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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셨군요, 용사여. 기다리고 있었소.”


“···”



밤 한가운데 걸린 달, 여느때나 다름 없었을 밤하늘이 오늘따라,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가 그려준 약도대로 따라 길을 걸으며 숲속에 거목들만이 길을 막아서듯, 마치 가지말라는 은연중에 외침이 내 온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떨려온다. 하지만 저만치서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 울림이 가슴속의 떨림과 부딪히며 무마되어선 안에 남겨진 건 마주한 현실에 대한 긴장감만 맴돌뿐. 눈 앞에 마주한 건 판초를 팔락이며 모자의 챙을 가볍게 들어올려선 자신의 얼굴을 들어내는 시인, 예그리나. 저 복장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던 건 제나가 그에게 빌려입어 그를 흉내냈다는 사실, 즉 그를 ‘협력’해줬다는 진실만이 두드러져 있었다는 것. 하지만 지난 진실보다는 눈앞에 다가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내가 걸어온 발자국들이 헛되이 새겨진 흔적으로 남지 않도록, 밟은 곳에 후회따위 겹치지 않도록. 난 그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한채 자세를 가다듬는다.



-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헛되지 않은 시간이었소. 좋은 동료들을 두셨군요. 【LV.39/음유시인】


- 그야 당연하지. 난 동료들을 믿으니까. 【LV.0/용사】


- 그럼, 이제 갑시다. 그들이 그러길, 당신은 무모한 짓을 자주 한다던데, 이리 승락해주신 걸 보면 허언은 아니었나 보오.


- 그전에 당신. 내가 전해들은 게 전부 사실이야?


- 그렇소. 이제 향해갈 곳이 이 모든 걸 증명해 줄 거요. 거짓말은 하지않소. 이 자리에 서있는 순간부터.


- 그래? 그럼 털어놓겠단 마음을 먹기 전까진 했던 것들은 죄다 거짓이었단 건가.


- 전부는 아니요. 또한 낯선 이에게 마음을 여는 자도 드물테지.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소. 전 당신을 믿을—


- 미안하지만, 역시 못 믿겠어. 모순되는 게 있어서 말이야.



내가 거짓 의사와 비슷한 발언을 내뱉자, 꿋꿋이 피던 그의 어깨가 약간 들썩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에 꽤나 놀랐는지 빠르게 말을 이어간다.



- 그 말은··· 같이 가지 않겠다는 뜻인거요?


- 그럴지도. 당신 행동에 모순되는 게 있어 섣불리 마음을 열긴 곤란하거든.


- 어찌 그런. 그보다 ‘모순’이라니,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오?


- 이제 진실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했지, 예그리나. 거짓말은 안한다고 했으니까. 그럼 대답해줘. 처음에 당신이 갑자기 공격을 하—


- 그건 착각이었다고 전에도 말씀드렸소. 자세한 사정이라도 듣고 싶으시다면 나중에, 지금은 어서 서둘러야—


- 상관없어. 그리고 착각하나 본데. 난 전투 의도를 물어본 게 아니야. 갑자기 공격하고 끝내 쓰러져가던 내게, 마지막을 짓지 않았던 ‘진짜’ 이유가 뭐지?


- ····그건.


- 난 알 거 같거든. 왜 쏘지 못했는지. 그러니, 이번에는 결착을 내보자고. 그러면



“일단, START다. (단검을 뽑아들며)”



- 이런, 저와 싸우시겠단 얘기였던 거요.


- 응. 이제 봐주는 거 없어. 이 전투만 응해주면 승패 상관없이 어디든 따라가 주지. 대신 전력으로 덤벼.


- ····거짓말은 아니겠지.


- 방금도 거짓말을 치려던 당신이 할 소리는 아니지. 자, 서로 진심으로 가자고. (척)


- 그럼···· (철컥) 뜻대로 응해주도록 하지.



“『더 러버 송』 & 『피가레오』여. 부탁하지.”



탕탕. 난 여지껏 저 총소리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일방적으로 피해다니고 있지만, 아직 지지 않았다. 그 틈에 난사해대는 탄막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은가비! 그리고, 퍼져가는 빛 속에 서서 난 검을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 이번엔 절대, 빛을 틈타 도망치지 않는다. 사실 이번 대전은 그와의 전투만이 아니다. 나와의 싸움이기도 한, 나를 이겨내겠다는 조건 하에, 깨달은 대로, 일단 시작하겠어. 그러자



단도 한배검이 내게로 내리꽂힌다.










제 25화. 요정대야행(妖精代夜行) 上편











“어디가는 거야, 용사! 잠깐만!”



