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글을 마음껏 써보자는 심산입니다. 
무조건 자판을 치기로 했어요. 어떠한 목적도 없이 글을 쓰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 
일단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이렇게 하면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때 갑자기 눈을 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잠을 자면서도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을 자면서도글을 쓴다고? 

그것은 과연 어떤 경지에 있는 것일까? 
눈을 감고서도 자판으로 충분히 글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지금과 갈은 잡담이나 가능하지, 제대로 된 줄거리와 캐릭터와 배경을 가진 소설이 저절로 쓰여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임을 느낀다. 

나는 글을 통해서 하늘을 날고싶다. 또 땅밑바닥으로 추락도 하고 싶다. 

글쎄, 내가 과연 글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천국과 지옥을 경험할 수 있을까? 나는 경험을 충분히 하고 싶다. 

나는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훌륭한 경험인이 되고 싶다. 
아직 나는 경험도 충분하지 않다.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왔을 뿐이다. 내 삶의 이야기는 아주 재미 없는 소설이 될 것이다. 나는 다채로운 삶을 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소설을 쓸 수 있다면 나의 삶이 아니라 아무래도 나의 상상력에 의존하는 것이 되겠지....


이 때 아내가 말한다. 
-여보, 쓸 데 없는 짓 하지 말고, 집안일이나 도와요. 

나는 내가 지금 뭔가 거창한 일을 하고 있다는 듯이 말하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소설을 쓰고 있다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하겠다. 

"여보, 나 지금 중요한 업무가 있어서.. 급한 일이야..."

아내는 투덜거리며, 쓰레기를 밖에 내다 버리려고 한다. 

나는 순간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내가 아무도 쓸 데 없는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아내를 돕지 않는다니.. 쓸데 없는 짓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최소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이 글은 내가 위대한 작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 첫걸음부터 쉽게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렇다. 나는 지금 비상을 위한 손놀림을 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손가락 운동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언젠가는 내 글자가 하늘을 날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이런 글 저런 글의 홍수를 만드는 가운데, 뭔가 훌륭한 글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 지금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나는 꿋꿋이 글을 쓴다. 아내가 설마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처다 보지는 않겠지. ㅎㅎ

안심을 하면서 글을 써내려간다. 

한참 글을 썼다. 이제는 심심해졌고, 내가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나는 잠시 글을 쉬기로 했다. 그리고 소파에 누웠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소파와 더욱 밀착되어 간다. 소르르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깼다. 다시 글 쓰기를 시작한다. 
한글 화일이 어디로 갔지? 

아차 내가 한글을 저장하지 않았군요. 그리고 생각하니.. 한글을 끝내면서 아무런 생각도 없이 뭔가를 마구 눌렀다. 

아. 오늘 작업한 소설의 첫머리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내 말이 맞았어. 오늘 나는 위대한 작가가 되기 위한 첫 소설을 아주 쓰지도 못했구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는 이야기는 꿈과 함께 다 사라졌다. 내가 남긴 쓰레기 데이터도 사라졌다. 이제 다시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글에 도전할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