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를 키워본 적이 별로 없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집에서 개를 키웠을 뿐이다. 
그 당시 조그만 개였고, 전형적인 똥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별다른 특색도 없었기 때문에 그 생긴 모습을 지금 잘 기억하지 못한다. 가끔씩 밖에 나가 놀고 오면 강아지가 다가와 내 신발을 핥곤 했다. 나는 목덜미를 쓰다듬어주거나 몸둥이를 들어올려 안아주곤 했다. 내가 그 강아지와 얼마나 많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었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그 강아지가 어느 날 없어졌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 모처럼 집에서는 고기를 먹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내가 채했다. 어머니는 내 체질상 개고기가 맞지 않다고 생각하셨는지, 그 일이 있은 후부터는 나한테 개고기를 주지 않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채할 때 그 고기가 바로 내가 쓰다듬던 개의 고기였다는 것을 알았는지 의심스럽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충 맛있게 고기를 먹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참 신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당시 어린 나로서는 개고기를 먹는지도 모르고 먹었다가 소화불량을 겪은 것이니까. 
그 후 시골의 당숙집에서 목줄에 맨 개에 가마니를 씌우고 나무에 매단 뒤 가마니를 태워 개를 죽이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다. 당시 개를 분해한 후 고기를 주셨을 때 나는 조금 맛을 보았고, 소화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그래도 아주 배부르게 먹은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조금 맛보는 수준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한 후 여름마다 복날이면 직장 동료들이 개고기를 먹곤 했는데, 나도 빠지지 않고 함께 먹었다. 그러다 보니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개고기 특유의 풍미를 느끼고 그런 대로 먹을 만한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갈수록 개고기를 먹는 횟수는 줄어들었고, 최근 몇 년간은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 

나는 일산에 살 때 자전거를 타고 아들과 함께 호수공원을 거쳐서 시골길을 지나가곤 했다. 포장된 도로보다는 비포장의 울퉁불퉁함이 더 재미 있기도 하다. 시골길을 자전거로 산책하면서 어쩌다가 내가 가려던 길에서 벗어나서 헤메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한번은 시골길을 한참 헤메고 있는데, 주위에서 엄청나게 많은 개짖는 소리가 들렸다. 보통 시골길을 가면 마을 어귀마다 몇 마리의 개가 경계의 신고를 보내곤 했는데, 여기서는 수십마리나 되는 개가 일제히 짖어대는 것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개가 우짖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철창으로 된 각 변의 길이가 1미터 남짓한 우리가 2층으로 쌓여있고 개우리마다 개가 10마리 이상씩 들어 있었다. 당시가 한 여름이었기에 개들이 처량해 보였다. 상당히 더운 날씨에 밀집된 우리에 갖혀 있으니 괴로웠을 것이다. 내가 자전거를 멈추고 한참 지켜보고 있으니 개들은 한동안 짖기를 계속했고, 개를 관리하는 사람이 호스로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과연 개들은 왜 나한테 짖어댔던 것일까? 아무래도 경계하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구해달라"는 구조 신고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