현재. 동굴 안에서 걷고있던 중,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던 용사가 그의 마지막 한마디에 검을 쥔채로 우리가 걸어왔던 길로 다시 뛰어가버린 것이다. 흡사 짐승에게서 멀어지려고 애써 도망치는 토끼처럼, 그 뒷모습이 너무나도 다급해보였다. 눈물이 엿보인채로. 솔직히 말하면, 애초에 난 저 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용사에게 설명만 들었을 뿐이지, 자세한 사정과 또 그때 용사가 느꼈을 깊게 파인 감정까진 거기에 없었던 나로선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저렇게 도망치니 보통 감정 이상으로 보이진 않는다. 내게 모르는 곳에 쌓인 저 둘에 상황에 끼어들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용사 말대로 그가 미친 인간인지, 아니면 함께 대화를 주고받던 정상적인 상대였는지 조차 가늠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떠나버린 용사를 두고 누구를 믿어야 되는 걸까. 도대체 누구를···· 앗! 이럴때가 아니잖아. 어서 뒤쫓아가야 하는데!



- 제나! 어서 용사를 쫓아가야 해! 이러다 놓치겠어. 치이도! 【LV.18/마법사】


- 치이··· 치이이···.


- 반응이 너무 늦는 거 아니야? 그리고 서두를 필요없어. 용사하고, 특히 유령씨의 영혼이 어딨는지 정돈 바로 확인 가능하니까. 그보다 용사를 울린 장본인께서 직접 사과하시는 게 어떨까? 【LV.43/무녀】


- 전 그저, 그가 스스로 깨닫고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이오. 잘잘못을 떠나 관념을 바로 잡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릴 뿐이오.


- 고집 있으시네. 두 고집불통께서 화가 단단히 나셨나보네, 후훗.


- 태평하게 굴 때가 아니라니까!! 됐어! 치이라도 데려갈 거야. 치이야, 어서 가— (툭)



“치이이이이이—!!!”



요정을 건드리는 순간. 요정 치이는 요란스럽게 울음소리를 터뜨리더니 이윽고 작은 날개를 파라락 빠르게 털며, 순식간에 용사가 뛰쳐나간 방향으로 달아나는 것 아닌가.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두번째로 발생한 돌발 상황. 너무 빨리 날아가는 바람에 잠을 틈조차 없었다. 치이가 갑자기 저러는지 의문이 들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길게 지체할 시간 따윈 없어보였다. 지금은 서둘러 뛰어가 나가버린 요정과 용사를 따라잡아야 하는 데 온 신경을 기울인다. 발을 제자리에서 동동 구르는 것 보다 다리를 뻗어 한시라도 거리를 좁히는 게 급우선이다. 뛰어갈 때도 그 생각 뿐이었다.



•••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하고 정처없이 숲 주변을 배회하고 다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알지 못한 채 왠지 같은 곳을 빙빙도는 느낌이었다. 주위에 서있는 나무들이 길을 어지럽힌다. 둘러싸인 나무들의 넘쳐나는 에너지에 가려져 마법으로 도저히 찾아내는 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못한 채로 찾아다니는 건 무모하다. 도리어 나도 길을 잃은 것도 같고. 이렇게 해가지고 용사와 요정을 찾을수 있을까. 그 바보 용사. 이렇게 걱정시키게 만들고, 만나면 한대 제대로 쥐어박아 줄 거···· 어?



“(저 작은 벌— 아니 저 작은 요정은, 치이? 치이잖아!)”



저만치, 날고 있는 채로 나무 등에 기대어 있는 건 분명 치이였다. 그 모습을 보자 바로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었다. 멀지 않는 곳에 있어 금방 다가갈 수 있다. 또 그자리 그대로 멈춰있어서 또 어디론가 달아나지 않게 조심히 다가서기만 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한걸음에 달려가 요정에게 다가서서 조심스레 말을 걸려던 그때, 치이가 기대고 있던 나무 너머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죽이고 똑같이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런데 그렇게 가까이 마주하게 된 요정의 상태가, 이상했다. 굳어있는 몸과 메마른 표정, 어둡게 쳐져있는 안색, 그리고 날개 끝도 미세하게 떨고있는 것 같았다. 난 그런 요정을 앞에두고 나무 뒷편으로 시선을 옮겼을 때, 놀람을 금치 못했다. 용사?! 용사가 왜 저기에 쓰러져 있는 거지?! 그리고 용사 주변에 날고있는 요정들은···· 잠만, 용사 앞에 있는 건 뭐 (!)



“이거 정말 심하군··· 설마 저기 기절한 인간족이 저지른 건가.”

“아닙니다. 저 인간족은 촌장님께서 통신병으로 보내신 용사라는 자입니다. 촌장님의 말씀대로면 그 위험대상과 접전을 시도해 공을 세운 전적을 갖고 있다더군요.”

