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한 남자가 있었다네

지금 막 모든걸 포기하려는 참이었지

그는 다리 한 가운데 섰네

그리곤 뛰어내렸지


풍덩!


남자는 눈을 질끈 감았고

3초 뒤쯤 조심스레 눈을 떴다네

여기는 천국도 지옥도 아닌것 같았어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둘러봤다네


여봐라.


그는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지

뒤에는 거대한 풍채의 누군가가 서 있더군


누구세요?

그리고 여기는 어디죠?


나는 여기를 지키는 신이다.

그리고 여긴 천국과 지옥,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일종의 정거장같은 곳이다.


그렇군요.


왜 여기에 왔지?


제 삶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항상 폐만 끼치며

차라리 죽는게 낫다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그렇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신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네


그럼 너의 생각을 바꿔주지!


신이 양팔을 좌우로 넓게 펼치더니

한 화면이 나타났지

그곳엔 남자의 어머니가 있었다네


흑흑...


어머니는 울고 있었지

죽은 아들의 시신을 꼭 붙잡고.

여태까지 무표정이던 남자의 얼굴이

살짝살짝 떨리기 시작했다네


신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지


네 어머니의 미래를 봤다.

허나 일주일까지 밖에 볼수없구나

그래.

일주일 뒤면,

너를 따라갈것이다


아들은 울기 시작했다네


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화면을 보여주었지


그의 여동생이더군.


여동생은 울진 않았네

그저 넋이 나간 상태로 가만히 않아있었지

툭 치면 쓰러질것 같았다네


그래도 네 여동생은 죽지 않는다.

하지만 빈민가로 들어가

몸 파는 매춘부가 되었지

왜냐고?

그동안 네놈만 돈벌이를 했는데

네가 없으니 뭐라도 해야 했겠지

네가 없으니까!

아, 저기 보이는구나

깜깜한 네 동생의 말로가


신이 보여준 동생의 마지막 모습은

거리에 피흘리며 쓰러져 있는 

끔찍한 강간사건의 피해자였다네.


오빠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렸지

그리고는 꺼이꺼이 울면서 말했다네


용서해주세요

제가 너무 어리석었습니다!


그러자 신이 웃었지


하하하! 그래 다시 이승으로 보내줄까?


제발 그렇게 해주십시오.

후회되어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그러자 신의 모습이 바뀌었다네

풍채좋은 덩치는

날렵하게 바뀌었고

근엄했던 얼굴은

야비하게 변했지


악마였다네

변장한 악마


하지만 그렇게 못하지

너는 평생 지옥에서 영원한 고통에 시달릴것이다

아아 곧있으면 네 어머니도 올게야


아아악!


악마는 어느새 쇠목줄을 남자의 목에 걸고

지옥문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네


그리곤 어느새 지옥 코앞까지 다다랐지


잘가라!










잠깐.


갑지기 주변이 환해졌다네

진짜 신이 나타났지


악마가 당황하며 소리쳤네


신님!

갑자기 무슨 일이옵니까?


그 아이는 내가 데려가야겠네


왜 그러십니까?

원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제가 데려가야하지 않습니까?


근데 지금은 살고싶어 하잖냐?


네?

안됩니다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 아아악!


갑자기 악마의 몸이 불타기 시작했네

악마는 괴로워하며 어딘가로 사라졌지


신은 남자의 목줄을 풀고

같이 걸어가며 말했네


네 목숨은 네 것이 아니다

각자 자기 운명이 있거늘

그걸 스스로 없애려하는 것은

인간이 할수있는 제일 건방진 짓이다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저지른것이냐?

그리고 세상에 쓸모없는 목숨은 없다

폐만 끼친다고?

세상에 아까 네 어미랑 동생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느냐!

왜 눈과 귀를 막고

제 편한 대로만 생각했느냐?

넌 지옥에 떨어져야 마땅한 놈이었다

그래도 악마가 웬일로 좋은 일을 했구나

넌 천만다행인줄 알아라

이제 보내주겠다

다시는 어리석은 그딴 짓거리를 반복하지 말거라


그 즉시, 주변이 빛으로 가득찼다네

남자는 눈을 찡그렸지

다시 눈을 떴을땐

아까 그 다리 위였다네


남자는 방향을 틀었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네

웃음을 지으며,

손에 들고 있는 통닭 한마리는 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