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아아아악!!!!!"


손에 쥐고있던 개구리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한여름 도로위에 납작하게 깔린 개구리마냥 사지를 쭉 펼친채 뻗어버린다.


"시발 깜짝이야!"


미친듯이 날뛰는 심장소리. 호흡도 잊은채 상황파악을 위해 머릴 굴려보지만 자신의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복잡해진 머리론 도무지 답이 나오질 않기에 개구리를 부여잡고 외친다.


"야 너 뭐야!? 너야? 방금 말한거!"


"꾸왁! 꾸왁!"


"시발 이제와서 개구린척 해봤자 소용없어!"


"꾸왁!"


비명을 지르듯 꾸왁거리며 발버둥을 치지만 그와중에도 손을 물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녀석.

위력도 없건만 별 시덥잖은 저항을 하는건지.


'혹시?'


검지손가락을 벌려진 녀석의 입속에 쑤셔넣는다.


"꾸왁 왁 캑"


토할듯 부풀어오른 목에 눈물까지 맺혀있는 개구리

아 너무 넣었나.


[이 애 새끼가]


손가락을 더 깊히 찔러넣는다.

더이상의 침입을 거부하듯 개구리의 목구멍이 손가락을 조여온다

나쁘지 않은 감촉인데...?


[웩?! 웩!! 그만! 그만!!]


"넌 대체 뭐야?"


[소, 손가락, 손가락좀!]


포기하기 아쉬운 감촉이지만 이 이상 계속하다간 죽어버릴지도.

손가락을 적당히 빼내어 숨쉬기 편하도록 만들어준다.

막혀있던 숨을 뱉어내는 개구리. 녀석의 호흡이 손가락의 감촉을 통해 전해진다.


"자 어서 대답해. 그래서 정체가 뭐야?"


[잘 생각해 봐, 책에서 본적 없어?? 아니면 어른들이 해주는 이야기나?]


아무리 봐도 비늘이랑 아가미 달린 개구리. 말하는 개구리.


"...개구리?"


[그게뭔데 병신아]


입안의 손가락에 힘이들어간다.

이번에 찔러넣으면 호흡곤란정도로 끝나지 않을꺼란 시선을 쏘아보내자 움찔하는 녀석.

질렸다는듯 한숨을 내뱉으며 대답한다. 


[-----]


"...응? 뭐?"


[-----!]


"뭐라는거야 병신아"


녀석은 맹수가 날카로운 엄니로 먹이를 찢어발기듯 내 손가락을 뜯어내기 위해 좌 우로 머리를 거칠게 흔든다. 이빨은 없지만.

분노로 달아오른 숨을 씩씩거리며 잘근잘근 씹기까지한다. 턱힘은 부족하지만.

분명 단어가 머릿속으로 들어온것 같거늘 안개너머로 물체를 바라보듯 단어가 뿌옇게 가려져 그 뜻의 이해를 방해받는다.


"뭐라 그랬는지 제대로 안들려"


그러자 화풀이를 멈춘 녀석.

무언가 생각에 빠지듯 눈매가 게슴츠레하게 변하길 잠시.


[너 혹시 촌놈이니?]


"넌 밟으면 몇번만에 죽니?"


[...]


"..."


한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머리를 환기시켜 어느정도 질타를 감내할 각오를 다지며 질문을 바꿔본다.


"내가 정말 하나도 몰라서 그러는데. 어떻게 나랑 대화가 가능한거야? 마법이야?"


[그런 모양새 빠지는게 아니다 꼬맹아. 이건 말이야 권능이야 권능. 신에게 받은 특권!]


신 그리고 신의 권능.

이 세상은 신이 존재하고 그 신으로부터 힘을 받는단 말인가?

어쩌면 내가 이곳에 온 이유도 신이라면 알고있을까?

그런데 이런 정보를 개구리 같은걸 통해 알게되다니.

아니 이런건 보통 환생할때 신이나 여신이 튀어나와서 자연스레 알게되는것이 아닌가?

왠지모를 분한 기분을 곱씹고 있을때 녀석은 말을 이어간다.


[대화가 가능한건 그런 연유다. 다만 네녀석들의 언어를 습득해서 사용하는게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상대방의 언어를 빌려서 직접 보내는 방식이다]


"엑? 그럼 내가 못알아 들은건?"


[그건 그 말을 들어본적 없었기 때문에 차단된거다]


"응?"


[언어를 빌린다고는 하지만.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너가 알고있는 표현, 자주사용하는 어휘를 이용해서 전달하는 거라. 전하고 싶어도 네가 그 의미를 모른다면 전달되지 않는다 이말이지]


"내가 몰라서 그런거라고?"


[그래 네가 멍청해서 그런거다 꼬맹아]


"네 말버릇이 더러운건 뭣때문이냐"


[그렇게 들렸다면 네 평소 말버릇이 더럽단 것이지. 자기가 자주쓰는 표현방식으로 전달되는거라니깐? 결코 내 의지가 아니란거다]


"그...렇구만?"