“촌장님께서 신용하시다던 그 인간 일행 말이지? 그럼, 이건 대체 무슨 일이냐고.”

“그··· 모르겠습니다. 상태가 말이 아니라서, 정밀검사가 시급해보입니다. 잠시후, 응급요원이 이리로 도착한—“

“틀림없어! 얘는 실종됐던 내 동료라고! 대체 어떻게···.”

“시끄럽다, 요원. 지금은 비상사태다. 냉정을 유지해라.”

“대장님! 이 애는 제 옛 동료라구요! 분명··· 저 인간족이 저지른 게···! (까득)”

“초심을 잃지 마. 지금 처한 현실을 직시해. 또 허투로 단정 짓지 마라. 이 인간족. 래버력으로 보나, 가진 힘으로 보나 요인과 다소 부적합해 보인다.”

“아··· 아니···(!) 맞아! 저기 떨어져 있던 무기! 분명 꺼낸 흔적이 있었어, 대장님!”

“흐음··· 잘은 모르겠지만 현 소유자가 쓰러진 상태니 우선 감옥에 갇어두고 깨어난 대로 심문에 들어가도록 한다. 자, 응급요원이 도착했다. 신속히 착수해라. 알겠나!”

“피스! 요정의 입은 그 누구보다 무겁다!”

“으으으···.”


“——리내야.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어라. 뭐야? 요정을 안고서는, 혹시 둘이서 어떤 걸···· 음? 왜그래, 리내. 어디아파?”



난 보고야 말았다. 보고야 만 것이다. 방금 건 분명 촌장님께서 얘기하셨던···· 검게 그을려 홀로 절명한 시신이, 용사의 앞에 놓여져 있었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던 대화속의 대상이 저렇게 가까이서 보게되다니. 실제로 보니 가슴이 철렁했지만, 이때 나는 생각했어야 만 했다. 옆에서 이 광경을 전부 보고있었을 어린 요정, 치이의 눈을 감겼어야 했다는 것을. 그때의 내 손은 어째서 더디게 움직인 것일까. 이렇게 후회 해봤자 소용없단 걸 알면서. 이미 요정 어딘가를 파고들어갔을 비극을. 빼내기엔 너무나도 늦은 것이다. 치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곤 한손으로 시선을 가리고, 다른 손으론 떨리는 몸을 감싸안아 진정하기 만을 간절히 바라며 곁에 있어주는 것. 만약, 치이가 곁에 없었다면 나는 시신에 놀라면서도 곧장 저 바보용사에게 달려가 깨우려고 난리를 쳤을 거다. 하지만 보지 말아야 할 걸 본 요정의 두려움은 다가가길 거부했을 거다. 만일 그대로 갔다면···· 상상하기 싫다. 오늘따라 붉은 하늘이 두렵게 물들어 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달이 제 모습을 비출때, 떠나버린 요정들과 용사, 공포. 



그리고 라온 제나와 예그리나가 우리를 찾으러 온 거다. 나를 보고서 의문을 가지던 제나에게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속앓이에 지쳐 잠들어버린 요정을 꼬옥 안은채로 고개를 저었다. 제나는 그러는 내 모습을 보곤 내 어깨를 툭툭치며 근심을 풀고싶어질 때 언제든 털어놓으라며 미소를 지어졌다. 그에 안심이 된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제나는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고, 나도 뒤를 따라 걷는다. 걸으면서, 문득 돌이켜 보면, 치이가 달아났던 이유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앞서 걸어가는 그와 용사와의 대화속에 요정을 죽였냐는 말이 오고 갔었다. 그때, 치이는 옆에서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얼마나 놀랐을까. 이 어린 애가. 아무것도 해줄수 없었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혼자 자격지심 하며 터벅터벅 걸어가니 다시 동굴에 들어서 있다. 온 과정이 기억 안나는 이유는, 아마 전 상황이 크게 다가왔던 탓인 걸까. 곧이어 밖으로 나왔다. 빠져나온 데는 나무가 울창했던 숲과 달리 , 듬성듬성 나무 몇그루 사이로 펼쳐진, 밤빛에 젖은 초원만이 반겨줄 뿐.



- ····? 잠만 여긴 어디지? (흠짓)


- 이제서 정신이 든 거야, 리내? 글쎄. 그가 따라오겠냐는 권유를 재차 묻길래, 호기심에 그러겠다 했더니. 여기네. (웃음)


- 뭐, 뭐?! 따라갔다고?! (당황) 아니, 맘대로 따라가면 어떡해! 동의도 없이!


- 응? 그게, 너한테도 물어보려 했는데 네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서, 또 말없이 뒤따라 오길래 무언의 긍정인 줄 알고. 아니었어?


