미영 팀장이 크립토 윌을 빠르게 가동하려고 했다. 드워스터 레나가 목표를 포착하고 김미영 팀장을 향해 마법을 날렸다. 그러나 금새 그 마법은 쿼티 나스호르에 의해 막혀버렸다. 김미영 팀장은 쿼티 나스호르를 전적으로 믿었는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크립토 윌을 재가동시키는 데에만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장의민 기관사가 아직도 널브러져있었고 그 주변에서 검열 등이 절대자를 쏘면서 방어에 나서고 있었다.
어느새 완성률은 60%. 이대로 가다가는 쿼티 나스호르를 처치하기 전에 세계가 멸망할 것이었다. 싸우는 자의 본능으로 위험을 직감했다.

"이것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드워스터 레나가 결국 흑마법 혼령마법을 쓰고자 했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치열하게 공격을 막아내면서 근거리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숨어 주문을 외웠다. 몸을 보지 못하게 하도록 마법을 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는 쿼티 나스호르 외에는 대적할 만한 마법을 가진 자가 없어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뒤이어 흑마법이 발동되자 드워스터 레나의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었다. 드워스터 레나는 귀신처럼 날아가 쿼티 나스호르의 몸에 들어갔다.
"뭐야, 이건?"
쿼티 나스호르의 시야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없어지더니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의 귀에 의문의 음성이 또렷이 들려왔다.
"안녕? 내가 누구게?"
"누구야, 누구냐고!"
드워스터 레나가 '크하하하, 으하하하핫'하며 음흉하게 웃었다. 최대한 사악하고 압도적으로 보여야 했다. 쿼티 나스호르는 더욱 큰 혼란에 빠졌다.
"내가 누구냐고? 글쎄, 누구게?"
"누군데 씨발!"
"힌트 좀 줄까? 지금 네가 왜 나랑 싸우는 지 알아?"
"당연히 삼 왕국에 경의를..."
"글쎄? 대체 왜 전혀 다른 행성의 마왕성이 삼 왕국에 경의를 표해야 하지?"
"그건 당연히 크립토 ㅇ..."
"쯧쯧. 아직도 모르는 구나. 힌트를 더 주지. 나는 본래대로라면 너를 여기서 죽여야 했다."
"그럼 설마...!"
쿼티 나스호르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무의식적으로 멈칫하고 뒷걸음질쳤다. 드워스터 레나는 그 틈을 재빨리 포착했다.
"이제 알겠냐? 그래, 너는 그저 도구일 뿐이지. 삼 왕국의 필요해 의해 쓰이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죽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줄 도구. 사실은 내가 지금 너를 죽이고 마왕성의 세력을 약화시켜야 했지만, 잘 생각해보니까 나도 도구란 말이지. 그래, 기회를 주마. 저들을 죽여라! 그리고 너는 도구에서 벗어나는 거다! 어때, 복수는 해야 하지 않겠어?"
이 말은 당연히 드워스터 레나가 임의로 지어낸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이 혼령마법은 피시전자의 기억을 볼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음모 등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삼 왕국의 도구인지 혈맹인지도 당연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는 쿼티 나스호르를 교란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술책이었다. 그는 그것을 믿었다. 자기정체성이 무너졌고 지금까지 믿고 충성했던 것이 부정당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았다. 대체 삼 왕국은 어째서 검열과 마왕성과 김초은과 전청아를 끌어당겼단 말인가? 그럴 필요가 있었는가? 가만보니 김초은은 작전에 실패하자마자 버림받지 않았던가? 그리고 애초에 크립토 윌의 세계가 더 낫다는 말이 맞는가?
쿼티 나스호르는 심한 충격에 빠졌다.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서로 충돌하고 서로를 쳐부셨다.
"그래, 죽여! 저들을 죽이란 말이다!"
쿼티 나스호르는 이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마왕성의 최측근이었던 자신을 도구로 삼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쿼티 나스호르가 몸을 틀어 크립토 윌을 가동하려는 김미영 팀장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쿼티 나스호르가 그들을 향해 반기를 들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쿼티 나스호르가 바로 팔을 들어 마법을 시전했다. 강력한 마법이 대로변을 가르며 군단을 습격했다. 그러나 그들은 본능적으로 방어마법을 걸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씨발 이게 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무리들 중 가장 고급 마법을 쓸 수 있는 전청아가 쿼티 나스호르에 따지듯이 아득바득 소리질렀다. 쿼티 나스호르가 어금니를 갈며 격노에 찬 중저음으로 말했다.
"감히 나를 이용했겠다. 너희들을 용서치 않을 거다."
"아니 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
전청아를 향해 돌 마법이 날아들었다. 다행히 전청아는 피했지만 주변의 건물 하나가 반파되었다.
