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긋는다.

긋는건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다.


눈시울처럼 붉은 펜을 

하예진 손으로 붙잡아

누렇게뜬 회백지에 

애증을 담아 난도한다.

회백지에 쌓여가는 황혼의 빗줄기.

젖어가는 몸은 어디로 뒹굴까.


나를 긋는다.

긋는건 무척이나 서글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