- 아니야! 그럴리가 없잖아! 그건 딴 생각하느라··· 그보다 저 인간이 누군줄 알고!! (버럭)


- 치이이····. (움찔움찔)


- 리내야, 진정해. 치이 깨겠네.


- 어쨌든, 다시 마을로 돌아갈 거야. 용사, 마을로 돌아간 걸 봤어. 그러니까—



“길은 알고 가는 거요, 소녀여?”



- ···. 아니. 그래도 돌아갈 거야. 당신을 믿을 수 없으니까.


- 이제 시간이 다됐으니 보여줄려고 했었던 진실 하나만, 당신들께 보여주겠소. 요정님이 계셔서 망설여지긴 했지만, 주무시고 계시니. 그럼 여기서 기다리시길. 곧 끝날 테니까. (휙)


- 뭐? 아니 난 갈 거라니—



다그닥 다그닥

자기 할 말만 하고 말발굽 소리를 내며 홀연히 초원 너머로 순식간에 뛰어가버린다. 뭐 저런 인간이 다있어?! 용사를 떠나가게 만든 주제에, 누구보고 기다리라는 거야! 말문이 막힌다. 상대방 기분도 어떤지도 모르고 잘도 제 주장만 내세우는 모습이. 요정을 죽였다는 비슷한 발언마저 했으면서, 치이에게 사죄할 마음도 없는 거야? 요정들에게 조차도···. 됐어. 기가 찬다. 어서 용사를 만나러 가는 게 우선














에에엑—!!!














돌아서자 밤하늘로 울려퍼지는 단말마. 손 안에서 덜덜 떨고있는 요정, 어느새 손은 요정의 머리를 감싸안고, 품으로 끌어 안은지 몇초만에 바뀌어버린 달밤의 정경. 초원 너머에서 들려온 게 분명했다. 분명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옆에 있던 제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해도,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았다. 마을로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갈 수 없었고, 뒤를 돌아봤어야 했는데 돌아보지 못했다. 그저 그자리에 숙여서 최대한 요정의 귀에 닿지 않게 하는 것. 어째서인지 괴이한 비명소리외에 그의 발자국 소리, 총소리, 그 어떠한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사그라드는 생명의 공허만이 안을 채우려 할 뿐. 제나는 내게로 치이를 반대쪽 동굴 입구 근처 아무 나뭇가지 위에다  놓아두고 오라고 시켰다.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뛰어갔다. 요정이 닿지 않는 곳까지. 다행히 반대쪽은 들리지 않았고 무사히 놓아두고, 몇분있다 다시 도착하니. 고요해진 달빛 아래에 제나 곁에 그가, 서있었다. 요정을 놓아두고 온 허전해진 내 품과 달리, 그이 품엔 안겨져 있었다. 그것도 전에 본 적이 있는



싸늘한 공포를 한아름 이고서.



*****************************



- 우우움····.


- 오, 일어났구나. 처음 만났을 때도 느낀 거지만, 무척 잠꾸러기구나, 치이짱은. 쿡쿡.


- !!! 저 잠꾸러기 아니거든요//!! 치이이! 웃지마— 어? 그나저나 저 언제 잠든 거죠? 분명 도망치고 나서, 나서···· 뭐였지. 뭔가 무서운 걸 봤던 것 같은데. 애초에 내가 왜 도망갔지, 치이? (갸웃)


- 아아, 도망친 거였어? 실망이네. 난 또 똥마려워서 간 줄 알았는데. (웃음)


- 제가 인간인 줄 아세요! 놀리지 마요!


- 알겠어, 후훗. 근데 조용히 해줘. 저기 계신 두분께서 열띈 토론을 나누고 계시니까.


- 토론···요?



나는 어젯밤에 일에 대해 그에게 꼬치꼬치 캐물어 봤다. 그라면 쓰러진 용사 앞에 놓여진 것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끝내 중요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첫번째, 밤에 들고있던 요정의 시신과 내가 본 시신, 그리고 요정들이 발견했다던 시신들 모두 그가 처리했다는 것. 하지만 자신은 죽인 게 아니었고, 더이상 날뛰지 않게 체력을 0으로 만든 것. 확실히 가까이서 본 요정은 숨이 붙어있었다. 두번째, 검게 그을린 흔적들은 자신이 만든 게 아니라는 것. 살아있을 때도 상태는 동일했고, 모습도 같았다고 한다. 마지막 세번째, 치이가 깨기 전에 그와 마지못해 했었던 일, 즉 기절한 요정들을 땅에 묻어주는 짓을 지금까지 반복해왔던 것. 