"우리 같은 편이야! 아군을 왜 치는데?"
"뭐? 같은 편? 글쎄다? 너희들은 나를 도구로 썼을 뿐이잖아!"
공격이 다시 전청아 쪽으로 집중되었다. 병사들도 방어에 가세했으나 마왕의 최측근을 겨우 8강 진출자인 전청아 따위가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전청아가 돌을 맞고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다. 돌이 어깻죽지를 관통해 피를 흩뿌리며 뒤쪽 건물을 무너뜨렸다.
"생각해보니까, 크립토 윌이 세상을 구한다고? 삼 왕국이 세상을 구한다고? 하, 어림도 없는 일이지! 그건 그저 허상일 뿐이었어! 진실을 마주하라고!"
쿼티 나스호르의 공격은 절대자를 튕겨낼 정도로 강력했다. 절대자를 가지고 있는 검열이 공격이 먹히지 않자 당황했다. 검열는 이민에게 무기를 뺏겨 아무것도 하지 못함에 분개했다.

드워스터 레나는 영혼상태로 이 개판을 보며 흐뭇해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그녀의 계략에 넘어간 쿼티 나스호르의 포효에 병사들이 점차 진실을 깨닫고 있었다. 핵심인물들은 아직 미동이 없었지만 그들 중 딱 두 명은 흔들릴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 둘은 바로 검열 인력사무소 소장 김정철과 삼 왕국에 반기를 든 과학자의 딸 검열이었다.
드워스터 레나가 때를 보고 검열의 몸에 들어갔다. 검열의 눈앞이 점점 어두워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드워스터 레나가 그녀를 회유시키기 위해 그녀에게서 기억을 뽑아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언가 진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그 정보들을 바탕으로 거짓되지 않은 이야기를 검열에게 들려주었다.
"너희 아버지는 말했지. '삼 왕국은 겉으로는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그 실체는 감히 상상도 하기 끔찍한 괴물적인 존재다. 그들의 음모에서 벗어나야 해.' 그리고 너희 아버지는 그들에 대항하기 위해 절대자와 관리자 옵션 등 여러 무기를 개발했지.
그런데 삼 왕국은 당연히 그런 너희 아버지를 가만두지 않고 습격했지. 무기는 그들에게 탈취되었고, 사용법까지 넘겨주지 않기 위해 너를 지구로 보내고 아버지 본인도 어딘가로 도망쳤지. 그러나 삼 왕국은 끈질기게도 너를 회유하여 세력에 편입시키고 결국 사용법을 알아내었다. 너는 너를 금지옥엽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아버지를 등져버리고, 그리고 지금은 아버지의 뜻을 완전히 짓밟아 뭉개버리기 한 발자국 전이지.
그래, 그동안 너는 어떻게 했지? 과연 네가 한 선택이 네가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한 것일까? 아니, 그 선택은 삼 왕국을 위함이고 파멸과 불행을 위함이지."
검열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듯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
 

한편, 과학자는 믹스커피 상자에 든 검열이 이끄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계속 구역질을 하고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 측은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에 미안해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기하던 검열에게 검열을 넘겼다. 살려달라고 하는 검열의 절박한 외침을 들은 검열이 어느 골목길로 빠져서 그렇고 그런 짓을 한 후에야 검열은 겨우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검열의 거대화가 시작되자 과학자는 미르와 루티온이 싸우고 있는 전장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했다. 이민, 이한서, 카일라, 검열, 검열도 그의 뒤를 쫓아 따라갔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과학자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리타이어한 갈릴레우가 길바닥에 누운 채 이스밀라에게 빈약한 응급처치를 받고 있었고, 루티온은 미르의 기세에 말렸는지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미 여러 곳에 생채기가 나고 옷이 뜯겨나간 지 오래였다.
과학자가 그를 찾으러 왔던 5인조에게 물었다.
"저거 해결할 수 있어?"
"당근이지."
카일라가 평소대로 인간을 깔보는 어조의 반말을 하며 운석마법을 시전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카일라는 무효화의 목걸이가 발동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효화의 목걸이가 발동되서 마법을 쓸 수 없어."
"그래?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처치할 수 있는 다른 사람?"
그 때 이민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제가 한 번 해볼게요."
"그래? 그럼 맡긴다!"
이민이 그 동의와 동시에 미르에게 달려들었다. 과학자는 그걸 확인하고 무리 중에 있을 코더를 찾아나섰다. 비트립 병단에게 행방을 묻고 인파를 헤집었다. 그러자 군중 속에서 루티온을 응원하고 있는 살인체스 일행을 볼 수 있었다.
"코더!"
