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 24년, 10월 27일의 일이다.

 

도성 한복판에 천둥소리가 울리고 지축이 흔들리더니, 온갖 짐승들이 놀라 도망치고 사람 또한 놀라 바닥에 엎드렸다.

 

일각도 되지 않아 굉음과 지진은 멎었으나 육조거리 한 가운데에 밝은 빛 덩어리가 있으니, 중인들의 일부는 두려워 도망하였고, 일부는 저마다 부처나 신선의 이름을 외며 지켜보았다.

 

이윽고 뭇사람들이 황망한 가운데에 빛 덩어리가 일렁거리더니 머리에 짐승의 귀를 달고 오랑캐의 복식을 한 사람 이백오십명이 차례로 걸어나왔다. 이에 백성들이 모든 것이 귀신과 도깨비의 소행이라 여겨 모두 도망하였다.

 

소란이 시작된지 시간이 지나서야 대신들은 화포와 기마를 이끌고 이 오랑캐의 무리와 마주하였는데, 오랑캐들의 우두머리 되는 자가 나와 가로되 나는 단군의 약속을 기억하는 사람이라, 이곳이 조선 땅이 맞는가 하였다.

 

이들은 스스로를 수인족이라 일렀고, 옛 단군 시절에 조선땅을 떠나 온갖 요물들이 가득한 세상에 터를 잡은 이들의 후손이라 하였다. 이후 천년이 넘도록 그 종족이 번성하였으나 이웃한 나라에서 옛 항적과 같은 패악한 자가 나타나 스스로 마왕이라 칭하매, 수인족의 남자들을 모두 죽여 종족의 씨를 말리기에 이르렀다. 이에 그들의 우두머리인 범 씨족의 여인은 잊혀진 요술을 찾아 문을 열고 조선으로 피난했다 하였다.

 

예로부터 포류한 자와 나라 잃은 유민에게 대접하는 것이 바른 예였으므로 상께서도 이들을 후히 대접하였는데, 이들의 우두머리가 사흘만에 사서삼경을 독파하고 성학에 깊이 탄복하여 귀의하겠다 하였다. 그 재주가 귀하고 뜻이 아름답고 기특하여 비록 짐승의 귀와 꼬리를 가졌으나 도를 알고 예를 아는 종족임을 모두가 인정하였다. 하여 조정에 이들을 미워하는 이가 없어, 수인족 다섯 씨족을 조선사람으로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이로써 범, 곰, 이리, 삵, 담비의 귀와 꼬리를 가진 다섯 수인 씨족이 조선으로 귀화하여, 상께서 각각 호, 웅, 낭, 묘, 초씨 성을 내리시고 우두머리인 호씨 여인을 후궁으로 삼으셨다. 이후 수인 씨족의 여인들 일부는 제를 지낼 후손을 위해 데릴사위를 들이고, 또 일부는 여러 가문의 자식과 혼인하였는데, 특히 전주 이가의 자식들이 수인들과 많이 혼인하였다.

 

이후 호씨 여인에게서 태어난 왕자 연령군이 수인족의 요술을 성학의 원리로 해석하는데 성공했다. 그가 오행의 조화를 부리자 처음에는 모두가 괴력난신이라 여겨 흉하게 보았으나, 그 이치와 쓰임이 성학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아 성학의 한 갈래로 인정받게 되었다.

 

나라에 홍수와 가뭄이 잦을 때 마다 연령군의 제자들이 힘써 홍수엔 둑을 돋우고 가뭄엔 비를 내리게 하니 나라에 굶어죽은 이가 없었다. 이후 백성들이 연령군을 성인이라 칭송하였다. 이후로 나라에 난리가 날 때마다 성학의 도로써 진압하니 태평성대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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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패드 문제로 한자변환이 힘들어 한자 병기가 필요해 보이는 단어도 그냥 썼음


숙종이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했다길래 떠오른 소재인데 역사를 잘 몰라 대역소설 몇편 읽은 짬으로 말투만 흉내내서 씀


소설이라하긴 그렇고 걍 써놓은거 냅두기도 그래서 올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