이순간에 난 그런 요정이 어떻게 용사의 앞에 있었는지 내가 봤던 걸 설명했다. 그러자 그는 나무의 생명력으로 다시 기운을 차리는 경우라 답문했다. 왜냐면 생명력으로 태어난 생명체기에, 우리가 촌장님께 들은 얘기를 말하면서. 아마 되살아난 요정에게 습격당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용사가 쓰러진 것도···. 이외 물음에는 침묵을 유지했다. 그래서 묻지 않았다. 아니 못한 편이 맞겠다. 물론 이말을 토대로 쉽게 믿는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목격했던 시신과 증언, 어젯밤의 경험, 특히 그의 ‘제안’마저 받아들일 정도에 큰 이유는, 내 품에서 떨고있던 요정이 눈에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믿기 싫었지만, 반대로 속이는 거였으면 좋겠을 그의 제안대로 ‘협력’을 해주기로 한다. 제나는 상관없다며 내 의사를 우선시했다. 그렇게 받아들인 후,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 실은 당신들과 협력하고자 했던 진짜 이유, 그것은 당신들이 요정님들의 신뢰를 받고있기 때문이오.


- 신뢰? 그야 당신과 대족했단 것만으로 촌장님을 비롯한 여러 요정들이 그러는 것 같지만···· 지금은 아닐거야. 그 시신으로 오해받은 용사를 옥에 가둔다고 들었거든. 지금쯤 용사는 감옥에 갇혀있겠지.


- 그렇군. 사실 제가 가장 근심했던 한가지가, 그들의 정체를 요정님들의 귀에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었소. 그때문에 소인은 그분들께 다가갈 수 없었지. 베어있을 악취와 요정님의 예리하신 눈매로 들킬 우려가 있어서, 항상 제 찬가로 소인의 존재를 일깨워주며 거리를 유지하였소. 요정님들은 상당히 경계심도 높으시기에. 헌데 그걸 뛰어넘어서 그분들 사이로 파고든 당신들이 가히 놀라울 따름이오. 그것이 신뢰, 그것이—


- 용사가 너무 착하고 물러서 그런거지. 이곳저곳 참견도 잘하고, 그래서 무모한 짓도 많이 하지. (웃음)


- 무모하다라. 그 말뜻을 알 것 같기도—(!) 아, 요정님 깨어나셨군요. 잘 무셨는지. (꾸벅)


- 치이으으····. (눈치)


- 치, 치이? 언제부터 깬 거야; (흠칫)


- 괜찮아. 막 깨어난 거니까. 또 더불어 기억도 못하는 것 같아. 너무 놀라서 잊어버린 것 같던데?


- 정말?!


- 응응. 그러니 너무 걱정마. 그보다도 이야기는 잘 되가?


- 흠, 사설은 이쯤해두고 문제를 논의해야겠소. 단 요정님께서 듣기 불쾌하실 수 있으니 그건, ‘적’으로 칭하겠소.


- 후훗, 상냥하시네. 근데 치이는 어벙해서 잘 못 알아들을 텐데도? (웃음)


- 치이이! 어벙하다뇨! 전 그렇지(!) 치이으으···.


- 알겠소. 그럼 이제 문제부터 설—


- 그 문제, 혹시 요정들이 총소리를 들을까봐 라던가, 그러인해 전투를 못한다 라던가, 그런건가?


- (!) 그것을 어찌 알았소?


- 글쎄. 뻔하달까? 요정을 꽤나 언급했고, 그때도 총소린 못 들었으니까. 신사라는 거지, 흐응~? (피식) 맞다고도 하시니 그럼



“그럼 이런 방법은 어때?”



그렇게 제나는 히죽히죽 웃으며 자신이 생각해뒀다던 방법을 나와 그에게 차근차근 풀어내려 갔다. 곁에서 듣고있던 치이는 제나가 일부러 순화어로 설며하던 탓이지, 아님 그가 오래 있는 게 싫었던 탓인지, 아까 누워있었던 나무 곁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설명을 끝마치고 우리는 제나의 말을 적극 수용하기로 하였다. 그런뒤 작전을 논의하였다. 누가 무엇을 맡을 건지를.



- 그럼 당연히 내가 예그리나 씨의 대역을 맡을게. 크기도 어느정도 맞고. 뭐 가슴 크기는 안 맞지만 (웃음) 그 판초하고 모자로 가리면 누군지 모르겠지. 어차피 요정들은 그에겐 쉽사리 접근을 못할테니까.


- 그래도 들키지 않아? 촌장님이 내게 그러신 적 있잖아. 감미로운 힘 어쩌고를 느끼셨다고. 그렇다는 건 네가 갖고있을 힘도 어떤건지 다 파악하고 계실지도 몰라.


- 후후, 맞아. 그런데 리내야. 너한테 그들을 막아낼 마법이 있다고 했지? 그치만 네 마력이 모든 요정들에게 작용할지는 모르는 일이잖아, 안 그래?


- 어? 그, 그럴지도; 아직 중급 정도 마법이니 다 통하란 법은 없겠지. 끄응; 그럼 방법이 따로 있어?


