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 그 흉측하고 무서운 본성을 난 숨길 수 있어도, 난, 하나만큼은 숨길 수 없어. 그건 눈동자야. 난 기억해, 내 그 끔찍한 눈동자를. 그건 인간의 눈동자가 아니야. 짐승의 눈이었어. 공허하게 얼룩진, 아님 가쁘게 모여진 안개처럼 뿌옇게 파란 홍채, 칼 같이 위아래가 솟아오른 뾰족한 짐승의 동공. 난 기억해. 그 동공이 사람들을 얼마나 두렵게 만들었는지, 내가 한 것이 아니야. 오직 내 눈동자가 한 짓이지. 당신들의 모든 불의도 만행도, 다 눈동자로는 숨길 수 없어.


그가 일어난건 오전 7시였다. 새하얀, 아님 이른 태양이 갓 하늘을 뚫고 나온 빛 치고는 너무 밝았다. 그는 잠이 깬 순간 눈을 찡그렸다. 눈을 뜰려 했지만 잘 떠지지 않았다. 햇살은 그에게 더 눈을 감으라고 억압하듯, 눈을 가리기 시작했다.

시간을 맟춘 핸드폰은 계속 울려댔다. 그는 빛도 내 일어남을 거부하니, 더 자고 싶었지만, 핸드폰은 눈치없이 계속해서 울려댔다. 이젠 일어나야 할 시간이라고, 잘 시간은 이미 지났다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그의 작은 욕망은 결국 시끄러운 소리에 못이겼다. 그리고 빛도 그의 눈을 감기게 했지만, 소리와 집념으로, 결국 눈을 떴다. 살짝, 아직 오늘의 세상을 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몸을 이르켜,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그의 하얀색 털들이 조금씩 빠져나와 부드럽게 침대랑 그의 무릎에 안착했다. 그는 이런 털들을 보며, 이제 그만 보고 싶다는 듯 질책했다.

그는 잠시 멍을 때리더니, 곧 이어 침대에 빠져나왔다. 그리곤 힘없이 침실을 빠져나왔다. 치직치직- 그의 거칠어진 육구가 바닥을 스치며 내는 소리였다. 그는 걸을 때마다 이 소리를 냈다. 침실을 나온 그는 전기밥솥에 다가가 본인이 밥을 만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버튼을 누른다. 

그의 예상대로 밥은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그를 맞이했다. 뜨거운 열기에 순간 그는 고개를 돌렸다. 밥이 있는 걸 확인한 뒤에, 그는 바로 그릇을 들어 밥을 퍼붓었다. 그리고 생수병 하나를 가져와 그 그릇에 부었다. 그의 아침이 완성됬다.

그의 생계에 비하면 조금 소박한 아침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무엇을 차려서 먹을 힘도, 그렇다고 안먹을 힘도 없었다. 그는, 그는 단지 꿈자리가 영 찝찝했을 뿐이었다. 

그에게 꿈은 별로 신경쓸게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꿈은 정말 중요한 하나의 감정위협이 되었다. 꿈에는 누군가가 나왔다. 그 익숙하고 이젠 보기도 싫은 그녀가, 아님 그가 계속 한 평생동한 간절히 바랬던 그녀가.

그녀가 나오는 꿈이면 항상 눈가엔 눈물자욱이 남기 마련이었다. 그는 그것이 귀찮았다. 그 축축한 눈물이 눈을 적시면 그 후에는 너무 눈가가 끈적했기 때문이었다. 눈을 뜨면 눈물이 만들어낸 불쾌함을 일어나자 마자 느껴야 했다. 그는 그것이 너무 싫었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녀가 계속 꿈에 나오냐고, 왜 난 그녀를 잊을 수가 없냐고, 그녀도 그저 내 인생에 지나가는 한 사람일 뿐이라고.

그럼에도 그는 잊을 수 없다. 왜일까? 그러나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영 좋지는 않았다. 어느새 그가 생각없이 먹고있던 밥그릇엔 밥이 없고 희연 국물만 남아 있었다. 이걸 마실까 말까. 그는 고민했지만 이내 그 국물을 싱크대에 버렸다.


그 낡은 잠옷을 다 벗고, 발가벗은 체로 그는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칫솔을 잡고 솔에 치약을 짜서, 칫솔을 긴 주둥아리에 넣기 시작했다. 치약은 거품이 나면서 그 긴 입속을 다 채웠다. 뾰족하고, 그렇다고 부드럽지도 않는 이빨들을 딲는게 그는 너무나 귀찮았다. 게다가 입은 쓸데없이 길어서, 깊숙한 곳의 이빨까지 딲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입을 다 행구고, 그는 세면대 바로 옆인 샤워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물을 틈과 동시에, 뒤로 물러갔다. 샤워기는 처음부터 차가운 물을 내뿜기 때문이었다. 그는 조용히 물이 솨아 나오는 물줄기들을 보았다. 이렇게 나체로 그 물줄기들을 보아하니, 갑자기 느껴지는 시선에 왜인지 모를 부끄러움이 느꼈다. 누가 그를 보고 있던 것일까?

