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을 기다렸지만 총성은 잠시도 그치지 않았다. 5.56 mm 와 7.62 mm 개인화기와 50구경 중기관총 그리고 이따금 차량 소리와 발걸음 소리까지 온갖 소리가 사방에서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하지만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아 그냥 막 쏴대는 건지, 근처에 오는 총탄은 거의 없었고 대다수가 건물 외벽에 맞아 튕겨 나가거나 머리 한참 위로 지나갈 뿐이었다.


끝날 때가 됐는데, 라고 생각하던 잭은 50구경 기관총의 사격 소음과 벽에 총탄이 도탄되는 소리를 들었다. 이 건물은 보통 민간 건물일 터. 아무리 지평선이 구식 50구경 기관총을 운용하거나 탄약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3분의 2 이상은 건물 외벽을 관통해야 정상일 것이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총탄이 건물 외벽을 뜷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그렇다면…!


"저 녀석들은 지금 원거리 사격 중이다…!"


잭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건물은 5층. 많이 높지는 않지만 거리의 적에게서 숨어 저격할 정도의 높이는 된다.


"어이! 누구 지정사수소총 들고 온 사람 있나?!"


시끄러운 소음 사이로 잭이 소리쳤다.


"그냥 M9A3지만 저격 전용 탄환은 있습니다!"


나타샤의 고함이 소음을 뜷고 들려왔다. 좋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내가 신호를 주면! 안톤은 정면으로! 줄리는 후방으로! 연막을 펼친다! 그러면 나타샤와 마이크는 계단을 올라가! 적당한 자리를 찾아 목표를 제거하라!"


더 거세지는 총격 아래 잭이 있는 힘껏 소리쳤다. 무전만 됐었어도 소리칠 필요는 없었을 텐데, 거참 목 아프군, 하고 잭은 생각했다.


"예, 대장!"


대원들이 하나둘 응답했다.


"자, 행동 개시! 안톤, 줄리, 연막 살포!"


그러자 건물 앞쪽으로 하나, 뒤쪽으로 하나 연막 수류탄이 던져졌고 얼마 되지 않아 뿌연 연기가 건물 주위를 뒤덮었다. 얼마 후 총성이 들려오는 빈도가 확 줄었다.


"나타샤, 마이크, 지금이야!"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안다구요, 대장!"


나타샤와 마이크가 장비를 들고 서둘러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잠시 후.


5층의 한 버려진 사무실.


나타샤는 자신의 CFM9A3에 고배율 조준경과 양각대를 장착하고 고정밀 탄환을 장전했다. 마이크는 자신의 가방에서 레인지파인더 (저격수의 필수 아이템으로 표적과의 거리를 알려줌) 를 꺼냈다.


"냇, 탄도 테이블은 있어?"

"그게 왜 필요해? 헬멧으로 계산되는데.'

"영점 조절은?"

"200야드."

"풍속은 90도에서 5m/s. 준비됐지?"

"세팅은 끝났어. .223구경 77gr CFM174 사용한다. 로켓 사수 먼저 처리하자고. 위치부터 불러."

"240야드, 1시 방향 대기갑 로켓 사수. 낙하 3인치, 풍속 영향 3인치."

"위로 한 칸, 왼쪽으로 한 칸이면 되려나… 발사."

한 마디 짧고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나타샤의 총구에서 77그레인짜리 탄환이 불을 뿜으며 발사됐다. 정확히 0.315초 후 탄환은 나타샤가 예측한 궤적을 완벽히 따라가며 로켓 런처를 들고 있던 지평선 조직원의 오른쪽 위 머리를 정확히 관통했다. 그가 팔에 들고 있던 로켓 런처가 땅에 떨어지며 안에 있던 로켓이 폭발했고, 주위가 순식간에 굉음과 함께 불길에 휩싸였다.

"탱고 다운. 다음 목표."

"320야드, 12시 방향 50구경 기관총 사수. 낙하 13인치, 풍속 영향 6.8인치."

"...풍속 6.8인치. 조준 완료, 발사."

또 다시 .223 구경 탄환이 총구를 빠져나와 목표를 향해 돌진했다. 0.44초라는 짧은 시간 후 탄환은 기관총 사수의 왼쪽 가슴팍에 명중하였고 짧은 단말마와 함께 사수가 쓰러졌다.

"탱고 다운, 다음 목표."

"540야드, 11시 방향 대로에서 접근 중인 적 차량. 상대 속도 940 m/s. 낙하 80인치, 풍속 영향 20인치."

"낙하 80인치에다가 이동하는 차량이라니, 빗나갈 수도 있으니 알아서 해. 조준 완료, 발사."


77그레인 탄환은 .223 구경의 탄환 중 가장 무거운 축에 속했다. 그만큼 안정성 있는 궤적을 그리고 정밀도가 높지만 속도가 느리며 특히 훨씬 가벼운 62그레인 탄환에 최적화된 일반 돌격소총으로 발사하기에는 버거운 존재였다. 하지만 완벽하게 관리된 총기와 최고의 사수가 만나자 최악의 상황에서도 탄환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적중했다. 탄환은 차량의 범퍼를 뜷고 의도치 않았지만 엔진의 연료 노즐을 끊어 차량을 무력화시켰다.


30초도 되지 않은 시간 사이에 벌인 세 발의 총격은 지평선을 놀라게 했지만, 그 때문에 두 사람의 위치가 노출되었다. 금세 총알들이 두 사람이 위치한 사무실을 향해 쏟아졌다.


그 시각, 1층.


첫 번째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두 번째 둔탁한 총성과 함께 기관총의 소리가 멈췄다. 세 번째 조용한 총성과 함께 어딘가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1층으로 전개되던 화력의 대부분이 모두 위층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바로 지금이 기회였다. 잭은 고개를 살짝 들었고 약 150야드 떨어진 곳에 바리케이드와 지평선 조직원 여럿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잭은 조심스레 돌격소총의 하부에서 수직 손잡이를 제거하고 유탄발사기를 장착했다. 그리고 깨진 창문 사이로 조심스레 조준하고…


발사.


40 mm 유탄이 매우 느린 속도로 곡선 궤적을 그리며 바리케이드 너머로 날아갔다. 2초 정도 지났을까, 유탄이 바리케이드를 넘자마자 정확히 떨어져 폭발했고, 바리케이드와 그 뒤에 있던 병사들이 불길에 휩싸였다.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공격을 받자 건물 정면의 지평선 조직원들은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포위되어 있었던 나인 테일 폭스 특무부대는, 총알 세 발과 유탄 하나로 전세를 뒤집을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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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두 편으로 탄착점 에피소드 끝내랴고 했는데... 길어지네요.


탄착점이랑 "추락한 독수리" 에피소드랑 또 이어지는데...


하아...


언젠간 이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