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한풀 꺾였다.

밤이 길어졌다.

 

배가 고파 주방으로 갔다.

요깃거리라도 찾고 있을 때에

모기 한 마리가 보였다.

 

아마도 눈이 마주쳤을 것이다.

그래서 모기는 날아올랐다.

내가 보이지 않을 곳으로

선반 아래 그림자가 드리운 곳으로

 

그러나 나는 보았다

날갯짓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형광등에 담긴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지만

나는 너를 보았다

 

퍽 쌀쌀해진 날씨 속에

너는 떨고 있었다

오래전 내가 썼던 글 속의 모기처럼

너는 떨고 있었다

 

여름이 한풀 꺾였다.

밤이 길어졌다.

 

나는 그것을 핑계 삼아

모른 체하고 등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