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의 하늘을 바라본다.

곧 비가 떨어질것만 같은 칙칙한 회색빛.

우울한 하늘을 바라보는 나의 얼굴도 덩달아 우울해진다.



잿빛의 하늘을 뒤로한 채 나는 다시 책상 위에 얼굴을 떨군다.

창 밖의 어두운 하늘을 애써 무시하고는 그저 묵묵히,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쏟아내는 교수님을 멍하니 바라본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창문에는

잿더미 속에서 다시 타오르는 불꽃이 있었다.

우울한 그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이

하늘은 그저 밝은 푸른 비단처럼 빛나며 태양을 머금고 있다.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는 나 역시 상쾌해진다.

아까의 우울은 어디로 갔는지,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이

창문에 비친 나의 얼굴은 그저 기쁘다는 듯이 행복을 머금고 있다.



어쩌면 흐릿했던 하늘은 맑음을 위한 준비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울했던 기분은 기쁨을 위한 준비가 아니었을까.



맑은 하늘 아래에서 즐거이 거닐며

집에 도착하여 나의 하루를 되돌아 보니

나는 오늘도 점점 행복한 하루를 보냈을 뿐임을 깨달았다.



나는 일기장을 꺼내, 짧은 한 문장만을 적어넣었다.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