차가운 물이라면 질색이었다. 그것이 털 한 끗이라도 닿으면 온 몸에 불쾌함이 전율처럼 퍼진다. 몸은 순식간에 놀라 진동을 이르키고, 이제 막 잠에서 깨던 그 편한 몽롱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차라리 겨울이건 여름이건 서서히 몽롱함을 없세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나았다. 

물론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 문제점은 있었다. 그 따숩한 것들이 몸을 감싸고 나면, 그는 마치 기분이 좋아진듯 눈을 감고 그것들을 더 느낄려했다. 그래서 시간이 늦을 때도 있었고, 만일 따뜻함을 털이랑 몸에 가득 품고 욕실 밖을 나가면, 뿌연 연기는 사라지고 밖에 있던 차가운 공기들을 다시 그를 감싼다. 

너무 추워 그것들이 정말 싫었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을 부정할 순 없었다. 내가 편안함을 느꼈으면, 바보같이 그것을 영원히 느낄려고 하는게 아니라, 언젠가는 그것을 떨쳐내고 다시 차가움을 느껴야 하니까. 

그는 다 씻고 세면대 위에 있던 큰 거울을 보았다. 그의 모습이 보였다. 짐승의 그가. 안개가 그의 거울들을 다 흐리게 만들어서, 그의 모습은 완전히 흐리게 보였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기다란 주둥아리와 뾰족한 이빨, 그리고 변하지 않는 이 눈. 눈동자. 보이지 않지만 지겹도록 싫었던 이 눈동자. 

털을 다 수건으로 딲아냈다. 갑자기 그가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본능이었다. 않그래도 추운데 격한 행동 때문에 몸이 더 추워지자 그는 짜증을 부렸다. ‘이 거지같은 행동은 언제 끝나는지…’그는 투덜거리며 옷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멋지게 정장을 입고 나왔다. 그리고 그의 짐승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완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되어 있었다. 새하얀 머리에 입가에 수염자국이 좀 남았고, 오독한 코에 조금 날렵한 턱, 눈은 그대로였다.

그는 가방을 챙기고 집에 나갈려 했다. 그가 신발장에 신발을 신기 전, 뒤 돌아 슥 자신의 집안을 살펴봤다. 불 하나 켜지지 않은, 오직 햇빛으로만 의지한 어둡고도 밝은 집이 텅 가구들의 소리도 못들린 체 퍽 조용했다. 눈을 조금 굴리고, 그는 다시 신발을 신어 현관문을 열었다. 열자마자 커다란 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쐐주었다. 그는 놀라 눈을 감았다.


밖을 봐보니 햇빛이 정말 밝았다. 이렇게나 밝은 아침은 난생 처음 보았다. 확실히 꽉 막힌 듯한 푸른색 하늘에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고, 밝은 색의 꽃과 풀잎들이 빛과 그림자를 흡수하고 있었다. 여기저가 일렁였다. 그는 터벅터벅 주머니에 한 손을 넣고 무심하게 걸어갔다.

그는 거의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시한듯,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갔다. 그렇다고 느린 걸음도 아니였다. 거의 빠른 걸음으로 사람도 많은 길가를 무심하게 지나갔다. 중간중간에 사람들이랑 부딫치기도 했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어느새 그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는 정류장에 있는 벤치를 슬쩍 보았지만 이미 사람들이 앉아 있는 뒤였다. 결국 그는 벤치와 훨신 떨어진 곳에서 서 있었다. 그리고 도로를 보면서 지나가는 차들을 하나하나씩 보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구경거리였다.

메연들이 도로를 감싸고, 잠시 멍을 때렸다. 눈은 움직였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눈은 자동차를 따라갔다. 그 빠르고 위험한 자동차들을. 뿌연 메연을 뿜고 이 추운 날씨도 따뜻하게 만들려는 것들. 정말 편한 존재들이지만, 결국엔 존재해선 안되는 것들.

멍을 때리고 잠시후 버스가 도착했다. 그는 정신을 차려 서둘러 버스를 탔다. 카드를 찍고, 빈자리에 바로 앉기 시작했다. 가방을 두 손 모아 안고. 사람을 다 채운 버스는 다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버스가 빠르게 움직이니 창문 넘어 모든 것들이 전부 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옆으로 기울어져, 무언가에 빨려들어갈 듯한 모습들. 조금은 우스꽝스러웠다. 그는 피곤함에 몸을 벽에 기대였다. 맨 살갓이 닿은게 역시 차가웠다. 무표정으로 밖을 봐라보았다.


세상은 항상 똑바로 봐라볼 수가 없겠군. 저기를 봐, 온통 불안정한 것들 뿐이야. 지나가는 할머니는 허리가 심하게 굽여있고, 뛰어가는 아이는 위험도 모르고 거리를 계속 뛰어다니고, 그 뒤에 있는 엄마는 아이가 위험할 지도 모르고 그대로 방치하다니. 하늘은 맑아도 주위는 맑지가 않아. 모두가 춥고 서릴 뿐이야. 이런 세상을 내가 어떻게 봐라볼 수 있을까.