- 응. 그건 네게 내 힘을 ‘양도’하는 거야.


- 양도? 그런 게 가능해?


- 『식신(式神)』. 자신보다 아래 계급인 자에게 영력의 힘을 부여하는 기술. 특정화된 마력과 달리 영력은 영혼을 가진 생명체라면 유동이 가능해져. 단, 힘을 나눠주는 것이기에 상대방이 받는 만큼, 난 그만큼 잃지. 뭔 뜻인지 알겠지?


- 그러니까 네게 받은 힘으로 요정들을 막아내고, 약해진 넌 마을로 잠입한단 거지. 이전에 내가 신호기로 특전병을 끌어내면···


- 그 일 말이오. 요정님께 따로 부탁해보시는 건 어떻겠소.



그의 제안에 제나는 나무에 홀로 있던 치이를 데리고 온다. 데리고 온 치이는 그를 경계하며 제나 뒤에 바싹 붙어있었다. 그런 요정에게로 방금 건에 대하여 이유는 묵인하고 본론만 부탁을 해봤지만,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와 관련된 거란 걸 어느정도 눈치챈 모양이다. 그런 치이를 앞에 두고 원래대로 내가 하겠다며 말하려는 그순간, 그가 말했다.



“제가 요정님께 따로 부탁드리겠소. 치이님과 단둘이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었으니.”



그 말을 들은 요정 치이는 당장이라도 도망칠 기세였지만, 곁에 있던 제나가 간신히 진정시키며 긴 설득끝에 제나의 한마디를 끝으로. ‘만약에 둘이 있다 생명의 위협이 느끼면 살려달라고 소리 쳐. 바로 달려가서 시인의 머리를 날려줄 게. 너, 네 언니에게 멋진 모습 보여야 하잖아. 지금도 보고계실 걸?’ 아마 후자에서 약간 훅 간 요정이 마지못해 따라간 듯 하다. 혹시몰라, 제나는 미리 총을 받아내고 끝내 둘만 보내었다. 숲 멀리까지 들어가서 오히려 걱정이 앞섰지만 말이다. 하지만 잠시후, 치이가 돌아왔을 때는 협력하겠다는 의향을 내세우며 돌변한 모습에 화들짝 놀랬다. 상태를 보면 해코지는 안한 듯 한데, 둘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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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그리나 말대로 이 작전이 들통나지 않도록 요정들의 집중 수색기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다음날, 요정들의 수색이 잦아들 때, 우리는 바로 작전에 돌입하였다. 바로 『동시 탈환 작전』. 실행하려는 이 작전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먼저 내게 『식신』으로 힘을 양도해준 제나 자신이 그의 복장과 총 두자루를 둘러 정체를 숨기고 마을로 들어선다. 이미 용의선상에 올라있을테니 바로 감옥으로 직행하게 되면서 용사와 접촉. 그후 예그리나(가짜)로 용사가 풀려나게 되면 우릴 찾으러 가능성과 변장한 걸 들킬 경우엔 계획이 틀어질 수 있으니, 요정과 용사를 향한 거짓 위협 행세를 벌여 발생할 변수를 미리 봉인시킨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밤이 될 즈음, 지정된 위치에 서있던 치이가 두 신호기로 신호를 보내 철통보완 중일 특전병들을 마을에서 빼낸다. 물론 그(가짜)는 잡혔지만, 두개가 동시에 울렸으니 이상해서라도 갈터. 또 일부러 마을과 동굴과도 멀리떨어진 곳에 지정해 이것으로 발각될 가능성을 최소화 시킨다. 이때 한산해진 보완을 틈타 이번엔 내가 마을로 잠입. 하지만 깨어있을 요정들로 하여금,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그들을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을 이자리에서 보여준다.



“마법구술 『청남』 제 5장의 주 『야상미무(夜想迷霧)』!”



요정 마을에서 가장 중심이라 생각된 곳에서 외친 이 마법은, 바로 수면 마법. 물을 매개체로 하여 형성된 안개가 중심에서 서서히 퍼져나가 안개에 휩싸인 상대는 최대 반나절 동안 깊은 잠에 빠지게 만든다. 본연의 힘대로 라면 통하지 않았을 수 있었으나, 양도받은 상태에서 시전하니 예상보다 거대하고도 많은 양의 뿌연 안개가 뿜어져 나와 마을 전체를 감싸고도 남아돈다. 이것이 제나의 힘··. 곳곳에 스며들어 모두가 잠에 들었다 생각될 때, 마법으로 용사의 위치를 양도된 힘의 영향으로 곧바로 찾아내, 당장 그리로 달려갔다. 경비를 서있던 잠든 요정을 손쉽게 지나치고 안으로 진입해 내부 곳곳을 뒤지다가 맨먼저 모습을 감추고 있던 제나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갇혀있었기에 옆에 래버를 올려 여는데 성공. 이때 제나가 마법에 걸리지 않았는지 유유히 감옥에서 빠져나온다. 