[그런거다. 꼬맹이 애송이 멍청이 털도안난 맨들맨들 자식아]


꾸욱


"꾸왁 캑 캑 캑"


"아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들어갔네"


[크윽 천벌받을놈...]


어느정도 대화의 원리는 이해되었다.

말이 통하지않는 세상에서 굉장히 편리한 능력.

솔직히 탐난다. 내가 얻을수 있는 방법은없을까.


"나도 그 권능 쓸 수 있어?"


[말도안되는소리! 아무나 쓸 수 있을리가 없잖아???]


"널 잡아먹으면 나한테 옮겨지지 않을까?"


[이 미친놈이??! 신이 아닌이상 귀속된능력은 절때 못옮겨!!]


"쩝"


[아쉬운듯이 입맛 다시지마!!!]


'진짜 아쉬운데. 나중에 신을 만나면 나도 달라고 해봐야지.'


언젠간 신을 만나러 갈것이다.

그때 빌어볼 소원들을 미리미리 정해 두는게 당황해서 쓸모없는 소원을 빌어버리는 그런 아까운짓을 방지할 수 있겠지.

수백개정도 정해가면 그중 하나는 들어주지 않을까? 아니아니 수백개로도 부족할것 같은데...


[이봐! 야!]


개구리의 외침이 망상으로 현실과 단절되어가던 정신을 돌려놓는다.


[볼일 끝났으면 이제 그만 놔주지? 나 바쁜데]


'맞는말이긴 한데 왜 기분이 더럽지'


괜히 욱한마음에 말꼬리를 잡아본다.


"뭐하는데 바빠"


[-----. 못알아듣겠지? -----. 말해봤자 모르니까 귀찮게 하지말고 얼른 내려놔라 꼬맹아]


꾸욱


입이 고약한 개구리에게 물리치료를 행하자 곧바로 괴성을 지르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보다 그 다리로 뭘 어떻게 할라고?"


기묘한 방향으로 뒤틀려있는 녀석의 다리

아마도 아까 집어던질때 영 좋지못한 방향으로 꺾여버린것이 분명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자신의 다리를 말없이 응시하는 녀석의 동공은 점차 흔들림이 커지더니


[내!! 내!!! 다리에 무슨짓을 한겨어어엇!?!?!?!?!?!]


이내 거품을 물며 기절해 버렸다.




결국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채 밤을 맞이했다.

새로운 세계에서의 첫날밤

여러개의 달! 눈부시게 빛나는 은하수! 소설속에서 펼처지는 환상적인 밤하늘의 표현덕에 은근 기대를 했지만

어린이의 기대감 만으론 하늘을 뒤덮은 구름을 닦아낼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땅에 몸을 뉘인다.

맨땅보다 안락한 수풀가가 있지만 자는사이 무엇이 튀어나올지는 미지수.

머리맡에 놓아둔 개구리녀석은 고른숨을 쉬며 잠들어 있다.

일단 나뭇가지와 풀을 이용해 다리를 고정하는 응급처치를 했지만 이런 엉성한 방법으로 얼마나 회복될런지.

뭐, 어느정도 회복될때 까진 돌봐줄 생각이다.

둘봐주는 중간중간 녀석을 이용해 마을사람들과 대화를....


"하-암"


늘어지는 하품 밀려오는 수마

소모된 체력만큼 무거워진 눈꺼풀이 잠을 재촉한다.


'나머진 내일 생각하자'


늪속으로 가라앉듯 어둠속에 빠져든다.




시간의 감각을 잊을정도로 오래전.

기억과 기억사이에 퇴적되어 화석이 되버린.

아니, 화석이기에 보존된 기억 

빛의 터널을 지나던 그날의 기억이 꿈속에서 재생된다.

죽었다는 슬픔이 아닌 이유도 모른채 벅차올랐던 마음

영체의 몸으로 터널너머를 향해 미끄러지듯 내달린다.

끝에 가까워질수록 차오르는 환희.

무엇이 있었을까.


'저곳에 닿으면. 저곳에 닿기만 하면...'


하지만 이것은 그날의 기억.

그러하기에 그 바램은 이루어 지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변하는 주변의풍경

어둠의 심연속에서 '그것'과 시선을 마주친다. 

아니, 마주쳤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곧바로 도망친다. 행동의 이유는 그 뒤를 따라온다.

공포.

'그것'의 정체는 모른다. 본적도 들어본적도 없다.

하지만 영혼에 각인되어있는 '그것'에 대한 공포.

머릿속을 가득채운 공포에 생각하는것을 거부하며 필사적으로 도망쳐보지만

맥없이 '그것'에게 붙잡혀 버린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있기에 감정은 한계치를 넘어버린다.

'그것'은 입을 벌린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잠든지 얼마못가 깨어나버렸다.

소름이 돋아있는 피부는 온통 식은땀투성이.

잠들면 또다시 '그것'을 보게 될것같은 불안감이 정신을 갉아먹는다.

결국. 떠오르는 해를 보며 기절할때까지 잠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