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부터가 셀프 '픽션'인 만큼, 그저 허구의 사건을 가상의 인물 시점으로 작성한 글일 뿐입니다.

내용이 다소 우울할 수 있으니 이런 종류의 글에 거부감이 있으시다면 열람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슬플 때일수록 웃어라.'

'이렇게나 짧은 인생에서 적어도 웃는 날이 우는 날보다는 많아야 하지 않겠는가?'

누가 했는 지는 몰라도 귀가 찢어질 정도로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래서 웃었다.

날 향해 꼬리치며 내 얼굴을 핥아주던 개가 집을 나가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 때도.

친구, 가족... 그렇게 부를 만한 존재들이 날 버리고 떠나갔을 때도 그저 웃었다. 

아니면 내가 그들을 따라가지 않은 것일 수도 있는데... 잘 모르겠네.


주위의 사람들이 내게서 떠나가기 전에 '남들 시선을 너무 신경쓰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다.

그들이 내게 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돈 한 푼을 주는 것도 아닌데

뭣하러 그렇게 눈치를 보면서 사느냐고 했다.


그래. 생판 남남인 사람들이 내게 뜨끈한 국밥 한 그릇 사주는 건 아니지만, 그들은 나를 죽인다.

나를 갈기갈기 찢어서 그 잔해를 벽에 걸고, 피로 얼룩진 이빨을 드러내며 나를 비웃는다.

나는 그 눈이 싫었다. 송곳니를 머금은 그 입이 찢어지듯이 웃는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평생을 겁쟁이로 살며 쥐구멍이라도 찾아 꼭꼭 숨어들어간 뒤에 절대로 그늘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 했다.

 

그래도 요즘은 쬐끔이나마 나아진거다.  요즘은 집도 치우고 밖으로도 나가 보려는데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한 짓들이 나를 더 망치고 있다는 게 웃음 포인트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밖으로 나간 덕에 캔맥주를 사올 수 있었다.

술 끊은 지가 오래 됐는데, 간만에 마신 맥주는 내가 왜 술을 끊었는 지를 기억나게 해줬다.

뇌를 알코올로 적시며 황홀감에 잠기는 건 많아 봐야 3분 남짓인데, 대충 2시간 정도를 앓아야 했다.

간밤에 토악질까지 하면서 겨우 숨을 돌리고 나니 남아있는 맥주를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우선 저것들을 냉장고 속에 고이 모셔다 놓은 뒤에, 잠이나 자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