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을 펼쳐들었다. 

속눈물: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을 때에 눈 속에 어리기만 하거나 코로 흘러드는 눈물.

나는 속눈물이 없는 사람이다. 아예 눈물도 잘 흘리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했다. 

요즘 중년이 되면서 드라마를 보면 울컥함이 올라온다. 또 뭔가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도 감성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 


나는 사무실에서 자판을 두드린다. 앞에 앉아 있는 여직원의 모습이 갑자기 눈에 떠오른다. 오늘 저녁 그 여직원에게 퇴근하면서 말을 건네면 어떨까? 그 여직원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혹시 오늘 저녁 식사나 같이 할까요? 


그 여직원은 나한테 호감을 갖고 있지. 나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않았거든. 하지만 확실 내가 뭔가 식사를 하자고 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할지도 몰라.


저녁 시간이 되었다. 나는 여직원의 앞으로 나가갔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먼저 퇴근하겠습니다"라고 말을 하고 말았다. 

이런,  나는 용기가 없다. 


과연 나는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여인을 만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집으로 향한다. 식사를 마쳤다. 또 아이들을 일찍 재웠다. 아내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다짜고짜 아내의 아랫도리를 공략한다. 아내도 싫어하지 않는 눈치이다. 나는 부부로서의 의무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내가 최선을 다 했어도 아내가 아주 뽕 가게 했다는 느낌이 없다. 아내 또한 의무에 최선을 다하는 느낌이다. 물론 아내는 그냥 가만히 있음으로써 그 의무를 다한다. 아내의 이런 밋밋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자신은 훌륭한 남편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자위를 하면서 편안하게 잠자리에 든다. 편안한 잠자리. 자는 꿈을 꾼다. 


개꿈이다. 꿈속에서는 어떤 환상의 세계에 있다. 이곳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뭐든지 알 수 있다. 


나는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의 세력에 대항하는 무적의 용사가 되어 있다. 세계 정복의 야욕을 버리지 못하는 세력은 나를 처치하려고 스파이를 보냈다. 나는 그 스파이를 피하기 위해 특수 자동차를 개발한다. 뇌파를 도청할 수 없는 자동차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도청할 수 없다. 나는 이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질주한다. 스파이는 나를 미행하고 있다. 


저 스파이를 따돌리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나는 자동차에서 뛰어내린다. 그리고 도청을 방지하는 모자를 쓰고 어둠속을 걷는다. 저 멀리 불빛이 있다. 그쪽으로 뛴다. 

불빛은 어느 외로운 집에서 흘러나온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그 집은 갑자기 무너진다. 나는 나무에 깔렸다. 처 멀리 다가오는 스파이.. "넌 내 덫에 걸렸어. ㅎㅎㅎ 어때, 끝까지 반항하지 말고, 우리에게 협력하는 것이...."


나는 놀라 잠에서 깬다. 역시 개꿈이군.


나는 영웅도, 그렇다고 훌륭한 남편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하다. 언제 이러한 트랙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