- 잘했어. 다시 힘을 받아갈게. (우웅) 됐다. 그나저나 용사는 찾았어?


- 아니, 아직.


- 그럼 용사를 찾는 동시에 무기도 되찾자. 이민하고 나, 빼앗긴 상태거든. 그럼 난 저쪽, 넌 이쪽을 맡아줘. 만약 무기 먼저 찾으면 알려줘. 검은 그렇다쳐도 총은 래버력 땜에 못들테니까.



그렇게 짧은 대화를 마치고 서둘러 용사와 무기를 찾으러 간다. 빨리 찾아야 된다. 왜냐면 만에하나 요정들이 깨어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가 예고한 시간, 접근해 올 시간이 그리 오래 남아있지 않았기에. 그러고 얼마 안 있어 용사대신 무기들을 발견했다. 의외로 잠가두지 않고 벽에 걸려있어 들 수 있는 단검만 손에 쥐고, 얼른 제나가 있는 쪽으로 되돌아갔고, 찾아가니 느긋하게 서있는 제나 앞에 오랜만에 보는 용사의 얼굴에 순간 감정이 복받쳤지만 감정보다 처한 상황이 우선이기에 서둘러 둔해빠진 용사를 감옥에서 꺼내 탈출에 성공시킨다. 벌써 저높이 걸린 달 아래, 우리는 마을을 가로질러 인근 숲에 들어서 후에 용사에게 검을 돌려주며 상황을 설명해준다.



- 그렇게 된 거였구나···.


- “처음부터 그는 자신이 해왔던 걸 밝히려 했는데, 질문의 대답이 이상하게 겹쳐선 오히려 꼬여버렸다는 뜻인거지.”


- 맞아. 용사가 감옥에 안갔으면 이런 연극은 안했을텐데. 얼굴 숨긴 건 좋았는데 목소리를 숨기려고 꽤나 애먹었다구? 이 노고를 용사가 알랑가 모르겠네. (웃음)


- 미안해; 그렇다면 예그리나가 지금까지 원인 모를 ‘검은 요정’들을 해치워 왔단 거잖아. 그러면 단검이 울렸던 까닭도 아마 그들에게서 반응했단 건가. (그럼 그들이 마물이란 건가, 뭐지?)


- 그건 동굴쪽으로 가다보면 알게 될 거야. 분명 들었으니까, 보았으니까!


- 흐음··· 그럼 말이지. 혹시 그가 날 제대로 처치하지 않고 간 이유—


- 또 그 얘기야! 그런건 이제 상관없잖아. 어서 가야된다니까!


- 쏘려 한 건 맞지만, 보이지 않았다.


- 어?


- 요정들의 집중 수색 기간때, 궁금해서 물어보긴 했어. 그런데 이것만 전해주더라고. 난 모르겠지만 넌 알겠어?


- 쏘려 한 건 맞지만 보이지 않았다··· 흐음···.



솔직히 그런 게 뭐가 중요한지 나로선 바보용사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저렇게 길게 끌고가며 고뇌하는 것을 보면 뭔가 있다는 건 알겠다. 과연 뭘까. 그러자 혼잣말을 하는 용사. 아마 그 수호신하고 또 얘기하는 거겠지. 그런데 지금은 한가하게 잡담할 시간이 없다고. 이러고 있을 때 그들이 습격해오면 안된단 말— 어? 뭐라고?

먼저 가있으라니? 여기 남아있겠다니, 무슨 말하는 거야, 용사. 결단 내린 듯, 만류시키려는 내 말을 거듭 거절하며 아까 한 말을 계속 반복할 뿐이었다. 마치 날 부정하는 것처럼. 재회해서 하는 말이라고는 고작 가있으라니, 저래서 용사가 싫다. 맨날 멋대로 정하고, 가버리고, 사라지고 얼마나 속썩일 생각이야. 그때 제나는 나를 다독이며 먼저 가있자고 말했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용사를 믿어보자고 말이다.



•••



드디어 전장, 드넓게 펼쳐진 초원을 따라 뛰어가고 있었다. 다행히도,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긴장을 늦출수 없었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더. 불어오던 바람이 마치 긴박한 전투를 예고하는 것만 같고 발걸음 소리외에 주위에 정적마저 폭풍전야를 암시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매일 이 밤에 그가 매번 맞이했을 시련인, 이번엔 우리차례다. 그나저나 용사와 그는 왜이리 안오는 거야. 도대체 둘이 뭔짓을 하길래 이리—(!) 들렸어. 확실히 들려왔다. 엄습하건 공포와 똑닯은 울림이, 괴성이. 떨지 말자. 치이를, 요정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리고 보인다. 때거지로 득실대는 그림자를. 그 사이에 날고있는 요정. 그리고


난생 처음보는 난쟁이 같은 몬스터가 있었다.

