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사람들은 빛을 최고라 여겼다.
나는 그런 것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었다. 욕심도 그다지 없었고, 남들이 하는 만큼은 하면서
충분하다 느꼈다.
어렸을 때 걷기만 해도, 빙긋 웃기만 해도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손을 뻗었다. 나는 달려들어 안기면 하늘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졌었다. 나는 그것이 참 좋았다.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듯 웃고 나도 그 사람들을 향해 양팔 벌려 안기는 것. 그것이 어릴 때 나의
웃음이었다.
하지만 커가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커가면서 점점 부모님은 바라는 것이 많아졌다. 나는 그 일에 점점 어깨가
무거워졌지만 다른 이들도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빛이 되어야지."
그런 말을 들으며 남들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 빛이
눈부시지 않으냐고 너도 저렇게 되라고 말했다. 저것만이 널 환하게 해 줄 것이라고, 누구든 뒤에 그림자를 보지 않고 빛만 쳐다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빛이 아니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가끔은 빛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능력으로 노력으로 자신만의 빛을
찾아 빛나는 아이들을 향해 진심으로 응원하고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 비틀어졌다.
"다 네
경쟁자야."
누군가한테 쫓기듯이 날마다 달려가야 했다. 누군가를 짓밟아야 했다. 빛을 쫓으려고 다 타 버린 나방이 내 발밑에 수북이 쌓인
것에서 나는 눈 돌려야 했다. 저 시체들의 산 위에 서 있는 빛을 바라보며 나는 피투성이 발로 계속 올라가야 했다.
내 뒤 그림자가
늘어진다.
그런 사람이 있다.
성격이 좋아 항상 친구도 잘 사귀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 어른들에게서 칭찬을 따내고 분명하게
무언가를 잘할 수 있는 아이. 나와는 다르게 재능이 빛을 발하는 아이.
그리고 그 주위에 있으면 내 그림자는 더 짙어졌다.
"우와 또
1등이야?"
나는 축하의 말처럼 감탄했다.
나는 웃으며 친근하게 그 아이의 팔을 툭 쳤다.
"대단하다!"
주위에 아이들이
빛을 향한 나방처럼 달려들었다. 조잘조잘 부럽다. 따위의 말을 뱉으며 서로를 탐색하듯이 못 봤다고 하는 아이들.
"아니야."
겸손을
떨며 가식으로 웃음을 그린다.
"운이 좋았을 뿐인걸?"
거짓말인 거 뻔히 알면서도 내가 했던 것들이 무수히 지나갔다. 그 속에서 나를
찾으며 저 아이를 쫓다가 빛은 내가 아니고 그림자만 쌓여감을 난 깨닫고, 이미 알던 것 위에 또 덮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나는 빛이
꺼지고 그림자 따위는 없어진 모두 암흑인 세상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빛을 보면서 내 옆으로 늘어진 그림자를 외면했다.
'이것만
참으면 돼.'
"이것만 참으면 된단다."
나는 그 사람들의 말을 믿었다. 그래서 너무나 눈부신 것에 시달리며 쌓인 나방을 밟았다.
시체가 짓이겨져도 그때뿐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를 밀어 넣으며 빛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이 되라고
말했다.
직장에서도,
"겨우 이따위로 해?"
서류가 하얗게 천장 위에서부터 아래로 나풀나풀 흩날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얼룩졌다.
상사의 언사와 내가 해온 것들이 너무나 보잘 것 없었다.
난 다시 그림자를 보았다.
울지 말고 살아남아야 한다. 비참한 것에 주눅
들지 말고 입술을 깨물며 집에 돌아와야 한다.
나는 되내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결혼해서도,
결국 나방 사체 속에 묻혀감을
깨달았다.
아이를 낳고 나서도.
목 언저리까지 차오른 시체에 나는 내 그림자를 묻다가 내 아이는 이런 것에 시달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나방에 파묻히던 나는 마지막으로 묻히지 않은 팔을 뻗었다.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온갖 학원에 돌리며 엘리트 코스를 밟게 했다. 내 아이는 나처럼
모두에게 있는 그림자가 아니도록 살게 하려고 발버둥을 쳤다. 아이의 축 늘어진 등을 보며 다 널 위해서라고 자위했다.
나는 드디어 나를
집어삼키는 나방떼들 속 그림자에 먹혔다. 그리고 여전히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저 빛을 향해 닿지 않는 것을 바라며, 나를 뭉개는 것에
좌절하며─.
아이에게 무거운 책가방을 어깨에 매어 주고 가기 싫다는 아이를 달랬다. 그리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 빛을 향해
뻗으라고 말하며,
난 경건하게 무릎을 꿇고 아이를 껴안았다.
'내 아이만은…….'
"빛이 되렴."
빛이 되길.
아이의
얼굴이 내 어깨에 묻혔다. 조그마한 아이의 그림자가 보였다. 나는 아이 뒤에 길게 늘어선 그림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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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WBN] 빛을 추구하는 사회 ㅡ인간편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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