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횡단보도를 절반쯤 건넜을 때 일이다. 8t 트럭 하나가 커브길에서 내쪽으로 오는 깜빡이를 켜놓았다. 그걸로도 성이 안 찼는지 트럭은 내 쪽으로 반쯤 고개를 돌리기까지 했다.

나는 서두를까 하다 사람 낳고 차 났지, 차 나고 사람 낳나 하여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내가 서두르는 기색이 없자 트럭은 점멸하던 깜빡이를 끄고 다시 고개를 정돈하여 직진하는 게 아닌가.

이는 필시 서두르는 내 불의를 보고 기뻐하기 위한 모의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