"아니, 어떻게 제 이름을?"
"나는 너에게 관리자 옵션을 준 과학자다. 빨리 열어 봐!"
과학자의 목소리에서 다급함과 절박함이 절로 느껴졌다. 그러나 코더는 난감해했다.
"그게, 무효화의 목걸이인가 뭔가 때문에 못 열어요."
"그건 또 뭔 일이야?"
"사거리 내의 모든 마법을 무력화시키는 거에요. 우리 쪽이 마법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적어서 활성화시킨 거래요. 그래서 지금 검으로 교전하는 거고요."
과학자가 코더의 말을 듣고 절박하게 말했다.
"그 목걸이 당장 해제하라 그래! 해제시켜야 이길 수 있어!"
"진짜 이길 수 있어요?"
"장담할 순 없지만 충분해! 시뮬레이션 결과 이게 가장 성공 확률이 높았으니까!"
"그럼 믿어볼게요. 얘들아, 가자!"
옆에 있던 머루, 레드, E가 당장 달려 무리를 헤치고 나아갔다. 저 멀리서 루티온 대신 이민이 미르와 싸우는 장면이 보였다. 가만히 보니 미르가 이민의 페이스에 말리고 있었다. 이민은 상대가 강할 수록 데미지가 더 강해지는 한배도를 소지하고 있어서 미르같은 강적을 상대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루보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어서 무효화를 해제하라고 했다.
"루보! 그거 꺼!"
"안 돼. 이거 하면 바로 공격 날아온단 말이야."
"과학자 님을 만났어. 이거 꺼야 이길 수 있대."
"진짜?"
루보가 비트립 단장을 보고 눈빛교환을 했다. 비트립의 승락이 떨어지자 바로 무효화의 목걸이를 비활성화시켰다.
"그래, 진짜야. 내가 과학자다. 그걸 꺼야 이길 수 있어."
"알았어. 그럼 끈다."
미르는 그 순간 마력을 다시 느꼈다. 무효화가 풀린 것이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깨달았다.
미르가 바로 이민에게 흑마법을 날렸다. 그러나 이는 이민의 은가비에 의해 막혔다. 미르는 오히려 역으로 한 방을 먹었다.
바로 카일라가 마법으로 미르를 상대했다. 이미 마왕성 공략전에서 한 번 이긴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자신있었다. 미르는 근거리 공격만 가능해보이는 이민을 뒤로 한 채 더 위험해보이는 카일라에 집중했다.
한편 마법이 가능해지자 적군들도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카일라는 수적 열세에 밀렸지만 재주껏 지지 않고 싸우고 있었다.
한편 코더는 무효화가 풀리자마자 관리자 옵션을 열었다. 과학자가 입력창을 잡더니 무언가를 빠른 타자로 입력했다. 그러자 그 창의 소유권이 다시 과학자에게로 돌아갔다. 코더는 역시 원조 제작자라며 감탄했다.
과학자가 바로 그 자리에서 명령어를 열심히 타이핑했다. 뭔가 이상한 짓을 한다고 적군들의 안중에서 벗어나있던 그가 명령어를 신속한 손놀림으로 발현하자 순식간에 적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제 남은 것은 미르밖에 없었다.
미르는 카일라와 교전하면서도 후방에서 이민이 달려오는 것을 막아야했다. 이와중에 이스밀라까지 대열에 합류하고 군졸들이 모두 증발해 궁지에 몰렸다. 결국 미르는 그들 3명의 협공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운석에 맞은 채로 칼을 맞고 장렬히 사망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성녀 하이렌만이 홀로 남아있었다. 그녀는 혼자라도 개의치 않는 듯 거센 공격을 한 방 갈겼다. 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먼지구름이 걷혔으나 성녀 하이렌은 보이지 않았다. 무리라고 판단한 건지 우선순위가 낮다고 판단한 건지 어디론가 빠르게 날아갔던 것이었다.

"따라와! 이제 드디어 마지막이 될 테니까!"
과학자는 그 상황을 보고는 아직 할 게 많다는 듯 다른 곳으로 인솔했다. 다른 사람들도 순순히 그를 따랐다.
과학자가 간 곳은 성녀 하이렌이 날아간 곳과 같은 방향이았다.
그들이 그곳에 도착하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쿼티 나스호르는 폭주를 하고 있었고, 적들은 모두 이를악물며 그를 막아서고 있었다. 검열은 그 가운데서 우뚝 홀로 서있었고, 무엇보다도 장의민 기관사가 처참한 몰골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주변 일대의 도로변은 웬만한 대지진도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산산조각나있었고, 건물들은 마치 콘크리트가 아니라 두부였던 것처럼 슬라이스로 썰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