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아도 온통 무릎께 까지 자라난 수풀뿐

강 건너편은 베어낸 나무들의 밑둥만 남아 그 뒷편으로 이어진 초원과 동화되어있다.

즉슨 가장 손쉽게 구할 나무열매가 없다는것.

이런 저질체력으론 재빠른 작은동물을 잡기도 무리고 덫은 만들줄도 모른다.


'소설에선 덫같은건 휙휙 만들던데...'


시선을 돌려 강물을 바라본다.

과연 저 안에 물고기가 있을까 싶은 탁한 강물.

그물도 없고 시야확보가 안되니 창을 만들어 찌를수도 없다.


'낚시대를 만들어볼까?'


하지만 나뭇가지는 널려있어도 낚시줄로 쓸만한것이 보이질 않는다.


'하아...'

 

망연자실하게 강을 훑어보다 물위로 툭 튀어나온 바위들이 눈에 띄였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예전에 본 어느 방송의 내용.

바위를 망치로 때려 그 충격파로 물고기를 기절시켜 잡는 방법!

쾌활하게 웃으며 떠오른 물고기를 건저올리던 어부의 모습.

기대감을 품으며 묵직한 돌을 찾아냈지만.


'시발 무거워서 못들겠잖아'


머릿속에서 가지런한 치열로 웃고있던 어부가 손을 흔들며 저멀리 떠나간다.

그리고 찾아오는 좌절감

아 냉장고에서 대충 아무거나 꺼내먹고 싶다.

오래되서 딱딱해진 식빵에 마요네즈를 발라 먹는다 해도 지금상황에 비하면 진수성찬일 터.


'아니 그냥 마요네즈를 먹고싶다!'


마요네즈 마요네즈...

재료가 뭐더라?

허기와 좌절감에 의한 혼란으로 꼬여가는 머릿속

포기할수만 있다면 포기하고싶다.

하지만.



양손가득 강물을 떠올려 잡념을 벅벅 씻어내듯 세수를 한다.


'아악 아아아...'


녀석에게 맞은부위가 시큰거린다.

어른에게 맞아본적은 없다지만 그렇다고 어린애의 주먹에 실릴만한 힘은 아니다.

정말 애가 맞나?

직접 볼수가 없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굉장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


'어떻게든 체력을 키워서 싹싹 빌때까지 줘 패줄테다'


금방의 아이같은 행동을 후회한것도 잠시.

어느새 복수를 다짐하는 심술난 꼬마가 되어있다.

치기어린 꼬맹이 같은 이유지만 사그러들어가던 의지를 되살릴 원동력으로는 충분.

다시 일용할 양식을 찾기위해 마음을 고쳐잡고 그 방법을 모색한다.

튀어나온 바위와 바위의 틈 사이로 물살이 빠르게 흘러 지나간다.


'저 사이로도 물고기가 지나다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번뜩이는 안광


"통발!"


모양이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물은 흘려보내고 물고기만 잡아둘 수 있다면!

통발을 만들 재료를 찾아본다.

널려있는 나뭇가지들은 모두 유연성이 부족했다.

조금만 휘어져도 쉽게 부러져 버리는 상태

물가의 우거진 수풀들도 손쉽게 끊어져 버리기에 물고기의 몸부림을 버틸 수 없을것이다.


'대나무나 억샌 줄기식물 같은건 없나...'


아쉽지만 통발은 포기할수밖에 없는것인가.

아니, 내가 손재주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뭔가 만들어낼 수 있을것 같은데....

불꽃처럼 살아나던 의지는 현실의 가혹함을 버티지 못하고 그 빛을 잃어간다.


"하-아"

.

연소되버린 의지의 매캐한 연기를 전부 뱉어내듯 기나긴 한숨을 내뱉는다.


'마을로 가서 구걸을 해볼까'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을 보아 그리 쉽진 않을것 같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쩌면 두둘겨 맞기만 하고 쫒겨날지도 모른다.


'거기다 말도 안통하지'

.

아직은 움직일 여력이 있으니 마을로 가는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기로 한다.

죽어가는 장소 너머로 보였던 빽빽한 나무들. 어쩌면 숲 일지도 모르는곳.

숲이라면 동식물이 있고, 동식물이 있다면 뭔가 먹을게 있겠지.

하지만 그와 더불어 위험이 있다.

안전을 도모할 것인가 모험을 할 것인가.

모험을 한다고 100% 먹을것을 구할수 있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험을 하지 않으면 먹을것을 구할 기회를 놓친다.

거기다 어두워질수록 더욱 높아지는 위험도

빠른 결단이 필요하지만 당장 죽을정도로 배가 고픈것도 아니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목숨도 아깝고. 좀 쉬고싶기도 하고.

번뇌와 갈등속에서 눈만 껌뻑거리며 시간을 소비한다.


'이렇게 멍때리고 있는다고 먹을게 갑자기 생겨나진 않을텐데'


미래를 위해 움직여야한다. 생각하자. 선택하자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종용한 결과


'정말로 숲인지 그것만  확인하러 가볼까'


절충안으로 스스로에게 타협을 본다.

결정을 내렸으니 이제 빠르게 움직일 차례.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시야에 작은 움직임이 들어온다.

뛰어오르기를 반복하며 수풀쪽으로 향하고 있는 물체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기도 전에 손이 먼저 뻗어나간다.

그러자 녀석의 움직이는 속도가 급속도로 증가한다.

역시 순순히 잡혀줄순 없단건가

수풀쪽을 등지고 녀석이 뛸때마다 이동경로를 차단해버린다.

그렇게 한동안 쫓고 쫓기를 반복했다.


'아 쫌 재밌는데?'


이게 뭐라고 신나는건지

마침내 채력이 전부 고갈되어 부실한 뛰어오르기를 보여준 녀석을 공중에서 낚아챘다.

한껏 고취된 기분에 터져나오는 웃음.

자신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고있는 녀석을 유심히 관찰한다.




안간힘을 다해 손을 밀어내고있는 녀석의 발가락 사이사이에는 물갈퀴가 달려있다.

공포에 질린듯 연신 깜빡거리는 커다란 눈

절규하듯 뻐끔거리는 큼직한 입

그야말로 개구리와 흡사한... 아니, 이건 개구리다. 

이세상의 개구리!





다만, 알고있던 개구리랑 확연히 다른점은 몸에돋아난 비늘과 아가미.

생선인가 개구리인가...

그래서.


"이걸 어쩌지?"


개구리는 먹을 수 있다.

그 탱탱한 뒷다리는 닭고기맛이 난다고 어디선가 들은적이 있다.

여기 개구리도 같은맛이 날까?

그전에 비늘부터 제거해야하나? 아니,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거지?

아, 그냥 구워놓고 대충 뜯어내서 비늘좀 털어내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선 구이 후 손질.

결정이다.

구워먹기로 결정하자 그것을 알아차린것인지 한층 더 저항이 심해졌다.

꾸왁꾸왁 거리는 울음소리까지.

아 이러면 마음약해지는데.


'더이상 반항하지 못하게 일단 죽여놓던가 해야...'


그러자 몸을 비틀어대던 녀석이 엄지손가락을 물어버린다.

하지만 이빨이 없기에 데미지는 제로.

이대로 바닥에 내던지기 위해 손을 들어올리자.

일순 고주파의 삐익거리는듯한 이명음이 들리더니

먹구름속에서 천둥이 끓어오르듯 나지막히.

귀를 통해서가 아닌 머릿속으로 언어가 쏘아져 날아왔다.


[야! 이 빌어먹을놈아! 간방진 땅꼬마 새끼야! 얼른 안놔? 응? 놓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