그가 세상을 보는 사이,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말한다. 그는 조용히 가방을 들고 한 손엔 봉을 잡은 체 목적지 까지 달려가는 버스를 버틸려 그는 흔들리는 버스를 견디고 있었다. 몸이 휘어지고 발을 다시 집기도 했다. 그리고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그는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앞을 보았다. 그가 도착한 곳은 바로 시내였다.

시내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이런 많은 사람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특히 이 두 눈으론 절대로. 그래서 그는 바닥을 보면서, 하늘이 조금씩 보이게 걸어갔다. 사람들이 있는 무리에 다가갈 때마다, 그는 더욱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는 지독하게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게 싫었다.

그렇게 길거리의 지겹게 똑같이 이어지는 회색 바닥들을 보면서 그는 걸어갔다. 그리고 문뜩 옆을 보았는데, 하얀 울타리들이 있었다. 저 흰 울타리들을 본 그는, 생각했다. ‘저 흰것들이 언제까지 거리를 꾸며줄까. 흰것은 영원하지 않는데.‘

그리고 다시 바닥을 보니, 저 회색들의 바닥들도 옛날에는 흰색의 깨끗한 바닥들이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불행하게 밣혀지는 삶을 의도치 않게 살게 되었고, 이렇게 낡은 바닥이 되었다. 누군가가 흰것을 밟고 불순하게 변한다는 것, 사실 바닥만 그렇지가 않다. 아이의 마음도, 짐승의 마음도, 다 순백색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니, 부식됬지. 모두 흐려지게 변했어.


그는 걸어가다 마침내 꽤나 큰 거리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은 여젼히 많았지만 꽤나 거리가 한적했다. 그는 그런 거리가 마음에 들었다. 모두가 거리를 두며 걸어다녔다. 그 누구도 그와 붙을 필요가 없었다. 그는 조금 위를 돌아보았다. 하늘은 여전히 맑았다. 신이 인공물감으로 하늘을 칠하면 이런 느낌일까. 부드럽고 차가운 것들을 섞어 곱게 빈틈 하나 없이 끄적이면, 그게 하늘이다 싶었다.

그때, 누군가가 그에게 오고 있음을 느꼈다. 누군가가. 겁도 없이, 그에게 오는건가.

“안녕하세요 저기….”

그는 무시하며 그대로 걸어갔다. 침착히 잘 받아냈다. 뒤를 돌아 그녀의 모습을 잠깐 보았다. 한 손에는 핸드폰이, 그리고 한 손에는 가방이 있었다. 뭔가 그에게 질문을 하는 말투였지만, 그는 길을 물어보든, 아님 종교를 전파할려고 하든, 그에게는 별 신경쓸게 아니였다. 그 사람들은 그저 내 인생에 지나가는 사람일 뿐인데.

“아니, 저기…”

다시 들려오는 말에 그는 다시 무시하며 걸어갔다. 좀 더 빠르게, 걸음걸이가 서툴러지고 심장이 빨리 뛰어진다. 다시 물어보는 것을 보니 보통 일로 온것은 아니다. 그녀에게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저기 잠시만…!”

그녀가 그의 어깨를 붇잡았다. 하지만 그는 냉정하게 뒤도 안돌고 손을 뿌리쳤다. 점점 속도도 변하고, 눈을 찌푸리며, 점점 속으로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야성의 공포가, 마음속에서 꿈틀였다.

“아니 이봐요!”

결국 그녀가 다시 그를 잡았다. 그것도 꽉. 순간, 그의 마음이 폭팔했다. 짧고 커다란 분노가 그의 머리를 휘감았고, 그는 순간 인간의 모습의 짐승이 되었다. 뒤돌으며, 그녀를 죽일듯이 노려봤다. 위 아래로 뾰족한 동공이 커졌지며, 미간을 심하게 찌푸리며 그녀를 보았다. 위혐하며 으르렁 거리는 짐승처럼, 그는 인간인체 그걸 보여주었다.

어깨를 잡은 그녀는 순간 놀라며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도 그 비명에 놀라 순간 정신을. 차리고, 다시 뒤를 돌아보며 그녀를 피해 앞으로 뛰어갔다. 당황한 모습으로 두 손이 떨린 체 거리를 뛰어갔다. 자신을 자책하며, 내가 왜그랬냐는 후회를 다시 짊어지며 거리를 뛰어가고 있었다.


그때 내가, 잠시, 그녀를 노려보았을 때, 사람들도 날 본 그녀의 비명을 들었겠지. 그리고 날 보았겠지, 잠시 흉측하게 변한 내 모습을. 사람에게 볼 수 없는 그 끔찍하고 잔안한 내 모습을. 그녀는 겁을 먹었고, 사람들은 기겁하며 뛰어가는 날 보았어. 내가 헐떡이며 뛰어가면 또 사람들의 시선은 나에게로 갔지. 내가 한 짓이 아니야. 사람이든 짐승이든 다를게 있겠어? 모두 죽이고 죽는 세상에 살고 있잖아! 내가 짐승이기 때문이 아니야. 오직 내 눈동자가 한 일이야. 이 모든 공포는 다 내 눈동자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