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럭, 쿨럭."
VR 기기를 쓴 소년이 기침을 했다. 몸이 이지러지는 고통에 놀라 팔을 허우적거렸지만 몇 분이 지나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 편안하고 푹신한 곳에 있는 것 같았다.
띵 소리가 났다. VR 기기의 화면이 게임 선택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검열:어반 - 초현실 판타지 VR 게임'이라는 글씨가 눈앞에 떴다.
소년이 그가 해야할 것이 드디어 끝냈다는 생각에 작은 환호성을 질렀다. 얼굴에 미소가 드리웠고 기분이 짜릿했다.

소년이 VR 기기를 벗었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있어 찝찝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연달아 들리며 밝은 빛이 쏟아졌다. 소년의 눈이 번개와도 같은 섬광에 제대로 뜨이지 못했다. 소년이 눈을 가리려고 손을 허우적댔다. 한쪽 팔에 무언가 달려있는 것이 느껴졌다. 사방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나요? 몸이 아프지는 않으신가요?"
"3일동안 VR 게임에 갇혀있으셨는데 소감 한 번 말씀해주시죠."
"아까 기침하면서 아파하시던 것 같은데 그건 무엇이었습니까?"
반짝이는 빛은 카메라에서 나오는 플래시였다. 소년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소년은 팔에 링거가 꽂힌 채 어떤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그 주위를 기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마이크들이 어느샌가 먹이주는 사람을 발견한 비둘기들처럼 가까이 모여들었다.
"저기, 이렇게 갑자기 이러시면..."
소년이 한 마디를 꺼내는 순간 어느 정도 잠잠해졌던 카메라 플래시가 갑자기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소년이 드디어 말을 한다는 것에 신난 기자들이 아직 평범한 학생일 뿐인 그에게 온갖 질문들을 쏟아부었다. 바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질문들부터 아무리 기자라도 이런 질문을 해도 되나 싶은 무례한 질문들까지 다양했다.

"당신들 개념이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안정을 취하게 해줘도 모자를 판인 미성년자에게 이렇게 갑자기 들이대면 어쩌자는 겁니까! 잠깐 사진만 찍겠다고 몰려와서는 기삿거리가 보이니까 이성을 잃은 겁니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절대신이었다. 기자들은 뭔가 양심에 찔리는 듯 하더니 이내 싹 잊은 듯이 절대신에게 몰려가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절대신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바로 그들을 호통치며 내보냈다. 기자들이 불평을 지껄이며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모두 나간 것이 확인되자 절대신이 소년이 있는 곳의 방문을 잠갔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의자를 아무거나 끌어와서 소년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이름이 이한서 맞지?"
"아, 네."
"지금까지 미안했다. 나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 이건 다 내 실수 때문이야. 프로그래밍에 오류가 없어야 했는데..."
"에이, 아니에요. 절대신님은 잘못 없어요. 애초에 이건 다 삼 왕국 쪽의 음모니까요."
"뭐? 그게 무슨 말이냐?"
이한서의 말에 절대신이 무슨 말인가 하며 의아해했다. 생각해보니 절대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이한서는 절대신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모두 설명해주었다. 성녀 하이렌의 음모였다는 것부터 과학자라는 인물이 관리자 옵션을 개발했다는 것 등등을 모두 알려주었다. 절대신은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그런 상상도 못할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다음 날, 이한서는 텔레비전을 틀고 9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뉴스 화면에서서 절대신이 기자회견 단상에 올랐다. 기자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소리와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절대신이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간단한 그 인삿말로 시작한 그 회견은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게임 장면 실시간 공개, 후회 없다]
[김미영, 김성희, 산양, 엑셀시온, 미르, 성녀 하이렌, 삼 왕국과 마왕성의 군대 다수 사망]
[동료 작가들에 유감 표명, 캐릭터 재구축 예정]
[큰 도움 준 이 군에 감사... 추후 지원 아끼지 않을 것]
[캐릭터들이 자아를 가지고 돌아다니는 것 확인]
[게임 내 캐릭터에 의한 관리자 옵션 제작 확인]
[게임사업에 악영향 없다... 오히려 혁명의 분기점 될 것]

그리고 이한서는 숨을 죽이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는 절대신에게 부탁한 것이 나오기를 고대했다. 결과적으로, 이한서는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현재 맵과 캐릭터 폐기하지 않겠다... 오히려 유지할 것]
[캐릭터들의 혼란 방지 위해 세계 관련 대화 차단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