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깎아내야 한다.
굳이 살을 붙이면 무겁고
어설프게 자르면 휘청인다.
아예 꺾인 붓만을 가지고 그려내면
쓸모없는 것, 무용한 것 필히 날리고
단 한 문장만 남아
심장을 꿰뚫을까?
덧댄 기둥을 보니 버적대기나 마찬가지,
내 손에도, 붓끝에도.
도리를 몰라 몰라
휘지 않으려 안간힘만 쓰니
창문살이 부러지는 것은 필연이었다.
지붕이 무거웠는지,
기왓장을 들어내야만이 멈추려나
그리하고 보니 끝이 날카로워서
가지가 베였나 고팠다.
구석 밑으로 널브러진
질근 밟히고 무쓱 부러진 세필붓.
종이도 마뜩찮아
아득바득 빨린 검정칠 한 장만 옆에 두어서
그럼에도 쓰인 글귀 한 자도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