다수로 보이는 저것이 설마, 나간.

요정처럼 검게 그을려진 저게 나간족.


곁에 제나가 거의다 몬스터들을 무찔러 주고 있었지만, 나도 옆에서 그들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상대 몬스터들의 래버력은 평균 20이상 정도였고 높긴하지만 물리치는덴 별 어려움이 없었다. 있다면 그들의 뛰어난 속력과 중간마다 보이는 덩치가 다소 큰 나간이 LV.30이상은 넘었기에 제나는 이걸 감안하고 대신 처리해줬다. 그것들만 조심하면 될 거야. 엇! 양쪽으로 내게로 달려드는 요정들을 재빨리 격퇴. 휴우, 잠시 한눈 판 사이에 다가오다니 조심해야겠



“리내야, 뒤쪽!”

“키에에에엑-!!!” 【LV.34/나간】

“(언제 내 뒤에!) 어, 어 오지마! 으앗!!”



“더블 피스톨즈—! [시선을 가로채는 첫 입맞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온 총탄이 뒤에 있던 나간에게 날아와 꽃혀 단말마로 쓰러진다. 날아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빠르게 달려오는 음유시인 예그리나와 말형태를 띈 그의 갑옷에 타고 다가오는 용사 이민. 저 바보, 이제 오면 어떡해. 그리고 타고있던 갑옷 위에서 하늘 높이 박차올라 단숨에 내가 있는 곳 까지 날아와 나간에게 칼날을 내려꽂아 절명시킨다. 그리고는 내게



-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잖아, 리내! 방금 몬스터가 네게 공격해 올려고 했잖아. 정신을 어디다 두는 거야.


- 뭐, 뭐? 오자마자 한 말이 그거 밖에 안돼! 이 바보용사가!


- 읏! (댕겅) 하아. 리내야. 정신차려, 여기 전장이야. 대화는 나중에—


- 이제 와가지고 웬 훈계야! 이 민폐용사 주제에! 네가 쓰러진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기나 해! 겨우 재회했는데도 제  할말만 하고 지금도 쌀쌀맞게 굴고, 바보바보바보!


- 아, 아니 그러려던 게 아니고; 한가지,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실험해보려—


- 둘다 위험하오! 가라.



“라카즈 아 르 푸! [자유를 구축하는 도태된 집착]”



우리에게로 쏜 그의 탄환이 장미 넝쿨처럼 바뀌어 주변으로 뻗어나가 땅에 꽂혀져 흡사 새가 갇혀있는 새장처럼 가시 철장이 우리를 가두었다. 아니, 막아주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촘촘하게 형성된 철장 바깥에는 검은 요정들과 괴성을 뽑아대는 나간 수십마리가 달라붙어 있었다. 설마 저많은 무리가 우릴 향해 달려들었던 건가. 정신을 차렸다. 무안함보다 더 큰 난제가 눈앞에 있다는 것을.



- 그럼 사정은 나중에 들을게. 네 말대로, 여기는 전장이니까. 그래도 이제 나타나면 어쩌잔 거야, 진짜!


- 응. 미안해, 리내. 나도 너희들이 보고싶었어, 진심이야.


- 으음// 그보다 지금은 현 상황을 직며하라고! 여기를 어떻게 빠져나갈지, 내 마법으로 할수있는데 너무 가까워서 시전하기가 곤란하니까.


- 너에게 보여주도록 할게. 무엇을 하다왔는지. 리내, 네 마법으로 이 철장과 몬스터들을 처치할 수 있을까.


- 되긴 되는데,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시전 못한다니까! 너까지 휘말릴 수 있단 말이야!


- 아니, 지금의 나라면 할수있어. 그러니 괜찮아. 네 공격은 절대 안 맞을 자신있으니까, 어서!


- ···쓰러지면 내 손에 죽는 거야. 알겠어?


- 응!



나는 마법을 외쳤다. 끝내 외치고 말았다.

불꽃의 마법, 「진홍」 제 3장의 격 「휘날리는 성익(聖翼)」을.

그렇게 철장에 부딪히며 터지면서 불꽃 파편이 나를 중심으로 무차별적으로 튀기기 시작했다.

파편들은 주위로 번져 무리들을 분산시킬 수 있었고, 막아주던 철장도 뜷는데 성공한다.

부서진 철장을 혼자 간신히 빠져나왔다.

나혼자. 나혼자? 잠만 용사는? 용사는





···어디로 사라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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