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쾅쾅! 25... 잔인한 25일이 돌아왔다.


 "정민 학생집에 있는거 다 알아 이번에도 늦으면 바로 방 내놓을꺼야!”

 27년 동안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고 열심히 살았음에도 정민의 손에는 친구 한명 들여 올 수 없는 방 한칸의 월세조차 제때 낼 돈이 없다.

 분명 정민의 집도 유복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버지는 서울 한복판에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었고어머니는 유능한 한의사였기에 정민은 누구보다 좋은 운동화를 신고 가방을 메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학생이었다.

 

 "에휴옛날 생각하면 뭐하나 지금 내 손에는 치킨 한마리 사먹을 돈도 없는데..”

 정민은 머릿속 망상을 억지로 떨쳐내며 주인 아주머니를 피해 최대한 인기척이 안나게 이세상에서 유일하게 그에게 돈을 주는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민이 만큼이나 흙수저인 명화가 언제나 그렇듯 폐기처리 된 삼각김밥, 바나나우유를 먹으며 정민에게 인수인계를 한 뒤, 이번주 주말에 개봉하는 영화를 보러가지 않을지 물어본다.

 

 “됐어 뭔 영화야넌 나밖에 친구 없냐 얼른 인수인계하고 가라

 정민도 명화가 마음에 안드는건 아니지만 당장 하숙집에서 쫓겨나게 생긴 공시생이라는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면 도저히 연애라는 것을 시도해볼 엄두가 안나 괜히 명화에게 한마디 쏘아붙이고는 폐기처리된 삼각김밥을 뜯어서 입에 욱여넣는다.

 너무 심했나라는 생각에 잠깐 빠지기도 전에 정민은 벌써 10년된 PMP에 담아온 한국사 강의를 실행시키며 집중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