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경위는 빵을 다 먹고 무심하게 의자에 앉았다. 이제 나에게 뭘 해주지 않을까 싶어 경위를 바라봤지만, 경위는 왜 보냐는 식의 눈짓을 했다.


나는 한숨을 쉬고 눈앞의 죄수에게 말을 걸었다.


"어쩌다 죄수가 되신겁니까?"


그러자 그 죄수가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입에서 소리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닥쳐라!! 내가 말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경위는 답이 없는 생명체였다. 경위는 짐짓 성난 표정을 지으며 죄수의 머리 바로 옆에 총알을 명중시켰다.


그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놀란 죄수는 그만 기절해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경위는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저 죄수는 가게에서 빵을 훔친 흉악범이다. 그의 도둑질 한번은 가게 주인을 약간이나마 굶주리게 할것이다. 참으로 흉악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가게에서 빵을-"


"닥쳐라!!"


그래. 그냥 말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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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보니 이런 황당한 여행을 시작한지 6시간이 지났다. 나는 언제쯤 내 고향보다 추악한 이 열차를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생각해보니 내 고향이 더 끔찍한것 같다.


내 고향은 가을이 되면 모래바람이 세차게 날리고 초원의 풀은 말라죽곤 했다. 마을 주민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폭력적이었고 애를 낳지 않아도 사람 수는 점점 증가했다. 그 저주받은 고향을 떠나 열차를 타고 먼 타지에 가서 다시 열차를 타고자 했건만 이런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나는 무기력하게 앉아있었다. 하루 경위는 심심했는지 한참동안 총을 휘릭휘릭 돌리다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심심하군"


"그럼-"


"닥쳐라!!"


너무나도 답답했다. 말을 할 수 없게되니 정신에 이상이 생길것 같았고, 기절했다 깨어난 그 흉악한? 빵도둑은 역시 불만이 가득한듯 했다.


순간 뒤의 열차칸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그 망할 지옥으로 가고싶지 않아!!! 날 내보내줘!!!"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자 잠잠해졌다.


모든 칸에 경찰이 배치된듯 했다. 앞으로 이 열차가 폭동에 휘말릴 일은 없을 듯 했다.


나는 내 신세를 한탄하며 가방에서 사탕이 들어있는 통을 꺼냈다. 사탕은 매우 흥미로운 음식이다. 달콤하고, 녹으며, 다양한 맛과 풍미가 있다. 그러나 기름에 들들 볶으면 맛이 없어진다.


사탕통에서 사탕을 꺼내려는데 하루 경위가 나를 바라본다. 뭐지... 나는 사탕을 꺼내고는 말했다.


"드실래요?"


"닥쳐라!!"


...


"먹겠다."


하루 경위는 사탕을 받고는 입에 넣었다. 꽤나 기분이 좋은듯 하루 경위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